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연맹 “한전 자구안, 한전 망가뜨려···요금 인상안도 미봉책”
전력연맹 “한전 자구안, 한전 망가뜨려···요금 인상안도 미봉책”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1.08 20:37
  • 수정 2023.11.0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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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인력 감축·자산 매각 등 담은 자구안과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안 발표
전력연맹 “공기업 공적 기능 망가뜨려···민영화로 이어질 수도”
한국노총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이 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 자구안 관련 지분매각 및 인력감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와혁신 김광수 기자 kskim@laborplus.co.kr

201조 원의 누적 부채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가 8일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번 자구안은 한전이 지난 5월 발표한 25조 7,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에 이은 안으로 추가적인 자산 매각·인력 및 조직 축소 등이 담겼다. 아울러 한전은 산업용 ‘전기(을)’ 가격을 오는 9일부터 1kW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노동조합은 한전의 자구안에 대해 “전력공기업의 공적 기능을 망가뜨리는 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전력연맹은 산업용 전기(을) 인상안에 대해서도 사상 초유의 적자를 해결하기엔 부족한 인상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철호, 이하 전력연맹)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전 자구안 관련 지분매각 및 인력감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력연맹은 “한전은 한전KDN과 한전기술 지분 민간 매각, 2,000여 명의 대규모 인력 감축, 서울시 알짜 부동산인 공릉동 인재개발원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의 적자는 정부의 전기요금 통제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 않아 전력 구입 단가가 판매 가격보다 높아져 한전의 적자가 누적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전의 총괄 원가 회수율은 64.2%다.

전력연맹은 “그런데도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조건으로 한전에 추가적인 자구안을 강압했고 결국 한전은 고육지책으로 자구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은 “공기업의 자산은 미래를 위한 투자 자원”이라며 “부동산 자산과 인적 자산 모두 소중하다. 그런데 희망퇴직으로 숙련노동자를 내몰고, 교육시설(한전 인재개발원)조차 민간에 매각한다면 이것은 자구안이 아니라 자해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력산업 현장의 적기 투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필수적이다. 만약 자구안으로 인해 신규 설비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해 블랙아웃 같은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일이 생기면 정부는 또 한전과 전력 자회사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며 “그리고 한전의 부족한 역량을 빌미로 송전설비 건설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등 막대한 투자를 민간에 맡길 것이다. 이번 자구안은 자칫 전력산업의 민영화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최철호 위원장은 “대용량 산업용 전기요금만 kWh당 평균 10.6원 인상하고, 주택용과 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았다. 이 정도 인상으론 지금 한전의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미봉책에 불과한 인상안”이라고 평가했다.

남태섭 전력연맹 사무처장도 “사상 초유의 적자를 해결하려면 주택, 중소기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할 때다. 지금 인상액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번 자구안에 민간으로의 지분매각 계획이 담긴 한전KDN의 박종섭 한전KDN노조 위원장은 “한전KDN은 시민의 전기요금과 관련한 데이터를 전부 관리하는 회사”라며 “우리가 관리하는 데이터 중 하나라도 뚫린다면 대한민국 전력 안보가 뚫린다. 그런 회사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한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KDN의 자산가치가 3,000억 원 정도 된다. 이런 한전KDN의 지분을 판다고 200조 원의 적자 중 얼마나 해소할 수 있겠나. 그저 보여주기식 매각에 불과하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전기요금 정상화만이 한전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최철호 위원장은 “전력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자 국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인들의 정파적 견해에 한전이 휘둘리고 있다”며 “전기요금을 정치로부터 놔달라. 전기요금 결정권을 독립성과 전문성이 있는 전문가 집단에 맡길 것을 정치권에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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