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여야 한목소리로 직장 내 ‘갑질’ 지적
[2023 노동 국감] 여야 한목소리로 직장 내 ‘갑질’ 지적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0.18 12:00
  • 수정 2023.10.18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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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분쟁 사업장 페르노리카코리아, 환노위 여야 모두 질타
잔심부름시킨 가네보코스메틱코리아와 게임업계 갑질도 도마 위에 올라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7일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경사노위 및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선 노동자·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이용자(고객)의 ‘갑질’ 문제가 지적됐다. 7년째 노조 탄압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페르노리카코리아, 직원에게 아내가 다닐 마사지 가게를 알아보게 한 가네보코스메틱코리아의 대표이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사용자뿐 아니라 고객의 갑질에도 무방비 상태인 게임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는 7년째 대치 중으로 임금협약은 7년째, 단체협약은 6년째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이사가 2018년 환노위 국정감사와 2021년 안경덕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노동조합 탄압 문제로 소환됐을 정도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오랜 노사 분쟁 사업장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이사에게 “대표이사 취임 후 노사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고용노동부가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 생리휴가 거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잘못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는 “조사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혐의가 인정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수진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에게 “노동조합 대표가 사장실 앞에서 교섭을 요구하고 있을 때, 대표이사는 대표실 안에서 책상 위에 다리를 꼬아 올려놓은 채 (노동조합 위원장을) 무시했다고 들었다”며 “이것은 한국인에겐 모욕감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는 짧게 “한국의 법과 법치주의를 존중한다”고 답했다.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의 짧은 답변이 계속되자 여야 의원 모두 그를 질타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 분쟁은 2018년과 2021년에도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국회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도 “사측 답변이 성의가 없다”며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하형소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청장에게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히가시우라 미치나오 가네보코스메틱코리아 대표가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히가시우라 미치나오 가네보코스메틱코리아 대표이사에게 노동자에게 직무 외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 것에 관해 물었다. 히가시우라 대표이사는 노동자에게 아내의 병간호뿐 아니라 아내가 다닐 마사지 가게와 아들의 여드름 치료제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는 문제로 물의를 빚었다. 히가시우라 대표이사는 개인적 심부름을 시킨 것이 사실이냐는 윤건영 의원의 질문에 “정중하게 부탁드린 적은 있다”고 답했고 윤건영 의원은 “그것이 갑질이고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의원은 “갑질 피해를 당한 노동자는 현재 정신적 피해로 병가를 내고 쉬고 있다”며 대표이사에게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히가시우라 대표이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피해자를 만나지 못했다”며 “만나게 된다면 사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게임업계의 만연한 갑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여성 게임노동자들은 사용자뿐 아니라 게임 이용자로부터도 갑질을 당하고 있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난 7월 악성 게임이용자들이 한 게임 회사 노동자의 SNS를 뒤져 해당 노동자가 페미니스트라며 게시판 등에 폭언을 하고, 회사에 해고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회사 대표는 노동자를 보호한 것이 아니라 대표 명의로 글을 올려 해당 노동자와 계약 종료를 공지했다. 결국 해당 노동자는 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는 업무와 관련해 3자로부터의 보호조치를 명시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설 위원장은 “게임 회사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면접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여부를 묻는 말, 임신·출산 계획에 관한 질문 등도 빈번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2021년 10월 14일부터 2023년 8월까지 산업안전보건 관련 노동부 근로감독 4만 6,000여 건 중 게임 회사에 관한 근로감독은 단 1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우원식 의원은 “이런 게임업계의 만연한 갑질을 없애려면 특별근로감독 등을 통한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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