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환노위 의원실에 듣다
[2023 노동 국감] 환노위 의원실에 듣다
  • 강한님·박완순·정다솜·백승윤·임혜진·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0.10 17:46
  • 수정 2023.10.11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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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노조탄압·노동개혁·비정형 노동에 촉각
장투 사업장 이슈도 부각 계획···일각선 ‘물국감’ 우려도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국회에서 노동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올해 국정감사에 출석을 요청할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한 가운데, 소속 의원실들도 질의 준비에 한창이다.

1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환노위 여야 위원들은 노동 이슈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기업인·노동자들을 국감장에 불러낸다. 정부 노동 정책 관계자들을 국감장에 세워 답변 보완을 요청할 수도 있다.

환노위가 지난달 26일 의결한 증인·참고인 명단에는 샤니·코스트코·DL E&C·세아베스틸·롯데건설 등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들과 최근 장기 임금체불로 화두가 된 대유위니아 사측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관련기사 : [2023 노동 국감] 환노위 증인·참고인 명단은?)

환노위가 결정한 명단을 엮을 키워드와 정책 과제는 무엇일까. <참여와혁신>이 국정감사를 앞둔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실에 올해 노동 국정감사의 쟁점을 물었다. 환노위에 소속된 15명의 의원 중 11명의 의원실 관계자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① 12일 고용노동부 국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 호명

반복되는 중대·산업재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정감사의 큰 줄기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2일 민주당 의원들은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이사, 마창민 DL E&C 대표이사, 김진 롯데건설 안전보건실장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호출해 산업재해 발생을 질타할 계획이다.

지난 6월 폭염 속 코스트코 지하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를 하다 쓰러져 숨진 노동자의 친형도 국감장에 온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젊은 노동자가 온열 속 사망한 사고인데, 100일이 됐는데도 중대재해 (수사 결과) 등이 나오지 않았다”며 “유족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는 의미로 참고인 요청을 드렸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도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산업재해 문제를 들고 나온다. 이주환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증인 요청(차승열 KCC ESH 위원장)한 내용처럼 부산 연제구 거제2구역 레이카운티 중대재해 발생을 주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며 “중대재해는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기도 하고, 우리 지역구에선 현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 및 생명 안전 갱가 저지 순회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DL이앤씨 중대재해 희생자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달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 및 생명 안전 갱가 저지 순회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한 DL이앤씨 중대재해 희생자의 어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야당은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의 원인이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에 있다 판단하고 관련 질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산재 사고 같은 경우는 회사 측 잘못도 당연히 있지만 고용노동부 문제도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도 “우리도 중대재해, 산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물론 기업의 의제도 중요하지만 노동부의 관리감독 부실도 지적하려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와 밀접한 법·제도 개선을 화두로 띄우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가운데, 경영계에선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뒤로 미루거나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중대재해와 윤석열 정부 노동 탄압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재계에서 규제 완화, 유예 움직임이 거세서 방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가가 산업재해를 보다 면밀히 챙기도록 역할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요구하는 의견도 나올 전망이다. 최근 ‘산업재해 선보장을 통한 국가책임제’를 목표로 산재보상보험법을 발의하기도 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실은 “우원식 의원이 생명안전기본법에 관심이 많고, 본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흐름도 주요 관심사”라며 “노동자 생명, 안전 문제를 핵심으로 국감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7일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 사망이 잇따랐던 김철희 세아베스틸 대표의 증인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태아산재 피해자가 산재 피해 역학조사가 장기화돼 벌어지는 문제점을 23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 시작 전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들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향해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지난 5월 진행된 상생임금위원회 토론회 시작 전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활동가들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을 향해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② 17일 경사노위·노동부 소속기관 국감
노조 탄압·노동개혁·부당노동행위 등 화두

17일 경사노위·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선 앞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부른 세아베스틸 대표의 중대재해 문제를 비롯해 노동조합 탄압과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등 사안이 광범위하게 다뤄진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를 따르지 않는 노동조합의 사례를 꺼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안동시청 공무원을 참고인으로 불러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의 규약 내용을 문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조를 비롯한 산별노조의 규약 중 집단탈퇴를 제약하는 내용을 없애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국공무원노조에 조직됐던 안동시지부는 집단 탈퇴를 의결했으나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동하는 자에 대해선 징계 절차 중에라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등의 규약으로 지부장의 권한이 정지된 바 있다. 다만 김형동 의원실은 해당 참고인이 의결은 됐으나 “아직 합의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 전반에 걸쳐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성을 문제시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과로사가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들이 있었고, 이를 개선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과로사 자체가 장시간 근로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부의 기조와도 당연히 반대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불법파견으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이국균 평택항일반노동조합 위원장과 손창호 한진 평택 컨테이너터미널 대표를 국감장에 세우려 한다. 평택항 컨테이너에서 하역·적재 업무를 하던 40여 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6월 하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고 불법파견 진정을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낸 상태다.

프랑스 글로벌 주류기업 페르노리카의 한국 법인인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장기간 노조 탄압 혐의도 다뤄진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의 국감장 출석을 요청한 이수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노조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희롱 문제와 노조 혐오가 심해서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증인·참고인 명단을 의결할 때 마지막까지 논쟁이 됐던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도 17일 국정감사에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유위니아 가전 3사의 체불임금이 533억 원이란 사실을 확인했고, 야당 의원들은 지불 능력이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유위니아 관련 질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 임금체불의 규모도 인원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차원의 대응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소비자, 자영업자 배달비 인상 없는 라이더 배달료 인상을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및 2차 파업 예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5월 16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소비자, 자영업자 배달비 인상 없는 라이더 배달료 인상을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및 2차 파업 예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③ 26일 고용노동부·경사노위 종합국감
비정형 노동실태·외투기업 먹튀 도마

26일 고용노동부·경사노위 종합국정감사에선 배달산업 노사가 나란히 국감장에 자리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물류를 담당하는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각각 신청한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은 “배달 라이더 산업안전 문제 등 플랫폼 노동자 문제를 많이 다뤄보려 하고 있다”며 “우리 의원실 활동 방향이 노동시장에서 더 약한 사람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2일 국정감사에도 남선일 배달라이더를 참고인으로 불러 고객 갑질과 산재 문제를 조명할 예정이다. 같은 날 프리랜서로 일하는 헬스 트레이너도 이수진 민주당 의원의 요청으로 국감장에 온다.

아울러 26일 국정감사에선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이 자리해 외투기업의 ‘먹튀’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를 말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엔 외투기업이 폐업할 때 정부 기관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해 국정감사 준비에 예년처럼 힘이 상대적으로 실리지 않았단 의견도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 등이 겹치며 준비 역량이 분산된 탓에, 힘이 떨어진 국정감사 결과가 법·제도 개선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감에서 환노위에서 다뤄질) 이슈들은 상임위 차원에서 계속 쟁점이 됐던 거고, 이번에 특별히 부각될 만한 정책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SPC 같은 경우도 개별 사업장의 문제를 갖고 하는 거지 제도 개선 이슈로 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야당은 대기업 총수가 증인 명단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을 불러 중대재해 등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약속을 확실히 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허성인 SPC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자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환노위 전체회의장에서 “그룹 총수는 안 되는 거냐”고 항의한 뒤 퇴장하기도 했다.

증인·참고인 명단은 여야 간사 의원(이수진 민주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합의가 주요하다. 여야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증인·참고인과 국정감사 일정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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