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학교 예술강사 지원 예산 50%↓계획···노조 “삭감 반대”
내년 학교 예술강사 지원 예산 50%↓계획···노조 “삭감 반대”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0.23 19:57
  • 수정 2023.10.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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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의 문체부 예산 축소 계획 나와
국감 출석한 이현주 예술강사분과장 “예산 삭감되면 수업 질도 떨어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에 지원되는 내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예산이 올해보다 50% 축소될 계획이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학교 관련 사업예산은 교육청 예산과 함께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예산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8월 말 기준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은 문체부 575억, 시·도교육청 318억, 광역지자체 58억 등 총 951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내년 문체부 예산은 올해보다 50% 줄어든 287억 원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미향, 이하 학교비정규직노조)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예산 계획대로라면 국악·연극·영화·만화애니메이션·무용·공예·디자인·사진 등 수업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학생들의 문화예술교육 수혜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득이 줄어든 예술강사의 생계도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 증액 편성을 촉구했다.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인성·창의력 향상과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기여하고 예술인의 생계 보장을 위해 2000년부터 시행됐다. 학교 예술강사들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계약을 맺고 학교로 파견돼 예술교육을 진행한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 6월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따라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줄어들 것으로 예정된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청 예산만으로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운영하라는 기획재정부 결정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문체부, 교육부, 시·도교육청 합의 하에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교육부는 “우수 예술자원인 5,021명 (학교) 예술강사풀을 활용한 방과후수업을 통해 예술·체육 등 분야의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올해보다 약 6조 8,700억 원 감액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현주 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 분과장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산 삭감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현주 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 분과장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날 오후 이현주 학교비정규직노조 예술강사분과 분과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국정감사에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문체부 예산이 올해 규모만큼 복원되지 않고 지방교육재정에서도 예산이 증액되지 않으면 학교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될 것인지 이현주 예술강사분과 분과장에 물었다.

이현주 분과장은 “교과와 연계된 예술교육 수업도 있다. 교과 과정이 남은 상태에서 학기가 끝나기 전에 (예산 삭감에 따라 수업 시수가 줄어든) 예술강사 출강이 종료가 돼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업의 질이 결과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현주 분과장이 답하고 있다. ⓒ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 캡쳐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현주 분과장이 답하고 있다. ⓒ 국회방송 캡처

학교 예술강사들의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 다루는 이야기도 나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대부분의 예술강사들이 10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이유에 대해 이현주 분과장에 질의했다.

이현주 분과장은 “10개월은 겨울방학을 제외한 기간으로 강의시간만 업무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학 중에 학교 배정이나 시간표 협의, 수업계획, 수업 준비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3월부터 수업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강의시간 외의 업무는 노동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예술강사들의 고용불안 문제는 지난 6월 진흥원이 발표한 예술강사 선발 계획에 따라 더욱 심화된 바 있다. 진흥원이 내년 예술강사 선발 시 신규강사 채용 비율을 10% 또는 20%로 늘리겠다면서 사실상 기존 예술강사들의 감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예술강사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지금까지 진흥원과 문체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류호정 의원은 지금도 고용불안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지 물었다. 이현주 분과장은 “진흥원이 (기존 예술강사들의) 내년 재고용을 약속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예산 삭감까지 예상되면서 내년 사업 운영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 예술강사 TO(정원)도 (진흥원이) 결정할 수 없다고 한 상황”이라며 “많은 예술강사들이 직장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는 류호정 의원의 질의에 이현주 분과장은 “당연히 무기계약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강사는 오랜 시간 계속 같은 일을 수년간 해오고 있다. 기간에 정함이 없이 채용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박은실 진흥원 원장은 이번 국정감사 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의 지적에 따라 내년 예술강사 선발 시 신규강사 채용 비율을 10% 또는 20%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폐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원칙에 따라 학교 교육 현장은 지방교육재정으로 운영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안이 제출되자마자 예술강사 노조와 긴급히 논의했고, 지방교육재정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17개 시·도교육청과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이현주 분과장이 답하고 있다. ⓒ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 캡쳐
2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이현주 분과장이 답하고 있다. ⓒ 국회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