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쇄에 “공무원마저 하소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쇄에 “공무원마저 하소연”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0.12 14:22
  • 수정 2023.10.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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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등 이주노동자 권리 침해, 지원 인프라 축소 규탄
“대책 없이 규모만 늘렸다···지원 확대와 권리보장으로 정책 전환해야”

이주노동자 유입을 대폭 확대하면서도 정작 관련 예산·인프라는 축소하고 인권은 제약하는 윤석열 정부의 이주노동 정책을 노동·인권단체가 규탄했다. 이들은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거꾸로 가는 정부 이주노동정책 규탄과 총체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숫자 확대만 확대하는 이주노동 정책 중단하고 권리보장 정책을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을 규탄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항의 서한에는 △사업장 변경 지역 제한 철회 및 모든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임시 가건물 숙소 전면 금지 △임금체불 근절과 근본대책 마련 △미등록이주민 단속 추방 중단 △이주노동정책 권리보장 정책으로 전환 △이주노동자 지원 인프라 축소 철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무원도 하소연한다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폐쇄

노동·인권단체는 상담, 교육, 교류 등으로 이주노동자의 체류를 지원해온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폐쇄키로 한 노동부의 방침을 질타했다. 류지호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를 늘리면서 정작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전액삭감 등 지원 인프라는 오히려 없앤다는 (노동부의) 역발상에 너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류지호 상담팀장은 “정부는 민간 위탁이 아닌 지방 고용노동관서와 산업인력공단이 각각 상담과 한국어교육을 직접 수행하는 것으로 사업 수행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지원센터에 대한 평가나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지 민간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정부정책 의지로 예산을 전액 삭감한 후 내놓은 궁여지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허가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내년에 올해보다 더 많은 외국인노동자 도입과 공무원 인원 감축으로 업무량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역상담사 몇 명 고용해준다고 상담업무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오히려 저희에게 하소연하고 있다. 또 산업인력공단은 내년에 일요일에 출근할 수 있다는 우려로 사내 게시판이 난리 났다고 한다. 마치 메뉴 결정도 직원 채용도 못한 채 당장 개업만 서두르는 식당 같다”고 비판했다.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거꾸로 가는 정부 이주노동정책 규탄과 총체적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삼중구조 정책”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직장 이동도, 지역 이동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등 정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법·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산재 사망사고가 내국인 비해 3배나 높은데 이것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아무 것도 없고 참으라고만 한다. 올해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은 1,300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대책도 없다”며 “역대 정부도 마찬가지였지만 현 정부도 이주노동자 필요해서 숫자는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 권리 보장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빈 일자리를 외국인력으로 채우겠다는 것은 빈 일자리가 왜 생기는지를 간과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추진한 외국인력 정책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삼중구조화해 더 큰 차별과 불평등을 양산·확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빈 일자리는 저임금 장시간노동과 낮은 노동조건으로 취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생겼다”며 “마냥 외국인력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없다. 먼저 안 좋은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고 산업구조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를 방치하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단에 이주노동자가 자리 잡으면서 삼중구조화될 것”이라고 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력이 부족한 한국은 자본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업종을 늘리며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고 있고, 그 숫자는 앞으로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자본의 돈벌이, 자본과 이해관계에만 국한되어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근본적 대책도 없고, 고용허가제 제도의 강제노동의 심각한 문제도 전혀 해결할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생산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대체 노동력으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기본적 권리는 박탈한 노예제 사회를 꿈꾸느냐”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력 정책을 관장하는 법무부·고용노동부 등은 이주노동자 유입 규모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점수제(E-7-4 비자)’ 쿼터(규모)를 연간 2.000명에서 3만 5,000명으로 늘리고, ‘고용허가제(E-9 비자)’ 규모는 총 12만 명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사·택배 등 도입 업종도 확대했다.

인권, 지원 정책은 반대로 축소됐다. 지난 7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단위를 충청권, 수도권 등 ‘권역’으로 묶어두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구소멸지역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인데, 정작 이를 뒷받침할 지원책은 없고 노동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비판이 나온다. 숱한 이주노동자를 사망으로 내몰았던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가건물은 종전대로 숙소로 사용토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