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동 국감] “대기업에 무릎 꿇나?” 증인 채택 신경전
[2023 노동 국감] “대기업에 무릎 꿇나?” 증인 채택 신경전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09.26 17:41
  • 수정 2023.10.10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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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환노위 전체회의서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채택 건 논의
SPC·쿠팡·대유위니아 등 대기업 총수 빠져 야당 항의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26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증인·참고인 채택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주요 대기업 총수가 명단에서 빠져 안건을 의결할 수 없다고 항의했고, 오후까지 여야 협의를 진행한 결과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됐다. 허영인 SPC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환노위 국정감사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본청 622호에서 진행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은 다음달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진행될 국정감사의 계획서를 채택하고, 어떤 증인‧참고인을 국회로 불러 질의할지 논의했다. 환노위의 감사 대상은 환경부·기상청·고용노동부 본부와 소속기관·산하 공공기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총 75개 기관이다.

산재 반복 SPC, 이번에도 계열사만
국감장 선다···“국회가 비호 말아야”

야당 의원실에서 요청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증인·참고인 명단에 오르지 않은 것이 이날 회의의 쟁점이었다. 여야는 이강섭 샤니 대표와 산디판차 크라보티 쿠팡 CPLB 대표, 마창민 DL E&C 대표, 구창근 CJ ENM 대표, 이국환 우아한형제들 대표,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 등을 국감장에 부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허영인 SPC 회장, 김범수 쿠팡 이사회 의장 등이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노동자들이 장기 임금체불의 책임자로 지목하는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도 당초 명단에선 빠졌다. 환노위 국정감사 일반증인은 환노위 교섭단체 간사위원(이수진 민주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협의해 정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대유위니아의 총수인 박영우 회장은 1년 넘게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하면서 본인은 70억대 연봉을 받았다. 고용노동부에서 확인한 임금체불액만 553억 원”이라며 “자본주의 사회 근간을 흔드는 범죄다. 박영우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DL건설은 산재 사망 1위인데, 회장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온다. 중소기업은 회장을 부르고 대기업은 대표이사로 내려서 부르는 이유가 뭐냐”며 “국회가 대기업 회장들 비호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원들이 신청한 대표들 불러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 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SPC 그룹의 허영인 회장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지난해 SPC 계열사인 SPL 경기 평택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졌고, 올해도 샤니 성남공장에서 같은 일이 있었던 만큼 야당 의원들은 그룹 전체를 관할하는 허영인 회장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허영인 회장 대신 강동석 당시 SPL 대표가 증인으로 자리한 바 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전년 국감에서 SPL 대표이사를 부르고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으면 SPC를 부르자고 임이자 간사와 합의했다. 그런데 왜 국민의힘에서 반대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추가적인 재해가 발생한 것에 국회가 명확히 추궁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이 문제 관련해서는 표결로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박정 환노위 위원장에 요청했다.

임금체불 대유위니아 회장
여야 합의로 국감 증인 채택

여야 합의가 어려워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증인이 너무 많으면 국정감사가 내실 있게 안 돼서 조정을 하는 건데 (환노위) 간사가 의원들 상대로 갑질하는 것처럼 완장 찬 듯이 행사를 하면 안 되는 거 같다”며 “더군다나 SPC 관련해서는 계속 안전사고가 나고 있고, 임이자 간사님도 이번에는 채택이 필요하다고 얼마 전까지도 공개 자리는 아니더라도 이야기해주셨기 때문에 적어도 SPC와 대유위니아는 (증인으로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대기업의 실질적인 대표를 부르지 않으면 환노위 할 필요 없다. 국회가 대기업 앞에서 무릎을 꿇는 꼴 아니냐”라며 “허영인 회장 나도 증인 신청했다. 안전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또 사고가 났다. 이런 사람을 증인으로 부르지 못하면 국회 뭐하러 하냐. 허영인 회장은 꼭 해야 한다. 대기업 앞에서 국회가 이렇게 약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항의가 이어지자 박정 환노위 위원장은 “증인 채택 문제를 협의해주시길 부탁한다”고 여야 간사위원에게 요청했고, 여야 간사위원들은 오후 재개한 회의에서 박영우 대유위니아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데 추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증인 참고인 협의 과정에서 국민의힘에게 그룹 총수는 안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들었다”며 “오늘 (국정감사 증인 요구 법정) 날짜 때문에 합의는 못 했지만 이강섭 샤니 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는데 미비하다고 한다면 다시 논의해서 (허영인 회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도 있다. 계속 여야 간사 논의하겠다. 아쉽고 죄송하지만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선 지난 20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고용정책의 기본원칙에 “노동시장의 통상적인 조건에서 취업이 특히 곤란한 자를 배려하고 근로자의 취업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도록 수립·시행할 것”과 “안정적인 근로조건 및 근로환경을 고려하여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도록 수립·시행할 것” 등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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