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숨진 코스트코 노동자 사인 ‘온열·탈수’로 밝혀져
일하다 숨진 코스트코 노동자 사인 ‘온열·탈수’로 밝혀져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7.11 20:32
  • 수정 2023.07.11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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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지로위·마트노조, 코스트코 하남점서 숨진 노동자
사망진단서 공개···“중대재해 조사” 요구
마트산업노동조합과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가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코스트코 하남점 혹서기 노동자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지난달 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일하다 쓰러져 숨진 노동자의 사망진단서가 공개됐다. 사인은 폐색전증과 과도한 탈수, 온열 등으로 노동조합은 중대재해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위원장 정민정)과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코스트코는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황망한 죽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고, 노동부는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지난달 19일 고인의 사망 원인을 폐색전증으로 들었으나 장례 이후 담당의에 코스트코의 업무 환경을 설명한 후 과도한 탈수, 온열 등도 사망 원인이라는 진단을 다시 받게 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폐색전증을 유발한 것은 업무환경에 있었음을, 다시 말해 코스트코의 근무환경이 원인이 돼 폐색전증이란 결과가 도출됐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코스트코는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요구에 자신들의 제도와 근무환경은 잘 갖춰져 있다며 일축해왔다. 그런 곳에서 왜 노동자가 사망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 29세인 고인은 2019년 코스트코 하남점에 입사해 계산대에서 캐셔로 일을 시작했다. 사망 당시는 고인이 주차장으로 발령나 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를 맡았던 때로, 지난달 19일과 18일엔 하남시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지만 고인이 일하던 장소에 별도의 냉방 시설과 온도계는 마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17일은 토요일로 주말 고객이 늘어나 업무량이 급증했다. 고인의 핸드폰에 기록된 자료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며칠 전부터 하루 평균 3만 6,000보, 22km를 걸으며 일했다. 지난달 18일엔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잘 안 된다”는 메시지를 유가족에게 남기기도 했다. “조퇴하고 싶어도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호소를 들었단 동료의 증언도 나왔다. 코스트코의 계산대와 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계속 서서 일해야 할 뿐더러 업무 시간 중 앉아서 쉴 곳이 없다.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아버지인 김길성 씨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산재 처리는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병이 없던 아들이 회사에서 일하다가 죽었는데 왜 업무상 연관성이 없냐”며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죽어간 아들을 생각하면 목이 메고 원통하다”고 호소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비용 절감을 위해 쥐어짜듯 일을 시키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제때 구비하지 않은 코스트코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측의 과실로 인한 산재임을 인정하고, 제대로 책임지고, 제대로 재발 방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편 기자회견 이후 노동조합과 이재명 당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코스트코 하남점을 방문해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휴게실을 살펴보는 등 현장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