양대 노총 “尹정부 노동시간 개악안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양대 노총 “尹정부 노동시간 개악안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4.12 16:37
  • 수정 2023.04.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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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정부 ‘장시간 노동 법제화’에 반대 의견 제출
“정부 노동시간 개악안 건강권·노동권에 치명적”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 입법예고안 폐기촉구 의견서 제출 양대노총 공동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 6층 대회의실에서 '노동시간 개악 입법예고안 폐기촉구 의견서 제출 양대 노총 공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윤석열 정부의 장시간 노동 법제화 폐지를 재차 촉구한 양대 노총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다. 양대 노총은 장시간 노동 확대가 노동자의 생명·건강에 치명적인 만큼, 과로사 등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6일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장시간 노동의 길을 터준 정부 개정안에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노동시간 유연화를 강조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주60시간 이상 노동은 무리’라며 노동부에 제도 보완 지시를 내렸다. 노동부는 오는 17일까지 찬·반 의견을 수렴해서 보완된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2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노총빌딩 6층 대회의실에서 ‘노동시간 개악 입법예고안 폐기촉구 의견서 제출 공동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양대 노총은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 생명·안전에 끼칠 악영향을 지적했다.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 실장은 “노동시간이 많으면 누적되는 피로를 회복할 시간이 짧아져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쌓이고, 업무에 대한 부담 등 스트레스가 함께 쌓이면 그만큼 산업재해 발생 위험을 급격히 높이고, 뇌심혈관계질병 발생 확률도 높아진다”며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안은 시대착오적 장시간 압축노동이며, 과로사를 조장하는 정책이라 할 만큼 노동자의 건강권과 노동권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노동자 건강·생명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주5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률은 40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보다 4배가량 높았다. 핀란드 국립산업보건원도 장시간 노동의 심각성을 지적했는데, 하루 8시간 근무에 비해 10시간 노동은 15%, 12시간은 38%, 12시간 이상은 147%로 산업재해 발생률이 각각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정부 개정안은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기본권 보호 의무에 따라 국가는 국민의 생명권·건강권을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국가가 스스로 나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을 내몰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동자들이 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보겠다는 것이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빌딩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 입법예고안 폐기촉구 의견서 제출 양대노총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노동시간 제도 개악 입법예고안 분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빌딩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 입법예고안 폐기촉구 의견서 제출 양대노총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노동시간 제도 개악 입법예고안 분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직종·직군별로 노동시간을 달리 선택하도록 신설한 ‘부분 근로자대표’에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직종에 따라 노동조건을 개별적으로 결정하면 교섭권을 가진 노동조합의 대표성은 약화되고 사업장 내 분열을 초래할 거란 이유에서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 본부장은 “부분 근로자대표제 도입은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조나 근로자대표의 교섭력과 합의권을 무력화시킨다”며 “노동시간 제도 개악과 노동조건 불이익 변경을 현장에서 관철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유정엽 본부장은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선출과 활동 보장을 강조하며 “사용자의 근로자대표 선출 및 활동에 대한 개입·방해를 선언적으로 금지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처벌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정부가 노동시간 연장을 목표로 원하는 내용만 취사선택한 결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파괴하는 개악안”이 도출됐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같은 입장(노동시간 상한 확대)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구성해 5개월간 논의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과 단 한 차례도 대화하지 않고 요식절차를 거쳐 권고안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개악안 추진에 대한 사과와 폐기, 원점 재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장노동시간국가이며 국가 전략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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