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공시 노정 공방···“현장 안착” vs. “폐기 투쟁”
회계 공시 노정 공방···“현장 안착” vs. “폐기 투쟁”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4.03.04 15:35
  • 수정 2024.03.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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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회계 공시 거부 결정, 조합원·국민 신뢰에 부합 안 해”
금속노조 “회계 공시는 탄압 수단···정권의 모든 노조 탄압에 맞설 것”
금속노조가 28일 충북 단양 금속노조 교육연수원에서 ‘58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 금속노조
금속노조가 지난 2월 28일 충북 단양 금속노조 교육연수원에서 ‘58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 금속노조

금속노조가 회계 공시를 거부키로 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조합원·국민 신뢰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회계 공시 요구는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침해하는 탄압 수단에 불과하다’며 회계 공시 거부 결정이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장창열)이 5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노동조합 회계 공시를 거부한 것을 두고 노동부는 4일 “지난해 양대 총연합단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회계 공시에 참여해 이뤄낸 노동조합 재정의 투명한 운영에 대한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에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자율적인 회계 공시를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이유로 거부함으로써 18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납부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입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이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정책점검회의에서 “노사를 불문하고 회계 투명성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이며, 조합원 이익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노동운동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부는 회계 미공시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 미적용 등) 관계 법령을 엄격히 적용하고 노동조합 회계 공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교육‧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노동부의 입장에 즉각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권이 강제한 회계 공시는 노조법에 근거한 정당한 요구가 아니며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침해하는 탄압 수단”이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노동조합의 운영 정보에 대한 알권리는 조합원에 있지 정부에 있지 않다. 금속노조는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를 두고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 등 회의 체계를 통해 지금껏 민주적으로 노동조합을 운영해 왔다”며 “그런데 정권은 마치 전체 노동조합이 집단 비리라도 저지른 양 몰아가며 조합원의 알권리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 오히려 정권이 노조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조 민주성과 자주성을 짓밟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회계 공시만 거부한 것이 아니라 타임오프, 단체협약 시정지시 등으로 번지는 정권의 모든 노조 탄압에 맞서 단호히 투쟁할 것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며 “윤석열 정권이 국회를 우회한 회계 공시 시행령을 폐기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연말정산 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한 노조법·소득세법 개정 시행령이 정부에 의해 시행한 바 있다. 1,000명 이상인 노동조합과 상급단체(총연합·연합단체 등)가 모두 결산 결과를 온라인에 공시해야 소속 조합원이 조합비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1,000명 미만인 노동조합은 공시 대상이 아니지만, 상급단체가 모두 회계를 공시해야만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는다.

금속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24일 이 같은 정부 방침을 수용키로 했지만, 민주노총 내부에선 여전히 회계 공시를 받아들인 결정을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