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큰 물품에···배민B마트 라이더 “자빠지기도”
무겁고 큰 물품에···배민B마트 라이더 “자빠지기도”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1.08 17:52
  • 수정 2023.11.08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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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지부, 지난 한 달간 B마트 라이더 과적 사례 모은 결과 발표
배송 물품 부피 제한 규정 개선, 자동 분리배차 매뉴얼 마련 등 요구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지부장 구교현)가 지난 10월 한 달간 배민B마트 배달노동자들의 배송 물품 지름, 무게를 측정하고 온라인 제보도 받은 결과 168건의 과부피·과중량 물품 배송 사례가 모였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적 사례를 소개하며 배달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과적 배송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배민B마트는 식자재·생필품 등을 배달하는 장보기 서비스다. 소비자가 배달의민족 앱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도심형 물류센터인 B마트에서 물품을 포장해 배달노동자가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때 포장되는 배송 물품 부피가 지나치게 크거나 무거워 배달노동자들이 도로에서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현장 증언이 나오자 라이더유니온지부가 조사에 나섰다.

지난 10월 한 달간 서울 소재 B마트 9개 지점(광진자양·중랑면목·용산한남·마포홍대·강서가양·강서화곡·성동옥수·동대문제기·강남논현)에서 라이더유니온지부는 배달노동자가 배달통 뚜껑을 닫지 못한 채 배송하는 물품들의 지름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 가장 큰 지름은 112cm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지부는 B마트 중랑면목점에서 해당 물품을 수령해 배송했던 조동익 씨에게 위로의 의미로 5만 원 상품권을 수여하기도 했다.

10kg을 초과하는 물품 배송 사례도 조사됐다. 물품 10kg 초과 시 분리배차(상품을 분리하고 라이더를 추가 투입해 배송을 진행하는 것)를 하는 제도가 실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10.32kg~11.36kg의 물품이 분리배차되지 않은 채로 배달노동자 한 명이 배송하는 경우가 있었다.

라이더유니온지부는 분리배차 제도를 모르거나 현장에서 분리배차하는 시간이 지연돼 배달노동자들이 10kg을 초과하는 물품을 배송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 분리배차가 될 수 있도록 매뉴얼 마련, 배송 물품 부피를 제한하는 규정 개선 및 분리배차 절차 안내 공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최근 국정감사장에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나와서 (라이더) 안전 관리 노력이 미흡했던 점을 사과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며 “다수의 국회의원들도 안전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이야기했다. 회사의 노력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달 26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서 산재 방지를 위한 교육 등 배달노동자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조동익 씨를 만나 B마트 물품 과적 배송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동익 라이더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여와혁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조동익 라이더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참여와혁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지난달 지름 112cm의 B마트 물품을 배송했다고 밝혔다. 어떤 물품이었나?

기저귀 대형, 키친타월 대형, 두루마리 휴지 24롤짜리 2팩 등 총 3개의 봉투가 묶인 것의 지름이 112cm였다. 뚜껑이 안 닫혀서 끈을 갖고 다니면서 (물품을) 묶는다. 그러면 또 운전하면서 (물품이) 좌우로 흔들리고 한쪽으로 쏠리기도 한다. 이렇게 과적 물품을 실으면 오토바이가 좌회전이나 우회전할 때 쓰러질 수 있다.

- 과중량 문제는 없었나?

B마트 배달의 경우 라이더가 3건의 콜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그러면 배달 물품 1건이 10kg짜리라고 치면 3건일 때는 30kg이다. 대개 라이더들은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해 한 번에 3건을 배송하려고 하는데 이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는 상태다. 분리배차하는 시간이 긴 것도 문제다. 라이더는 지금 배달 건을 빨리 끝내야 다음 건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10분 이상 시간이 걸리면 10kg이 넘어도 그냥 (물품을) 들고 나가 배달한다. B마트도 이를 알고 있을 텐데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 물품을 배송하면서 아찔한 순간이 있었나?

3개 봉투를 묶은 물품 크기가 너무 커서 2개는 배달통에 넣고 1개는 오토바이 앞부분(발 닿는 곳)에 걸치고 배달했다. 바쁘니까 일단 실은 건데 위험하게 배달했다.

- 실제로 사고를 겪은 적은 있나?

접촉사고는 몇 번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니지만 다른 분들, 조금 나이 드신 분들이 오토바이에 과적 물품을 싣다가 쓰러지는 걸 몇 번 봤다. 저는 7년째 배달하면서 요령이 생겼는데 배달 오래 안 하신 분들은 (오토바이를) 끌고 가다가 무게 때문에 자빠진 것도 봤다.

- 회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어려울 때 배민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래서 (배민에) 고마운 점도 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문제는 B마트 현장 직원을 늘리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이 ‘과적사냥 캠페인’에서 1위에 선정된 조동익 라이더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이 ‘과적사냥 캠페인’에서 1위에 선정된 조동익 라이더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앞에서 열린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주변으로 라이더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여전한 과적실태-부피기준 비공개 비마트 규탄! 비마트 과적사냥 캠페인 결과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배달의민족 B마트 용산한남점 주변으로 라이더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