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온 허영인 회장, 노동조건은 “계열사 자율”·노조 파괴 “그럴 리가”
청문회 온 허영인 회장, 노동조건은 “계열사 자율”·노조 파괴 “그럴 리가”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01 16:43
  • 수정 2023.12.0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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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불러
허영인 회장에 “안전 예산 제대로 쓴 것 맞나, 노조 파괴 인정하나” 질타 이어져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오른쪽)이 1일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된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계열사에서 연쇄적인 산업재해가 발생했지만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1일 진행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국회 본관 환노위 전체회의실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 두 회장은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두고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고, 저희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허영인 SPC그룹 회장)”, “생각할수록 너무 부끄럽고 임직원들과 심사숙고해서 변화를 만들어가겠다(이해욱 DL그룹 회장)”고 사과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계열사 산업재해들로 물의를 빚었지만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장에 오지 않은 바 있다. 올해 국정감사장엔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 대신 계열사 사장인 이강석 샤니 대표이사와 마창민 DL E&C 대표이사가 자리했다.

그간 야당 의원들은 산업재해의 책임과 재발방지대책은 그룹의 총수들에게 직접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날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와 관련한 여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이유로 청문회장에 오지 않았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만 참석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은 청문회이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며 “나는 간사 자격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SPC 노동자 처우개선 노력하지만
교대제 개편은 계열사에 맡겨야

이날 위원들은 SPC그룹이 환노위에 제출한 안전 강화 방안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해서 노동자들이 임금 감소가 없는 교대제 개편을 원한다고 적혀 있던데,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건 개편을 안 하겠다는 거 아니겠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그룹 차원의) 재정 지원 없이 교대제 개편은 이뤄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반복되는 SPC그룹의 산업재해는)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서 기인된다고 보여진다. SPC 사업장 대부분이 2조 2교대로 돌아가는데 경쟁사인 CJ제일제당은 16년부터 4조 3교대로 돌아간다”고 짚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이유로 교대제 개편 등을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며 “각 회사 경영진들이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다. 의견이 모아진다면 대주주로서 그대로 따를 생각”이라고 답하자, “여전히 증인께서는 소유(는 하지만), 경영(은 분리해 계열사에 맡긴다는) 장벽 뒤에 숨어 있다”며 “노사 합의를 지켜보겠다는 답변은 너무나 실망스럽다”고 윤건영 의원은 말했다.

박정 환노위 위원장도 “위원들이 SPC 교대제의 강도 높은 근무여건을 말하고 있다. SPC 계열사의 한 근로자가 야간 근무를 2주일 동안 114시간 했다는 자료를 받았다”며 “샤니의 올해 기준근무자는 1,410명인데 1,137명이 신규 채용자다. 새로 고용하면 된다는 거냐”고 질타했다.

이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처우개선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금 더 신경써서 많은 근로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SPC그룹의 계열사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에 사과하며 전체 계열사 안전 경영에 3년 동안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SPC그룹은 지난 10월까지 약 351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 투자와 노동환경 개선에 큰 연관이 없단 비판도 나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SPC그룹이 집행한 안전 경영 예산 중 약 95%가 설비 투자 분야에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PL 공장에 가 봤는데 기계 9대 중 2대만 자동멈춤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샤니(평택공장)도 반죽 기계에 자동멈춤장치가 없었다”며 “그거 하나가 30만 원이다. (안전 경영에) 어떻게 투자했나”고 물었다.

관련 질의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더 많이 알고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안전경영위원회를 만들었다”며 “그 위원회에서 모든 투자를 심의하고 상의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자세한 내역이 나와 있지 않단 지적은 다시 한 번 다 알아보고 자료 만들어서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노조 파괴 공작 의심에
허영인 회장, “그럴 리가”

다만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는 등 SPC그룹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에 대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그럴 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PC그룹이 노조 파괴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말하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그럴 리가 있겠나. 노조도 우리 직원이고 가족이다. 비노조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한편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SPC그룹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에) 중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 물었다. 이에 이정식 장관은 “그런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고용노동부가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경영과 소유는 분리된 것”이라며 “아무리 대주주라고 해서 회장이 영향을 다 준다고 볼 수는 없다. 대표이사가 자기 권한을 가지고 경영할 수 있는 체제를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편한세상’ 건설사 DL그룹
다단계 하도급 개선해야 산재↓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7건의 산업재해와 8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이해욱 DL그룹 회장도 질타를 받았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 계획을 강화하겠다 (계획만)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겠다를 써야 하는 거 아니냐”며 “책임을 느낀다면 구체적으로 현장 감독 강화, 안전 계획 강화 계획을 확인해서 달라”고 요구했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망이 빈번했던 만큼 원청인 DL그룹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험한 작업을 그냥 개인이, 하청업체 직원이 임의로 진행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며 “DL그룹 건설 현장에서 올해 작업중지 요청이 63건 있었다. 삼성물산은 16만 3,000건에 달했다. 삼성물산은 작업중지를 적극적으로 포상도 하고, 하청업체의 손해를 원청사가 보존해주겠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있다”고 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일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된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이에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연속적인 사고가 나면서 우리도 협력사, 근로자분들과 삼위일체가 돼서 사고 날 때마다 프로세스를 점검한다. (안전) 의식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원점에서부터 고민하고 있다”며 “작업중지권 인센티브는 우리도 실시하지만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건설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풀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단 주장도 있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DL그룹이 불법 재하도급을 했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DL그룹이) 임의 작업 때문이라고 지목한 산업재해들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해결 방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국토위와 토론회, 공청회를 열 수도 있고, 우리 상임위 안에 소위를 만드는 방안도 가능할 것 같다”며 박정 환노위 위원장에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