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꽉 막힌 사회적 대화’ 책임론
[2023 노동 국감] ‘꽉 막힌 사회적 대화’ 책임론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0.17 23:26
  • 수정 2023.10.17 2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일 환노위 국정감사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해
“경사노위 정상화 위해 위원장 그만둬라”, “의원 품격 지켜라” 고성도 오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대한 책임 공방이 오르내렸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로, 경사노위에 참여해오던 한국노총은 앞선 6월 하청노조 투쟁을 지원하며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게 투입된 공권력이 과잉 진압이라며 항의의 의미로 참여를 전면 중단한 바 있다.

경사노위법상 본회의원회 근로자 위원은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 대표자거나, 노동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에 탈퇴한 이후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한국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 본위원회가 개최될 수 없다.

17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본관에서 진행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는 경사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 12개의 지방노동위원회 등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을 대상으로 열렸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경사노위가 재개되지 않는 이유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성에 있다 지적했고, 김문수 위원장은 “(노동계의)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감정이 격해진 김문수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 사이 고성도 오갔다. 여당 의원들은 노동계가 소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란 주장을 폈다.

멈춘 경사노위 책임?
여당 “노동계”, 야당 “김문수 위”

가장 먼저 질의를 시작한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이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대책을 말해달라”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이룬 경사노위 사회적 합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해서 윤석열 정부에서 절차적으로 마무리했던 거다. 한국노총 불참 선언 이후 경사노위의 입장을 보면 노동개혁 과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달라고 한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때려잡겠다는 노동개혁을 위해 경사노위에 나갈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문수 위원장은 “여러 가지 각도로 (노동계를) 만나고 간부들도 만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위원님들이 많이 도와달라”며 “노사관계 합리화를 위한 자문단과 이중구조 해소, 고령사회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한국노총이 주요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한국노총이 참여하지 않고는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멈춘 경사노위의 책임은 노동계에 있다며 김문수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김준영 사무처장 위원 해촉을 두고 “노동계의 숫자 적은 상태에서 논의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던 말을 받아 “전국 규모 총연맹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오게 돼 있는데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관련해 상당히 큰 관심을 갖고 정책을 펼치는데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안 들어오고 몽니를 부린다”며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한 기본권을 법제화하자는 것이 (윤석열 정부 과제로) 있고 경사노위에서 의제로 해야 하니까 안 들어오면 너네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김문수 위원장도 “의원님 생각하고 전적으로 같다. 노력하겠다”고 공감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양대 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다른 노동자들을 찾자고 김문수 위원장에 제안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노총하고 한국노총은 정치에 매몰돼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대표를 도왔다. 이재명 대표가 들어가라고 하면 들어갈 거다”며 “내년 총선 전엔 안 들어갈 거 같다. 당사자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러면 약자들만 눈물을 흘리게 돼 있고, 당사자들, 조선업 종사자, 플랫폼, 방송연기자 노동자들 많다. 이 분들과 (대화) 하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런 결단이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의원도 사임하거나 아웃되면 보궐을 한다. 민주노총은 종신제냐”며 “아무런 제재도 안 받고, 학교 안 오는 학생은 퇴학되는 거다. 제도적인 고민도 해야 한다.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위원들까지 챙겨서 갈 순 없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광판에 연도별, 정부별 사회적 합의 도출 성과 자료표가 띄워져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광판에 연도별, 정부별 사회적 합의 도출 성과 자료표가 띄워져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문수 위원장 개인 정치
바람직하지 않단 공격 이어져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김문수 위원장을 향한 질의는 위원장의 행보와 발언에 집중됐다. 김문수 위원장이 보수 단체 행사에 참여해 양대 노총을 공격하는 등 그간 언행이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갈 위원장으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에도 자유민주를 위한 국민본부 행사에 참석한 것을 주간업무계획에 넣지 않았나. 이 단체는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80석 이상이 되는 일을 목표로 한다”며 “사적인 정치단체 참석에 경사노위 위원장 타이틀을 걸고 하면 안 되는데, 주간업무계획에 넣었다. 대중교통 이용해서 자연인 신분으로 하라”고 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그게 공무지 어떻게 사무냐”고 받았다.

자료 제출과 관련한 공방도 있었다. 이수진 의원은 “최근 자유민주를 위한 국민본부 출범식에 축사 영상 보낸 것을 자료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위원장 개인 자격으로 준비했단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입증 자료 없이 개인 자격 운운하며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문수 위원장이 “있는 자료는 다 제출했다”, “제출하지 않을 이유 없다”, “가지고 있는 게 없다”, “며칠만 지나도 메시지 기록이 남지 않는다” 등을 말하자, 박정 환노위 위원장이 “국가 안위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빼고선 자료 제출해주셨으면 한다. 위증일 경우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을 고지한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김문수 위원장 간 신경전은 길어졌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민주주의가 좌익이나 간첩이 놀기 가장 좋은 거라고 7월 자유대한포럼 초청강연에서 (김문수 위원장이) 말했다. 경사노위 위원장이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거냐”는 질문에 김문수 위원장은 “정치학 교과서에 나와 있다”고 했다.

노웅래 의원이 “노동계와 대화 노력하고 있냐, 만난 적 있냐”고 묻자 김문수 위원장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며칠 전에도 만났다”고 반박했다.

김문수 위원장이 노동계와 공식적으로 만났는지 여부를 두고 따지던 중 노웅래 의원은 “왜 경사노위에 안 들어오는 줄 아나. 김문수 위원장 있어서 그렇다. 경사노위 정상화를 위해 그만둘 생각이 없느냐”고 했고, 김문수 위원장은 “없다. 그런 말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왜 (만났는데 안 만났다고) 거짓말 한다고 하냐. 국정감사 위원으로 품격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김문수 위원장을 퇴장시켜달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있기도 했다.

오후 질의에서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위원장 취임 이후 일정들을 분석해 봤다. 노조와 식사자리는 15번인데 언론과 식사가 19번이다. 어지간한 국회의원보다 많이 했다. 언론 인터뷰 많은 거 자체를 책망할 수 없지만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경사노위 위원장이 자기 정치하고 있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여러 노조 현장에서는 김문수 위원장이 길을 비켜주시는 게 경사노위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자 김문수 위원장은 “저는 의원님과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박정 환노위 위원장이 SNS 게시글을 언급하며 “노조에 대한 시각에 문제가 있다”고 하자 “노조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존중하고 그런 삶을 살아왔다”고도 김문수 위원장은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