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도 회계 공시키로···“부당한 법, 개정 투쟁 추진”
민주노총도 회계 공시키로···“부당한 법, 개정 투쟁 추진”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10.24 20:23
  • 수정 2023.10.24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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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상급단체 있는 노동조합 단결 억제하는 반노동 악법”
이정식 장관 “노사법치 노동 개혁 성과 나타나”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입구에서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민주노총을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4월 회계 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를 위해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온 고용노동부 관계자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의 회계를 온라인에 공시하도록 한 정부 방침을 수용하기로 정했다. 노동조합 혐오 조장을 차단하고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취지다. 이로써 양대 노총 모두 회계 공시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법치의 성과라고 평가했지만, 양대 노총은 조합비 세액 공제를 빌미로 한 ‘회계 공시 의무화’에 대해 여전히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관련 법 개정 투쟁 등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24일 회의를 통해 회계를 공시하기로 정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민주노총은 “회계 공시 결정은 회계 투명성을 빌미로 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 노동조합 혐오 조장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며 “노동조합을 믿고 민주노총의 방침과 결정에 따라 투쟁해 온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노동부는 이달부터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연말정산 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한 노조법·소득세법 개정 시행령을 시행했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1,000명 이상인 노동조합과 상급단체(총연합·연합단체 등) 모두 2022년도 결산결과를 온라인(https://labor.moel.go.kr/pap)에 공시해야 소속 조합원이 올해 10월~12월에 납부한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1,000명 미만인 노동조합은 공시 대상이 아니지만, 상급단체가 모두 회계를 공시해야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는다. 회계 투명성을 높여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강화한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개정 시행령이 여전히 부당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 산별노조의 하부 조직에도 회계 공시 의무를 부과한 과잉 입법”이라면서 “상급단체가 있는 노동조합에는 3중, 4중의 공시 의무를 부과하여 노동조합의 단결을 억제하는 반노동 악법”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부당한 노조법·소득세법의 개정 (투쟁)을 추진할 것이며 세액공제와 무관한 운영자료 등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개입과 간섭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겠다”며 “하반기에 예상되는 정부의 노동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정책 전환을 강제할 것”라고 했다.

한국노총도 하루 전인 23일 조합원들의 피해를 우려해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결정하며 법률 개정과 헌법소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은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해 사실상 ‘연좌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부분 등에 대해선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돌입”하고 ”노사자치에 입각한 노조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운영을 도모하고, 공권력의 노조운영 개입과 통제의 근거가 되는 노조법상 각종 규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양대 노총 모두 회계를 공시하기로 결정하자 “노사법치를 기반으로 노사관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양대 총연합단체의 참여를 통해 노동조합의 투명한 회계 공시가 확산되면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