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의 노동운동’ 고심 한국노총, 투쟁·조직혁신 계획은?
‘국민 속의 노동운동’ 고심 한국노총, 투쟁·조직혁신 계획은?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9.13 17:29
  • 수정 2023.09.13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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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기자 간담회에서 하반기 투쟁계획·조직혁신안 발표
ⓒ 한국노총
13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기자 간담회를 열어 한국노총의 하반기 투쟁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 한국노총

“한국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존중하는 것만이 한국노총의 입장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대화로 문제를 풀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그래서 정부에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청하는 것이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뭐 하나를 풀면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대화 파트너로서) 한국노총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보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기자 간담회는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지난 5일 결정된 하반기 투쟁계획과 조직혁신안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동명 위원장은 하반기 투쟁계획에 대해 “정부가 사용자들의 소원수리부 역할을 자처하고 있고, 소위 3대 개혁 중 노동개혁만큼은 절대 완수하겠다고 밝혀 온 만큼 법 개정이 아닌 사항들을 중점적으로 남은 하반기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노총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윤석열 정권 심판, 노동입법 관철’을 내걸고 오는 11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를 10만 규모로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위한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 등 사회연대 입법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정년을 통일시키는 정년연장 국민동의청원도 진행 중”이라며 “이런 법안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올해 12월 국회 앞에서 농성투쟁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선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조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시간, 임금체계 개편 등 중대한 노동문제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현 정권 입맛에 맞는 연구회, 자문단 등을 추진하며 한국노총의 의견이나 협조를 먼저 구하지도 않았다”며 “이런 모든 태도를 종합하면 노동 존중이 아닌 배제고 대화와 소통이 아닌 고립과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한국노총의 입장은 지금도 변화가 없다”면서 “그러나 대화는 일방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필요한데, 정부가 그렇지 않다. 이런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총선 관련해서 김동명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총선방침이 정해지겠지만, 개인적으로 기본 입장은 이번 총선에선 박빙의 선거구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살펴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결집해 선거 결과를 뒤바꿈으로써 한국노총의 영향력이 실재한다는 점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13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의 하반기 투쟁계획, 조직혁신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13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의 하반기 투쟁계획, 조직혁신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류기섭 사무총장은 한국노총 조직혁신안에 관해 설명했다. 한국노총 조직혁신위원회는 △윤리성 △투명성 △민주성 △이미지 혁신 및 사회적 책임 강화 △건설산업 구조 개선 및 노조 혁신을 큰 틀로 하는 5대 혁신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관련기사 : 한국노총 11월 ‘10만 결집’ 예고···‘5대 조직혁신안’도 발표)

류기섭 사무총장은 “한국노총은 이번에 마련한 조직혁신안을 관철해 이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권의 ‘건폭 몰이’, 노조 부패집단 프레임 등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직혁신위원회 운영의 핵심은 ‘국민 속의 노동운동’을 향한 한국노총의 혁신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동명 위원장은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은 모든 사안을 극단적인 투쟁이 아니라 상식에 걸맞은 대화와 타협, 소통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한국노총의 책임감을 높게 평가해 주는 것 같다. 반면에 한국노총의 나쁜 이미지는 이익에 민감하고 권력이 누르면 금방 굴복하는 어용 이미지다. 노동자 조직으로서 중심이 없는 인식을 극복하고 싶다. 한국노총도 당연히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직으로서 자존심이 있다. 조직 이기주의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여러 법과 제도를 갖추는 운동에 초점을 맞춰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당당한 면을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규모가 큰 대중조직이다 보니 정부의 각종 배제와 압박에 조직 내부가 흔들리기도 한다.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에 품은 이상, 뜻과 현실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어려움 속에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 ”

류기섭 사무총장은 “조직화된 노동자보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이들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노총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직 내부 윤리성, 투명성, 민주성 강화뿐 아니라 중소기업 노동자, 이주 노동자, 저소득 노동자 등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고 자립 준비 청년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내용도 이번 혁신안에 담겼다. 이런 내용을 담은 조직 혁신 과제는 규약·규정개정위원회, 중앙위원회,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