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쿠팡CLS 심야노동, 배민 프로모션···‘노동자가 위험하다’
[2023 노동 국감] 쿠팡CLS 심야노동, 배민 프로모션···‘노동자가 위험하다’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0.27 10:32
  • 수정 2023.10.27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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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CLS의 사회적 합의, 생물법 위반 가능성 지적···CLS 대표 “사회적 합의 참여는 부적합”
산재 승인 1위 배민 비판에 라이더 안전 투자 약속 언급돼

쿠팡의 새벽 배송 등이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배달의민족의 AI 배차 시스템, 프로모션 제도 등이 라이더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26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새벽 배송 위해 택배기사 ‘장시간 노동’ 한다는 비판에 
홍용준 CLS 대표 “근로여건 열악하지 않다”

지난 13일 경기 군포시 한 빌라에서 60대 쿠팡 택배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부검 결과 ‘심장비대’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 소견이 나왔다. 이후 쿠팡은 고인이 지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설명했지만,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장시간 심야노동을 수행했던 고인의 상황을 고려하면 고인의 과로사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결과로 만들어진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물법)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가 준수하고 있는 게 맞는지를 물었다. 우선 진성준 의원은 “법에 따르면 영업점과 업무 위탁을 계약한 택배서비스종사자이자 원청이라 할 수 있는 CLS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서 (영업점이) 안전조치와 보건 조치를 이행하는지 관리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과 계약했던 군포의 영업점이 고인이 사망한 당일에야 고용 계약 사실을 신고했고 이후에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신고를 했다. 또 제주의 한 위탁업체는 1,652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신고를 무더기로 누락하기도 했다. 파악하고 있나”고 홍용준 CLS 대표이사에 물었다. 홍용준 대표는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 파악했다”고 답했다. 이에 진성준 의원은 “평소에 안전이나 보건 조치를 이행하는지 제대로 관리를 안 하고 계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고인이 주당 평균 52시간 근무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고인이 심야노동을 수행한 것을 고려하면, 뇌혈관 또는 심장질병의 업무상 인정 기준을 다룬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라 심야노동시간에 1.3배를 곱해 실질 노동시간을 산출해야 한다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고인의 실질 노동시간은 67.6시간으로 추정돼 심야에 근무하는 쿠팡 택배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홍용준 대표는 “통상 새벽 배송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이 열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업점에 적정 물량을 위탁하고 조정해 기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백업 기사를 두고 있어 기사들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성준 의원은 백업 기사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질의했고 홍용준 대표는 “영업점 상황에 따라 변동돼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용준 CLS 대표이사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홍용준 CLS 대표이사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영업점이 정해진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위탁 계약을 맺은 영업 구역을 회수하는 CLS의 클렌징 제도가 생물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생물법 2조는 영업점이 일정한 구역을 할당받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영업점과 노동자가 체결하는 표준계약서는 위탁 지역과 수수료 지급 기준을 분명하게 명시하도록 한다”며 “장관께서 생물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이학영 민주당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2021년 사회적 합의 당시 쿠팡은 택배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며 합의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았으나 이후 특수고용 형태의 택배노동자를 더 많이 두고 있기 때문에 향후 사회적 합의 당사자로 CLS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용준 대표는 “일반 택배업계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택배할 물건을 위탁받아서 하는 배송하는 구조인데 쿠팡 시스템은 모회사인 쿠팡에서 판매한 물건들을 배송하는 구조”라며 “CLS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날 홍용준 대표는 최근 쿠팡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사과 요청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이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해 단 한 번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없었다.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인가”라며 “오늘 쿠팡 대표로 나와서 보여준 태도는 국민들에게 대단히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배민 배차 시스템, 프로모션 등 사고율 높인다고 지적돼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 “라이더 안전에 투자할 것”

4년 연속 국감에 출석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올해 1월 대표로 선임된 이국환 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다. 배달의민족 물류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1~8월 산재 승인 건수가 가장 많은 사업장으로 지목됐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우아한청년들 소속 노동자의 산재 신청 건수는 1,319건, 승인 건수는 1,278건이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배달의민족이 최근 산재 승인 1위로 꼽힌 사실을 짚으면서, 배달의민족의 AI 추천 배차 시스템이 라이더 주행 중 사고 발생율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의원은 “현재 배민은 라이더가 배차 수락을 해도 15분 동안 픽업이 안 되면 배차 확인 메시지를 발송한다. 메시지 확인이 안 되면 배차가 취소되기 때문에 라이더가 주행 중에도 손으로 메시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최소 4번 정도 버튼을 정확하게 눌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의원은 라이더 안전을 위해 AI 음성 서비스 도입을 제안했다. “배민은 라이더에게 GPS 정보를 사용한다는 동의를 받는다. 배민이 이동이 중단된 라이더를 확인할 수 있다”며 “배달 진행 여부 확인은 AI 음성 메시지로 보내고 음성으로 (라이더의) 대답을 받으면 주행 중 위험한 상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이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배달의민족의 라이더 인센티브 지급 요건이 라이더들의 속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배달포인트 1600점 달성 시 인센티브 100만 원을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은주 의원은 “라이더들이 1600포인트 달성을 위해 한 달에 20일, 하루 8시간씩 일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하루에 80건 정도 배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진성준 의원은 “그런데 1시간에 3개 반 정도 배달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한다. 결국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배민이)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국환 대표는 “비현실적인 프로모션 조건으로 인해 라이더님들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프로모션 내용에 대해 노사 협의를 하고 있냐는 진성준 의원 질의에 대해 이국환 대표는 “프로모션은 급하게 진행할 때도 있다 보니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진성준 의원은 “(라이더)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모션 때문에 무리한 운전을 하게 되고 그러면 산재는 계속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국환 대표는 “산재 관련해서 할 수 있는 것들 중 최선은 일단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내년에 걸쳐서 실습 교육장을 더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며 “라이더님들이 좀 더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을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라이더 산재 통계를 보면 교통사고 중심이다. 근골격계, 심혈관계 질환 등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산재 건수가 있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진 않는다. 안전 관련 메시지도 보내고 교육도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산재를 막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 방안이 제대로 파악돼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오토바이 안전장치 보강에 대한 우아한형제들의 역할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정 위원장은 “회사에서 같이 상생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안전장치 등을 고민해 볼 수 있겠냐”고 물었고, 이국환 대표는 “말씀하신 부분이 관련 법에 문제되지 않는지 살펴보고 방법을 한번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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