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말말말’
2023 노동 국감 ‘말말말’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1.08 13:07
  • 수정 2023.11.08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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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노동정책·산업재해·노사 자치vs 법치
플랫폼·프리랜서·괴롭힘 등 다양한 키워드 나와
올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3주간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26일 고용노동부 종합감사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윤석열 정부 1년 5개월 차에 진행된 올해 국정감사에서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증인·참고인 명단 의결부터 갈등을 겪었다. 국정감사 중에도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노동정책과 방향성을 문제시했고, 여당 의원들은 반론했다. 그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이 양대 노총 소속 노동조합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남은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의 노동 키워드와 내년 총선 전까지 국회에서 어떤 법·제도개선에 집중할지를 엿볼 기회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정부의 답변, 증인·참고인들의 주요 발언을 요약해봤다.

국감장 피한 대기업 총수들과
중처법 유예 시사한 노동부 장관

“그룹 총수는 안 된다는 거냐”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일으킨 대기업 총수들이 증인·참고인 명단에서 빠지자 9월 27일 진행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 노동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진짜 책임자’인 원청이 국감장에 서야 한단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도 증인·참고인 명단엔 허영인 SPC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10월 19일 진행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들을 포함한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 명단에 추가하는 데 합의했지만 허영인 회장과 이해욱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결국 불참했고, 환노위 마지막 국정감사 날 야당 의원들의 주도로 이들에 대한 청문회 개최가 결정됐다.

“투자도 열심히 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죄송하다”, “통상 새벽 배송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이 열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 홍용준 CL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각각 한 말이다. 산업재해가 빈번한 그룹의 총수인 허영인 SPC 회장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대신 증인석엔 계열사 대표들이 자리했다. 이강섭 대표이사는 연신 죄송하다고 말한 반면 홍용준 대표는 “영업점에 적정 물량을 위탁하고 조정해 기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백업 기사를 둬 기사들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과로에 대한 반론을 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예산이나 인력 등 지원을 많이 했지만 (50인 미만) 83만 개 사업장 중 40만 개 사업장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월 12일 진행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시사했다. “산업재해 80% 이상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지 않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엔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올해 통계를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사업장은 (중대재해가) 감소하거나 비슷한데, 적용되지 않는 곳에선 중대재해가 줄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역학조사라는 이름으로 사람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산재 국가책임제’를 주장해온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에 산업재해와 관련한 법·제도의 미비한 점에 초점을 맞췄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0월 12일 밤까지 진행된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산재 선보장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해 11월 중 공청회를 열자는 여야 공감대를 얻기도 했다.

근로시간·실업급여·이주노동자 등
정부 노동개혁 방향성 질타

“그게 숨기는 거다” 이정식 장관이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와 설문지를 진성준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하지 않자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설문지라도 제출해달라고 이정식 장관에 말했지만, 이정식 장관은 “일부가 왜곡되거나 오해돼서 혼란이 야기되면 차분한 제도개선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아 기다려주시면 완성된 형태로 보고를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 일할 수 있어 논란을 빚었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공개한 뒤 근로시간과 관련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결과 발표가 늦어져 비난을 샀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전국민고용보험을 이어서 추진할 거라 말씀하셨는데, 윤석열 정부의 고용보험 개편의 큰 방향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고, 수급요건을 까다롭게 하고, 사각지대 해소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간과 더불어 정부·여당의 주요 노동개혁 과제로 꼽히는 실업급여 이야기도 등장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라이더와 대리기사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비해 수급자격과 행정처리 과정이 까다로운 점을 예시로 들며 “노동정책이 말 따로 몸 따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외국인 근로 정책은 이대로는 부족함이 많아 보인다” 저출산·고령화로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도 이번 국정감사 전반에서 다뤄졌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고용노동부 소관 비자(E-9)가 아니더라도 외국인 노동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예산도 전액 삭감했는데 외국 인력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과 시대적 흐름에 배치되는 예산 편성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정식 장관은 “외국인 유입은 늘어나고, 인권은 보호하고, 재정건전성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노동부, 노동부 산하기관, 지자체와 상담과 컨설팅, 법률구제를 원스톱으로 하는 체계로 바꾸고자 한다”고 답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이렇게 많이 삭감한 이유가 뭔가” 2024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고용노동부에서 사업 예산도 종종 화두가 됐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청년 일자리 지원 예산이 삭감된 점을 말하며 “청년 일자리 지원 예산이 9,800억 원 삭감됐고, 청년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인 국민취업제도는 23.1% 삭감됐다”며 “청년, 사회적 기업, 취약계층에 관한 일자리 예산 삭감이 노동부 할 일인가”라고 물었다. 이 지적에 이정식 장관은 “한시적으로 사업이 만료된 것이 (예산 삭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자산 형성 같은 것들은 다른 부처에서 유사한 기능이 있어 그 쪽으로 했다. 청년 일자리 장려금은 다른 형태로 전환했다”고 반박했다.

양대 노총 ‘힘 빼기’·대화 배제
기조 가져간 여당, 노사 법치도 강조

“당사자들, 조선업 종사자, 플랫폼, 방송연기자 노동자들 많다. 이 분들과 (대화) 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런 결단이 필요하지 않냐” 정부 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배제하거나, 양대 노총이 아닌 노동조합에 자리를 열어두려는 움직임이 이는 가운데, 10월 17일 경사노위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양대 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다른 노동자들과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는 게 어떠냐고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에 제안했다. 이후 양대 노총이 회계공시를 결정하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양대 노총이 통 큰 결단을 했는데 사회적 대화 틀에 양대 노총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이정식 장관과 김문수 위원장에게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김형동 의원실 

“근로자를 위한 제3의 노동조합이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사업장별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가 시행하는 유니온숍을 지적했다. 유니온숍은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가 일정 기간 내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정하는 제도로, 김형동 의원은 국내 전체 공공기관 347개 중 47개(13.5%)가 유니온숍 협약을 체결한 점을 언급하며 “신규 입사자의 노조 선택권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부당노동행위 처벌대상에 노동조합도 사용자와 함께 포함하는 방법으로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 사용 인원과 타임오프 시간이 법정 한도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사 자치와 법치를 두고 노동계와 정부가 갈등을 겪어온 것의 연장선이다. 여기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근로시간면제는 노사 자율적 협의에 의해서 사용해왔다”며 “이를 정부 지침으로 강제하는 건 노사 자율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사용자 책임 회피하는 장투 사업장
사측 관계자들 올해도 국감장 불려와

“한국의 법과 법치주의를 존중한다” 7년 동안 노사 대립을 겪고 있는 페르노리카 노사는 이번 국감장에 다시 나란히 섰다. 노동조합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는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이사가 짧은 답변을 계속하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고,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사측 답변이 성의가 없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청장에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직원들과 대화하는 건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코스트코코리아의 단체교섭 해태를 지적한 것에 대한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이사의 대답이다. 조민수 대표이사는 “직원들과 대화하는 건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직원 하나하나의 의견을 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가고 실행해가는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민수 대표이사는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20대 노동자 고 김동호 씨가 숨진 것을 두고 “병을 숨기고 있지 않았냐”고 말했단 의혹에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확보한 자금은 체불임금 변제에 최우선으로 쓸 생각”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은 6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임금 체불을 해결하겠다고 환노위 국정감사장에서 약속했다. 박영우 회장은 “그룹 경영을 잘못한 것 같다. 사과드린다”며 대유 몽베르CC 골프장, 경기도 성남의 R&D 부문 사옥, 멕시코 생산공장 등을 매각해 체불임금을 변제하겠다고 말했다. 환노위는 임금체불 해결 과정을 박영우 회장에 보고받기로 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보호할
법·제도 개선 필요성에 여야 공감

“헬스트레이너 등 생활체육산업 노동자들이 사업장에 종속돼서 일해야 한다면, 근로자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4년 동안 일한 참고인 A씨는 이수진 민주당 의원의 요청으로 국감장에 나와 ‘무늬만 프리랜서’ 실태를 증언했다. 노동관계법 밖에 있는 플랫폼·프리랜서를 포괄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나왔다. 관련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한 기본권을 법제화하자는 것이 (윤석열 정부 과제로)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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