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한계···기재부, 국립대병원 인력 요청 답하라”
“인내 한계···기재부, 국립대병원 인력 요청 답하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9.12 14:40
  • 수정 2023.09.1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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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 12일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열고
기재부에 “지난 2년 버텼다. 과도한 통제 말라” 요구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가 12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립대병원 인력 정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인내심이 한계에 봉착한”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기획재정부에 “인력 요청 요구에 답을 하라”고 촉구했다.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공동위원장 윤태석·정재범)가 12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과도한 인력 통제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기획재정부를 규탄하고, 주무부서인 교육부가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노조에 조직된 13개 국립대병원 노동조합(강원대학교병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경북대학교병원·경북대학교치과병원·부산대학교병원·부산대학교치과병원·서울대학교병원·서울대학교치과병원·전남대학교병원·전북대학교병원·제주대학교병원·충남대학교병원·충북대학교병원)이 함께하고 있다.

정부의 지나친 인력 통제가
노동자 분노, 환자 피해 불러와

병원과 교섭하고 쟁의행위를 통해 인력 충원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도 기획재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인력난이 되풀이된다는 게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이다. 인건비를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국립대병원들은 일부 시설·장비 항목만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수익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고, 사측도 인력 충원에 동의했는데 기획재정부가 합의를 무력화한다고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지적했다.

서정관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지난해 본원의 경우 병원이 요청한 인력은 154명인데 기재부 승인은 43명이었다. 양산 분원도 병원이 인력 166명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59명만 승인했다. 기준 없는 인력 승인으로 인력이 부족해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고, 아파도 마음 놓고 병가를 못 쓰다 보니 아픈 노동자가 아픈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겠냐는 불만이 있다”며 “만약 국립대병원 인력을 노사 자율에 맡겼다면 부산대병원의 20일간 파업은 없었을 수도 있다. 정부의 지나친 인력 통제가 노동자들의 분노를 자아냈고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충남대병원은 올해 세종 분원의 간호사 증원에 합의했다. 부산대병원은 20일간 파업을 통해 인력 증원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면서도, “하지만 이전의 선례들을 볼 때 노사 합의에 의한 인력 증원은 기재부에 의해 불승인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때문에 안 된다”는 병원···
핵심 의제인 인력·임금 교섭 어려워

병원과 교육부가 기획재정부 때문에 인력 충원이 어렵다며 노동자들과 논의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국립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충북대병원)들이 교섭을 한참 진행하고 있으나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단 한 명도 증원해줄 수 없다는 사측의 입장 때문에 교섭이 풀리고 있지 않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연대본부는 오는 10월 12일 공동 파업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소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단장은 “부족한 인력으로 코로나19를 버티고 버티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줄줄이 사직해 그 자리를 신규 간호사가 채우고 있지만 병원은 교섭 내내 기재부의 통제를 핑계대고 있다”며 “우리는 제비뽑기를 해가면서까지 휴가를 쓰고 있다. 병원은 기재부를 설득해서라도 답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뿐 아니라 임금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에 묶여 있다. 고은별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은 “올해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의 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은 1.7%다. 물가를 반영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인 꼴인데 병원은 그 이상으로 인상을 못 하겠다고 한다”며 “가이드라인 준수는 필수가 아닌 권고임에도 병원의 태도는 완강하다. 민간병원에선 받지 않는 중증, 난치, 희귀질환 환자를 받으며 국립대병원에서 일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지만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연대체는 인력과 임금을 통제하는 기획재정부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여러 차례 해왔다. “지난해 4월에도, 12월에도, 올해 5월에도 이 자리에 섰지만 2년 동안 인력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라고 토로한 정재범 공동위원장(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정부가 방관하는 것”이라며 “매년 인력이 부족해 간호사가 퇴사하고 있다. 기재부는 제발 귀담아듣고 인력 충원에 나서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