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산재’ 샤니·DL이앤씨·코스트코 대표, 국감서 무슨 말했나? 
[2023 노동 국감] ‘산재’ 샤니·DL이앤씨·코스트코 대표, 국감서 무슨 말했나?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0.12 22:56
  • 수정 2023.10.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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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주요 산업재해 사업장 대표들에 책임 따져 물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강섭 샤니 대표(왼쪽에서 첫 번째)와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강섭 샤니 대표(왼쪽에서 첫 번째)와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SPC그룹 계열사 샤니, DL이앤씨, 코스트코코리아 등 대표에게 산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SPC그룹 안전 강화 투자에도 산재 반복
이강섭 샤니 대표 “미흡한 점 있어 죄송”

지난 8월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심 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이틀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SPC그룹 계열사 SPL의 경기 평택시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가 발생했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SPC그룹은 안전 강화를 위한 장비 도입, 시설 보수, 작업환경 개선 등에 2025년까지 3년간 총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SPC그룹이 안전 강화를 위해 얼마나 투자했는지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에게 물었다.

이강섭 대표이사는 "올해 9월 말까지 SPC그룹이 안전 강화를 위해 투자한 금액은 총 325억 원"이라며 △SPC삼립 126억 원 △샤니 49억 9,000만 원 △SPL 43억 8,000만 원 △비알코리아 31억 8,000만 원 △SPC GFS 24억 9,000만 원 △파리크라상 21억 원 등이라고 밝혔다. 이중 계단, 사다리, 안전장비 보호구 등 안전설비 확충에는 113억 원의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의 전체 산재 인정 건수는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총 896건, 2022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41건이다. 우원식 의원은 SPC그룹의 안전설비 투자에도 비슷한 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질책했고 이강섭 대표이사는 “열심히 조사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샤니 제빵공장 노동자 대상으로 진행되는 안건보건교육 내용을 지적했다. 윤건영 의원은 “7대 안전수칙에 ‘장난치지 말자’, ‘전기 조심하자’, ‘모르는 기계 손대지 말자’ 등이 있다. 70년대 수준의 내용”이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안전교육도 문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건영 의원은 SPC그룹이 지난 8월 샤니 제빵공장 사고 경위를 밝히며 고인의 동료노동자에게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윤건영 의원은 “노동부가 지난해 SPL 공장 사고는 9번 조사했지만, 지난 8월 샤니 공장 사고는 4번 조사에 그쳤다”며 노동부의 조치가 합당한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당초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허영인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작년에는 SPL 강동석 대표가 나와서 그룹 전체의 안전대책 강구를 약속했고 허영인 회장의 (국감) 미출석을 양해했다. 하지만 샤니에서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샤니 대표가 SPC그룹 전체의 안전대책을 마련할 권한은 없어 책임을 묻기엔 한계가 있다”며 허영인 대표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샤니 사망사고와 관련된 반죽 기계가 고용노동부의 위험기계·기구 안전인증 고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은 “유럽의 기준에 따르면 비상 정지 장치 설치 등 해당 기계와 관련된 세부적인 안전 기준이 마련돼 있다”면서,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구가 무엇이 있는지 등 노동부의 개선 조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DL이앤씨, 올해 사망사고 3차례 발생
마창민 대표 “원청사로서 송구스럽다”

지난 8월 부산 연제구에서 건설사 DL이앤씨가 시공하는 아파트 창호 교체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추락 사고로 숨졌다. 고인은 하청업체 KCC 소속 일용직이었다. 올해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3차례 발생했고,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보면 사망사고가 총 7차례 발생해 노동자 8명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월 DL이앤씨는 마창민 대표, 토목사업본부장, 플랜트사업본부장 등 총 3명을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로 임명했다. 사업본부별 특성에 맞게 각각의 안전보건방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에서다. 또 마창민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반복된 사망사고로 DL이앤씨의 안전 관련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발생한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안전관리자 배치, 작업 전 안전교육 시행 등 조치가 미흡했던 점을 꼬집었다. 이어 고인에 작업 지시를 누가 했는지에 대해 DL이앤씨와 KCC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점도 비판했다. 이주환 의원은 “양 사가 잘못을 미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안전교육만 시행했더라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며 “양 사는 안전조치가 소홀했던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발언했다.

김영진 의원은 안전관리자 배치 등을 위한 비용을 아낀 회사 소유주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의원은 “DL이앤씨나 샤니에서 발생한 사고는 안전관리자나 안전장치 등에 적은 비용을 투자한 영향이 크다”며 “그룹 전체의 예산과 경영을 책임지는 회장이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하도록 국감에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수진 의원은 “작업 지시 책임을 회피하는 DL이앤씨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고인과 유가족에 사과를 촉구했다. 마창민 대표는 “사고를 막을 책임이 있는 원청사로서 사고 발생에 대해 안타깝고 송구스런 마음이다. 특히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사고가 재발된 원인 등을 파악해 대책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차승열 KCC ESH(환경안전보건) 위원장도 “이번 사고로 상처받으신 유가족분들과 염려를 끼쳐드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다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안전에 관한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안전관리 대책 마련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마창민 대표는 “예산 실행 규모가 800억 원 이상 된다. 현장에 투입되는 비용 외에 안전시스템 구축 마련 등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노동자 사망에 무대응한 코스트코코리아
조민수 대표 “고인 지병 물은 적 없다···개선할 부분 개선할 것” 

지난 6월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20대 노동자 고 김동호 씨가 숨졌다. 당시 하남시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는 별도의 냉방시설과 온습도를 측정하는 온도계가 없었다. 고인은 사망 2주 전부터 카트 및 주차관리 요원으로 배치된 후 하루 평균 3만 6,000보를 걸으며 일했고, 사망 당일에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다 쓰러졌다. 고인의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로 지난 7월에 밝혀졌다.

이후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고인의 사망에 대한 산재 신청을 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은 고인의 사망에 관한 진상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유가족에 대한 사과 등을 회사에 촉구했다. 이에 코스트코코리아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왔다.

국감에 출석한 고인의 친형 김동준 씨는 “지금가지 회사로부터 (사과) 연락 없었다. 본사(코스트코코리아)와 소통할 창구가 없어 미국 코스트코 회장에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고 형식적인 사과 한두 줄만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김동준 씨는 조민수 대표가 고인의 장례식장에 조문을 했냐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조문했다. 직원 8명 정도 있는 테이블에서 ‘동호가 아프지 않았냐, 병을 숨기고 입사하지 않았냐’고 조민수 대표와 하남점 관리자가 물었다고 직원들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조민수 대표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일관된 답변을 내놓았다. 조민수 대표는 “직원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확실한 (안전)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에 계속 준비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식이자 형제를 잃은 가족분들한테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진성준 의원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코스트코코리아 산재 인정 건수는 749건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재 인정 건수는 매년 늘었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 비해 종업원 수 대비 산재 발생 비율이 높은 편으로 드러났다. 

진성준 의원은 고인이 근무했던 코스트코 하남점은 인력 부족에 따라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진성준 의원은 “매출 규모가 비슷한 코스트코 상봉점과 하남점 사례를 비교해보면 상봉점 주차장은 네 개 층에 카트 관리 인원이 17명, 하남점 주차장은 다섯 개 층에 관리 인원이 11명으로 차이가 난다. 또 취업규칙에는 한 명이 카트 6대 이상 끌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마트노조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20여 대 카트를 나르는 경우도 있다”며 “(대표는) 안전관리를 해왔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코스트코에 노조가 설립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협도 없기 때문에 사망사고도 발생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조민수 대표는 이곳에서 사과할 게 아니라 직원들과 가족 앞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협 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코스트코 노사관계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해결될 때까지 노동부에서 지속적으로 특별감사를 해 내년 국감에서는 개선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노사가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노동청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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