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사망사고 유족 “구체적 대책 마련까지 피케팅 멈추지 않을 것”
DL이앤씨 사망사고 유족 “구체적 대책 마련까지 피케팅 멈추지 않을 것”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0.13 16:51
  • 수정 2023.10.1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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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번째 사망사고 발생한 DL이앤씨
유족, DL이앤씨 본사 앞 매일 피케팅
강지선 씨와 이숙련 씨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자의 사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행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겠다는 제스처를 계속 보이니, 사법부도 중대재해 사업장에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 처벌이 안 되니 기업도 법을 무시한다. 결국 노동자만 계속 죽고 있다.”

강지선(33) 씨는 13일 오후 참여와혁신과 인터뷰 중 유독 힘주어 이 말을 했다. 강지선 씨는 지난 8월 DL이앤씨가 시공하는 아파트 건설 현장 6층에서 창호를 교체하다 추락해 숨진 강보경(29) 씨의 누나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8명(2022년 4명, 2023년 4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숨졌다. 강보경 씨는 DL이앤씨 건설 현장의 8번째 사망자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중대재해처벌법을 2024년에 개정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꾸준히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의사를 보여왔다. 강보경 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4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규제인 킬러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을 시사한 바 있다.

강지선 씨는 정부에 산업재해와 관련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요청하는 동시에 산업재해가 반복해 일어나는 DL이앤씨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12일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일련의 사망사고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지선 씨는 “공허한 말”이라고 했다.  강지선 씨는 “동생이 죽은 이후로 마창민 대표 얼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두 달 동안 연락 한 통 없었다”며 “마창민 대표는 사측 노무사가 합의서를 들고 왔을 때 서류에서만 본 분이다. 그런 분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재발 방지 대책도 마찬가지다. 마창민 대표는 산업재해로 2022년 국정감사에도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또 4명이 죽었다. 말로 때우고 아무런 대비도 안 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강지선 씨는 “동생이 죽었을 때 안전모, 안전고리, 안전대 등 보호장구가 없었다고 한다”며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동생이 투입됐다. 동생이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선 씨는 현재 어머니 이숙련 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매일 피케팅을 이어 나가고 있다. 강지선 씨는 “9번째 희생자를 막기 위해 시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사망사고 후 약한 처벌을 받고 간단한 사과의 말과 함께 사건이 마무리된다면 9번째 희생자는 ‘생길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지선 씨는 덧붙였다.

강지선 씨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와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더불어 앞으로 사고를 막을 구체적인 방안과 실행 기일을 약속하기 전까진 피케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울러 “동생의 사고뿐 아니라 앞선 사망자들의 사망 경위 또한 자세히 밝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영에서 거주하는 강지선 씨와 이숙련 씨는 현재 피케팅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의 도움을 받아 꿀잠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강지선 씨는 인터뷰 끝에 “70대인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다. 위에 천공이 있어 수술도 하셨고, 녹내장과 백내장도 온 상황”이라며 “DL이앤씨는 면피성 대처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