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산안법 개악 움직임 알리려 거리로 나왔다”
“중처법·산안법 개악 움직임 알리려 거리로 나왔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9.07 08:16
  • 수정 2023.09.07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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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덕수궁 돌담길에서 직장인 점심시간 맞춰 선전전 열려
“시민의 노력으로 어렵게 진일보한 안전 규정 개악 막아야”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FESTA’ 공공성 거리 행사가 열리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FESTA’ 공공성 거리 행사가 열리는 6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길을 지나는 시민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해만 산업재해로 874명(산재 승인 기준)이 숨지는 등 경제 규모(2021년 GDP 기준 세계 11위)에 비해 잦은 산업재해로 한국은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곤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산안법과 중처법 등 안전 관련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를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생명 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공동행동은 6일 낮 12시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생명 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 선전전’을 열고 시민들에게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악하려 한다”고 알렸다. 선전전은 공공운수노조가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진행하는 ‘모두의 삶을 지키는, 공공성 FESTA’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 3월 10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법령정비추진반’을 출범하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명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정부는 “노후한 법령에 대한 현대적 개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노동계에선 “산재 관련 노동자 책임을 강화하고 원청의 책임을 완화하는 식으로 개편될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 관계 법령 개악”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규칙을 일부 완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과 ‘제조업 등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심사·확인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 고시안을 각각 입법예고·행정예고한 바 있다.

선전전에 참여한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 겸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완화하면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안전과 관련한 법들이 무력화된다”고 설명했다. 기준을 완화하면 경영자, 원청 등 책임자에게 산업 안전에 관해 더 많은 책임을 지우게 했던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이는 형사법으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무력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태의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의 설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정부는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법령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과징금 도입으로 형사처벌 완화 ▲경영책임자 의무 축소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연장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3일 ‘킬러 규제’라는 조어를 말하며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인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후 ‘킬러규제 혁신 TF’가 만들어졌으며 범정부 차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산업단지 입지 규제, 외국인 노동자 수 제한 등 전반적인 산업 안전 규정에 대한 완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태의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등 일련의 산재 사고가 세상에 알려지며 생명과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졌다. 이는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으로 이어졌다. 또 이를 토대로 다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까지 왔다”며 “어렵게 진일보한 산업안전에 관한 규정을 정부가 재계의 편을 들며 일방적으로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시민들에게 알려 안전 관련 규정의 후퇴를 막기 위해 오늘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