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사망 사고 100일, 노동자 90% “회사 반성 없다”
코스트코 사망 사고 100일, 노동자 90% “회사 반성 없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0.05 15:29
  • 수정 2023.10.05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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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노조, 현장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국회서 공개
“사망에 반성하는 태도 없다” 90.5%, 근골격계 증상 노동자도 84%
5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코스트코 폭염 사망사고 100일, 현장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박건희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 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폭염 속 카트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지 약 100일이 흘렀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회사가 반성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위원장 정민정, 이하 마트노조)은 5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마트노조가 지난달 8일부터 17일까지 전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마트노조의 온라인 설문조사에는 402명의 코스트코 노동자가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사망 사건) 이후 회사가 반성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인다”는 문항에 코스트코 노동자 314명(78.11%)이 “전혀 아니”라고 답했고, “약간 아니”라고 대답한 노동자도 50명(12.44%)이었다. 부정 응답 비율을 더하면 90.5%로, 긍정 응답(9.5%)에 비해 크게 높다.

사고 이후 “서서 일하는 직원을 위한 의자가 제공됐다”는 문항엔 236명(58.71%)이 “전혀 아니”라고 응답했다. “약간 아니”라고 답한 응답자도 69명(17.16%)으로, 부정 응답이 총 75.9%였다. 사고 이후 “회사가 혹서기 휴식시간을 연장했다”는 문항엔 76.6%(308명)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매장 정규 인력이 충원됐다”는 데 긍정적인 응답을 한 노동자의 비율은 20.9%(84명)였다.

아울러 마트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하고 △고질적인 근골계 질환을 겪고 △회원제로 인한 감정노동을 하고 △부족한 근무 인력 문제를 겪는 코스트코 노동자들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숨진 코스트코 노동자는 무더운 날씨에서 하루 약 4만 보씩 걸으며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다 폐색전증으로 일터에서 쓰러졌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사망 사고 이후에도 코스트코의 노동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는 것이 마트노조의 지적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코스트코 노동자의 84.08%(338명)이 근육통 등 근골격계 질환이 있다고 답했고, 전신피로를 호소하는 노동자도 334명(83.05%)이었다. 두통(45.52%)과 수면장애(45.27%), 우울증과 울화증 등 정신질환 증상(36.57%)을 겪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근무 스케줄의 변경이 어렵고(54.5%), 연차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39.3%) 분위기가 코스트코에 있다고 노동자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아파도 참고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의 비율은 84.1%였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직원들은 회사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코스트코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항에서) 임금 인상이 49%인데, (매장 정규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노동자가 70%라서) 노동자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며 “코스트코는 사과도 반성도 개선 의지도 없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코스트코에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높은 제재를 다해 달라.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트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장에서 골병 들고 감정노동에 심지어 목숨까지 잃으며 피땀을 흘리는 한국 노동자들이 없다면 코스트코의 막대한 매출도 있을 수 없지만, 사고 100일이 넘도록 어떠한 사측의 입장표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최근 재개된 단체교섭에서 양보안을 제시해 노동조합 기본 활동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첫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화답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도 마트노조는 요구했다.

의원들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코스트코가 사망 사고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과 그간의 교섭 해태를 문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근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이사를 오는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하도록 요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만들 순 없다”며 “선(제한)들을 갖춰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태조사 결과까지 발표된만큼 국정감사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코스트코가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코스트코 자본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노동자들의 생명, 안전, 건강을 무시했을 때 어떤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지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