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윤 정부 노동정책 정조준
[2023 노동 국감] 윤 정부 노동정책 정조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0.12 20:16
  • 수정 2023.10.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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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산재·고용보험·노동시간 등 노동정책 “퇴행” 지적
여당 “윤 정부서 갈등 심하단 건 억측”, 장관 “소신껏 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올해 첫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반면 여당은 “보수 정권이라서 노동자들에게 가혹할 것이란 프레임을 고용노동부가 아니라고 나서서 반증해야 할 것”을 주문했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12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실에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날 환노위 위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주요 관계자들에게 노동정책의 실효성을 묻고 보완을 요청했다. 특히 근로시간 개편과 고용보험, 직무성과급제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와 회계공시, ‘건폭’ 발언 등 노동조합에 등을 돌리는 방향성이 문제시됐다. 계속되는 산업재해와 온열·한파로 인한 일터에서 사고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야당을 중심으로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라서 노사갈등이 심하단 건 억측”이라며 반박 자료를 제시했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문제점을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챙겨보겠다”면서도, 노동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그간 노사자치란 이름으로 법치가 방치됐고, 정부는 법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단속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해 말했다.

근로시간 개편 설문조사
설문지도 못 보여준단 노동부

질의 시작 전부터 여야는 고용노동부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와 증인 출석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설문지 제출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 7월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실업급여 공청회에서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은 고용노동부가 해당 설문조사 내용과 결과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한국노동연구원이랑 한국리서치센터가 연구 용역을 했는데, 계약 만료가 지난 8월 31일이었다. 6,000명 설문조사 해서 여론조사를 하는데 무엇을 더 검토하고 만들어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언제까지 연장했는지 의견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박정 환노위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국가기관은 국가기밀 사항이 아니면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말했지만, 이정식 장관은 “일부가 왜곡되거나 오해돼서 혼란이 야기되면 차분한 제도 개선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전문가에게 맡겨 방안이 마련되면 공유를 드리겠다고 약속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근로시간 제도개편에 이어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혁 중 하나로 추진했던 고용보험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전국민고용보험을 이어서 추진할 거라 말씀하셨는데, 윤석열 정부의 고용보험 개편의 큰 방향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고, 수급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사각지대 해소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라이더 대리기사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비해 수급자격과 행정처리 과정이 까다로운 점을 지적했다.

이 지적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 정책기조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거고, 5인 미만이나 특고 등 사각지대 해소 지적은 가져가고 있다”며 “미처 못 챙기는 부분 있을 수 있는데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연세의료원 노사의 주4일제 실험 중간점검 결과를 언급하며 “노사의 노력에 어떤 지원을 했냐”고 묻기도 했던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압박했단 의혹을 짚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고용노동부가 (산하기관에)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라고 겁박했다는 기사가 있다”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방치하면서 노사 자율 사안인 직무성과급 도입은 왜 겁박하느냐”고 물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수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겁박, 꼼수 이런 표현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직무급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 수단이기도 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하는 거다. 정부는 그런 인프라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동자 안전 예방에 무엇 했나
질의에 노동부, 중처법 유예 시사

산업재해가 이번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만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책임을 묻는 의원도 여럿이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해당하는 산업안전이 후퇴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 왜 이렇게 하는 거냐”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취임사에서 말했는데 정말 부끄럽지 않나. 후배들에게 비판받지 말고 장관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박정 환노위 위원장도 “지난 3년간 산업재해가 꾸준히 늘고 있고, 매일 6.1명의 노동자들이 돌아가시고 있다”며 “산업재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게 맞는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폭염·한파로부터 노동자 안전을 지키려면 현재 가이드라인과 권고 수준으론 부족하다는 점을 말했다.

쿠팡물류센터의 사례를 든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올해 33도 이상의 폭염이 19일 있었고, 쿠팡 물류센터 현장에서 24시간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산재 승인 환자는 없다고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 했음에도 허점이 있는 거 아닌가. 쿠팡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지속적 기획감독과 작업중지, 휴식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건설현장의 체불임금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체 산업) 체불사업장 근로감독을 3만 400여 곳을 했는데 건설업 근로감독 비중은 고작 5.3%에 불과했다”며 “건설현장에선 계란 프라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지난 5년간 17명의 건설노동자가 온열로 사망했다. 이 문제는 사회적 비용으로 해결해야 하고, 건설공사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여기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예산이나 인력 등 지원을 많이 했지만 (50인 미만) 83만개 사업장 중 40만개 사업장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신중해야 한단 입장을 내비쳤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엔 “이학영 의원도 말씀 주셨지만 그간의 법제도가 제조업 중심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33도일 때 10분, 35분일 때 15분 (휴식시간 등) 구체적인 것들은 권고나 가이드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고 답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여, 윤 정부 노사관계 불안? “프레임”
장관, “엄정하게 하면 모두가 좋아져”

“야당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노사관계가 불안하지 않나. 정부 주도적으로 노동관계에 개입하지 않나, 건설 조합원에 가혹하지 않나 제기하는데 반론을 펴 보려고 한다”며 발언을 시작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연도별 근로손실일수를 노사갈등이 심하지 않단 근거로 내놨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연도별 근로손실일수가 올해 9월 253일이고, 17년 862일, 21일 472일, 22년 344일인데 파업이 늘어났다고 볼 자료는 없는 거 같다. 윤석열 정부에서 노사관계 내지 노사갈등이 심하다는 건 억측이 아닌가 싶다”며 “윤석열 정부는 보수 정권이기에 노동자들에게 가혹할 것이란 프레임을 노동부가 나서서 아니라고 반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말했다.

이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관계는 노사대등의 룰을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법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단속해야 한다”며 “그간은 노사자치란 이름으로 법치를 방치한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법치가 노동탄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반발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다수는 법을 지키면서 하고 있고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현상으로 지적한 것”이라며 “엄정하게 하면 저는 모두가 좋아질 거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성이 잘못됐단 이유로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에 고용노동부가 우려를 표한 점을 꺼낸 의원도 있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노동개혁, 노동정책에 문제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약자와 동행을 추구하면서 20년 이상 근무했는데 월 200만 원 받는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기업 사용자랑 교섭 좀 하자는데 그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냐”라며 “이런 식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윤석열 정부의 약자 동행은 가짜고, 심하게 이야기하면 사기”라고 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계획 등에 초점을 맞췄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외국인력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과 시대적 흐름에 배치되는 예산 편성이라고 보여진다”며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외국인 유입은 늘어나고, 인권은 보호하고, 재정 건전성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9개 거점센터에 인건비가 지원됐는데 123명의 인력 중 52명만 상담 업무를 했다”며 “노동부의 역량과 산하기관의 노하우, 지자체와 상담과 컨설팅, 법률구제를 원스톱으로 체계적으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연기자의 처우 개선을 이슈로 띄웠다. 지난해에도 임이자 의원은 보조출연자들의 처우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 있다.

“연기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표준계약서를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임이자 의원의 발언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람을 위한 법이 국회에서 빨리 제정되길 바라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 등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고용노동부 사업에 대한 국정감사 이후 환노위 위원들은 사전에 요청한 증인과 참고인들을 상대로 질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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