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건 꼭 고치고자” 싸우는 문체부 공무직들
“잘못된 건 꼭 고치고자” 싸우는 문체부 공무직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8.24 13:48
  • 수정 2023.08.24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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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공무직 이야기②]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공무직 노동자들
대체인력 예산 없어 산재 악순환, 근속수당 없어 일할 맛 안 나

끝나지 않은 공무직 이야기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뜻하는 공무직. 본래 일용인부, 기타인부 등으로 칭해졌던 그들은 공공부문에 존재했지만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노동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명확한 정의가 없었다. 그랬던 그들이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통해 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대거 체결하게 됐다.

임금과 복지수준이 기관·지자체마다 다르고, 공무원과 각종 수당 등이 다른 공무직의 현안들을 논의하는 ‘공무직위원회’라는 기구도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해 꾸려졌다.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공무직위원회가 종료된 지금의 공무직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위원장 현정희, 이하 공공운수노조)와 조명하기로 했다. 환경부 4대강 물환경연구소,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과기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공무직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근처를 미화직 공무직이 빗자루로 쓸고 있다. 사진은 인터뷰이와 무관하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기사 좀 세게 써 주시면 안 돼요?”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공무직인 C씨가 부탁했다. C씨는 일터에서 일을 문제제기하는 인터뷰를 이미 해봤다고 했다. 그때마다 달린 댓글이 상처가 됐다. “우리 이야기를 하면 ‘그럼 왜 거기 있냐. 더 좋은 데 가라’는 악플이 항상 달려요. 그런데 뭐랄까. 여기가 잘못된 걸 왜 나한테 나가라고 하지? 나는 계속 여기 있을 거고 요구할 건데.”

C씨 옆에 앉은 A씨와 B도 문체부 공무직을 향한 날선 댓글에 마음 아픈 날이 많았다. “내년에 계약하고 싶으면 잘 열심히들 해”라는 말을 매년 들었던 용역 시절부터, 공무직으로 전환되고 또 다른 부당함을 알리기까지 망설여지는 순간이 많았다. B씨는 “나도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어느 정도 경력이 되면 인정을 받아 월급이 올라가면 좋겠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문체부 국립중앙박물관 노동자들이 들려준 문제의 핵심은 예산이었다. 예산이 부족해 휴직자가 생기면 노동강도가 올라가 산재 위험에 놓이고,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인데 근속수당 등이 없어 오래 일해도 임금에 변함이 없다. 내년엔 기재부가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주길 소망하는 시설직 미화직 공무직 A씨와 시설직 B씨, 고객지원 업무를 하는 C씨의 이야기를 들으러 지난 8일 국립중앙박물관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A씨와 B씨, C씨의 실명은 쓰지 않기로 했다.

다쳐 휴직 냈는데도
비워진 자린 채워지지 않아

연중 휴관일 없이 문을 연다던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방학 땐 아이들을 데려오는 사람들로 더 바쁘다. 보통 평일엔 5,000명에서 6,000명, 주말엔 2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청소 노동자 공무직 A씨도 쏟아지는 민원을 처리하는 데 하루를 쓴다. 요새는 화장실이 더럽다거나, 전시관에 토사물이 있다거나 하는 민원을 주로 받는다.

미화직의 업무 특성상 육체노동이 주라 어쩔 수 없이 힘들다는 걸 A씨는 안다. 다만 정해진 인원으로 일하고 싶단 바람이 있다. 병에 걸려 수술이 필요하거나, 일하다 다쳐 휴직하면 그 몫은 남은 동료들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지금은 전시관 한 층을 두 사람이 청소해야 한다. A씨는 “박물관에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오는데 병가로 결원이 생긴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업무 강도가 세지고, 동료들의 스트레스도 점점 쌓여가고 있다”며 “보람을 느낄 때도 있는데 요즘에는 쌓인 게 너무 많으니까 사표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차를 써야만 해 휴무자가 늘어났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미화직 공무직들은 연차수당이 따로 없어 연말까지 연차를 소진해야만 한다. A씨는 “하루에 7~8명이 쉬니까 다른 자리까지 봐줘야 한다”며 “사측에 사람이 필요한데 대체 인력이라도 넣어 줘야 하지 않겠냐 말했는데 계속 연락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민주노총 문화체육관광부 교섭노조연대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근속 인정되는 임금 체계로
일할 맛 나는 일터 만들자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객을 만나온 C씨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기본급이 얼마나 인상됐는지 계산해 봤다고 했다. 1년에 평균 3만 4,000원이 올랐던 걸 알고는 “버는 게 우리 가족한테 도움이 하나도 안 되고 무용지물인 느낌”을 받았다. C씨의 월급 실수령액은 200만 원으로,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점은 근속수당이 없어 오래 일해도 신입과 비슷한 돈을 받는다는 거다.

“직업이라는 게 사람 인생에 있어서 되게 큰 부분이잖아요. 여기서 내 삶의 만족이나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데 이런 상황에서는 좀 자괴감, 무기력감도 있고. 여기서 일하는 분 중에 결혼하신 분도 있고 아이가 있는 분도 있고 자취하는 분도 있는데 그냥 살고만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위해, 인간다운 삶은 없고 그냥 먹고 자고.” (C씨)

용역 때부터 일했던 베테랑 기술직 공무직인 B씨도 공감했다. B씨는 위험수당이나 명절 상여금 등 공무원은 받지만 공무직은 받지 못하거나 확연히 적은 수당이 잘못됐다고 느낀다. “차별이잖아요. 우리도 다 가족이 있고 먹여 살려야 할 자녀도 있는데. 기술직은 천장에 올라가 작업을 하는데 떨어지면 죽을 수 있잖아요. 그런 일을 하는데 기재부에서는 위험수당은 신설을 못 해준다,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해요. 저는 다른 젊은 친구들이 10년 일하고 20년 일했을 때 지금과 똑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B씨)

B씨는 “젊은 친구들이 지금처럼 일하지 않기 위해” 문체부 공무직들을 대변하고 싶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했다. A씨와 B씨, C씨는 점심시간에 피케팅을 하고, 박물관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어 요구를 알리고 있다. “공무직 시켜놨더니 더 난리 친다”는 말을 들어도 분하긴 했지만 활동을 그만둘 순 없었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교섭과 투쟁으로 각종 사업비로 편성돼 있던 인건비를 일부 통합하고, 근무성적 평가가 세 번 안 좋으면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애기도 했다. 공무직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도 훨씬 조심스러워졌다고 생각한다.

C씨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은 진짜 계속 느끼고 있다”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지방박물관까지 해서 1,000명 정도의 공무직이 있다. 그 중 거의 80%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4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최저임금인 거다. 대학원을 졸업해도 전시를 기획해도 다 똑같다. 내가 나가도 이 잘못된 건 꼭 고치고 나가야지. 약간 그런 오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