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 산재 사망 유족에 사과···건설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청 첫 사과
DL그룹, 산재 사망 유족에 사과···건설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청 첫 사과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1.21 16:05
  • 수정 2023.11.2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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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 일간지 두 곳에 DL그룹 회장 이름으로 사과문 게재
DL이앤씨 대표, 20일 고 강보경 씨 분향소 방문해 사과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가 21일 오전 11시 ‘DL이앤씨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관련 공개사과 및 합의에 대한 시민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한 고 강보경 씨의 유족에게 공개 사과하고, 산재 사고 재발 방지 등를 약속했다. 건설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원청 건설사가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L이앤씨는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유명한 시공능력 6위의 대형 건설사다.

이해욱 DL그룹 회장·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등은 지난 18일 경향신문 지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내일(22일) 한겨레신문 1면에도 사과문을 실을 예정이다. 사과문엔 고 강보경 씨뿐 아니라 그동안 DL그룹의 건설 현장에서 죽은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도 담겼다. 지난 20일엔 원청 건설사 DL이앤씨의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와 하청 건설사 대표인 정재훈 KCC 대표이사가 고 강보경 씨의 분향소를 방문해 유족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이하 DL이앤씨 시민대책위)는 건설노동자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첫 공개 사과라며 “노동자가 사망한 후 103일 만의 늦은 사과이긴 하지만 원청 건설사가 사과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21일 오전 10시 DL이앤씨 시민대책위·고 강보경 씨 유족·DL이앤씨 관계자·KCC 관계자는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본사에서 유족에 대한 사과·중대재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 조인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DL이앤씨 측은 그동안의 산재 사고의 발생 원인과 재발 방지책, 그리고 그 이행 계획 등을 담은 자체 사고조사 보고서를 유족 측에 제출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권영국 변호사는 “그동안 산재 사고 관련해서 많은 싸움을 했지만 사측에서 이런 사고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처음”이라며 “차후 자료를 살펴봐야겠지만 사측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이런 자료를 만들어 유족에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조인식 이후 해당 합의에 대한 DL이앤씨 시민대책위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DL이앤씨 시민대책위는 원청 건설사의 사과를 환영하면서도 103일 만의 늦은 사과에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또 “우리가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포함된 ‘건설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건설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망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보자고 했으나 끝내 이는 합의에 포함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최종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합의를 한 것은 기쁜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검찰과 노동청이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선 이해욱 DL그룹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가 열린다. DL이앤씨 시민대책위는 “국회가 사고가 난 기업을 문책하는 것을 넘어 건설 현장 산재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회·노동시민단체·건설업계가 참여하는 ‘건설안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8월 11일 DL이앤씨의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KCC 소속으로 일하던 고 강보경 씨는 6층에서 거실 창호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고 강보경 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 27일) 이후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로 사망한 8번째 산재 사망자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일어난 기업으로 그동안 많은 질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