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집단교섭 6년··· “불안정한 교섭 구조 개선해야”
학교비정규직 집단교섭 6년··· “불안정한 교섭 구조 개선해야”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6.16 18:39
  • 수정 2023.06.16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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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으로 사측 교섭위원 교체 잦아···
“당사자 책임성 높이도록 교섭의무 명시화 필요”
집단교섭 성과 있으나 ‘직무 가치 평가’로 노사 갈등 줄여야 한단 진단도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교육공무직 집단교섭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교육공무직 집단교섭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교육공무직 등 학교비정규직과 ‘17개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 간 집단교섭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는 자리에서 “제도적인 명시가 부족해 언제든 교섭이 어그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집단교섭을 의무화해 교섭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원장 노광표)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교육공무직 집단교섭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공희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학교비정규직 집단교섭 당사자 현황, 교섭 추진 경과, 교섭의 성과와 한계 등을 짚었다. 이후 노사 교섭 당사자, 고용노동부 관계자, 노무사, 교수 등이 향후 교섭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노측과 사측이 집단교섭을 평가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공무직 집단교섭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이공희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교육공무직 집단교섭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이공희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토론회 참석자들은 집단교섭의 성과로 학교비정규직 임금인상, 직종별 또는 지역별 임금 차별 완화 등을 언급했다. 이공희 교수는 “교육공무직 내 불필요한 임금 차별을 완화해 노동자 간 형평성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며 “근속수당 신설 등으로 공무원과 임금 격차도 어느 정도 줄였다. 다만 장기근속할수록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는 문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교섭의 한계점으로는 불안정한 교섭 구조 등을 꼽았다. 2012년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를 ‘교육감’으로 판단한 법원 판결 이후 교육감은 교섭에 응할 의무가 생겼다. 그러나 사용자의 교섭 의무를 제도화하지 않아 교섭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공희 교수는 “불안정한 집단교섭 구조는 교육감의 교섭에 대한 책임을 낮춘다. 이는 교섭을 통해 반드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낮춰 교섭이 장기화되거나 노사 갈등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초기업수준 교섭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려면, 교섭 제도를 명시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섭 구조 개선 방안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를 사용자단체로 구성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전종근 서울시교육청 노사협력담당관 과장은 “사측 의사결정 구조가 체계적이지 않아 시·도 교육청 간 의견 조율이 어렵고, 실무 담당 공무원들의 순환 보직으로 교섭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있다”며 “사용자단체 구성을 통해 교섭 권한을 명확히 부여한다면 효율적인 교섭 추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대표노무사는 “사용자단체를 구성한다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 확보가 관건”이라며 “더 나아가 사용자단체가 교육감의 정치적 지형으로 인한 외부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외부 전문인력 영입 등을 통한 정치적 독립성 확보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교육공무직 집단교섭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교육공무직 집단교섭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학교비정규직들의 직무 가치 평가가 제대로 안 돼 노사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집단교섭이 장기화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공희 교수는 “교육공무직 내 임금 차등 기준이나 공무원 대비 교육공무직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며 “직무 가치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고민해 볼 수 있겠다”고 제언했다.

박정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실장도 “교육공무직 간 임금 격차가 왜 발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며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직무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직무 가치를 평가하지 않아 노사가 모두 힘들게 교섭하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민간 기업은 노사가 협상을 통해 직무 가치를 평가한다. 학교 등 공공기관은 정부가 주도해 전수조사를 실시하면 된다. 이 부분을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윤태 교육부 교육자치협력과 사무관은 “교육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스스로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며 “정책적 지원 등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이 부분에 대해 향후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철민 고용노동부 공공노사관계과 서기관은 “노사 갈등 완화를 위해서는 노측과 사측의 내부적인 소통 강화도 필요하겠다”면서, “학교비정규직 집단교섭 같은 사례가 모범적 모델로 정착하는 데 있어 고용노동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