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 지분 매각’이 한전 부채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
‘한전KDN 지분 매각’이 한전 부채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1.23 09:36
  • 수정 2023.11.2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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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연맹 한전 부채 해결 방안 모색하는 토론회 열어
전문가들, 한전KDN 지분 매각에 우려 목소리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전력산업 공공성 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전력산업 공공성 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8일 한전KDN 지분 일부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한전의 자구안이 나온 가운데 한전KDN 지분 일부 매각이 한전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나왔다. 한전KDN을 매각하는 것은 재무적 관점에서 봐도 손해인 데다 한전KDN의 업무 특성상 전력 안보에도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철호, 이하 전력연맹)은 지난 22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 부채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노동조합(전력연맹)·기후시민단체(녹색연합, 에너지정의행동, 참여연대)·국회의원(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현재 한전은 201조 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 재정에 관해 연구하는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전 부채의 원인으로 한전의 방만 경영을 지목하는 정부와 달리 “한전의 부채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제어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한전의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매출원가다. 2022년도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한전의 매출액은 71조 원인데 매출원가가 100조 원이다. 매출 총이익 자체가 적자”라며 “이는 물건을 팔수록 손해가 난다는 뜻이다. 어떤 기업에서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이 적자가 되는 경우가 있어도 매출 총이익이 적자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정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전기요금을 제어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아울러 어떤 기업도 부채를 0원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전력공기업처럼 공공성을 목표로 하는 기관은 일반 기업에 비해 부채의 압박에서 조금 더 자유롭다. 실제로 도쿄전력의 경우 현재 부채비율이 300% 수준이고, 프랑스전력청(EDF)의 부채비율도 800% 수준”이라며 “적정한 전기요금 인상만 전제된다면 한전KDN 매각 등이 없어도 한전의 경영 상황은 수년 내에 괜찮은 수준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2022년 한전KDN이 한전에 낸 배당금만 370억 원”이라며 “이렇게 우량한 기업을 매각하는 것은 한전의 지속적인 배당 수입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매각하는 것이다. 이런 우량기업의 매각은 재무적으로 봤을 때도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현재 주식시장 수급이 좋지 않다. 이런 때는 주식 가치가 실제 순자산 가치보다 낮다”며 “지금 한전KDN을 상장·매각하는 것은 한 해 배당금만 370억 원인 ‘캐시카우’를 시장가치보다도 낮은 가격에 파는 것이다. 이는 한전의 중장기적 재무건정성에 오히려 손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KDN은 전력계통 전산관리시스템을 총괄 운영할 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공기관의 전산망 보안을 담당하는 역할도 한다”며 “이를 민간에 개방하는 것은 전력 안보와 경제 안보를 둘 다 위협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한전KDN의 지분을 20%만 매각한다고 하지만 한번 상장되고, 민간 시장에 회사가 나오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며 한전KDN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병권 기후정책 연구자는 “무책임한 자산 매각은 한전 역량의 훼손으로 이어져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부채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라도 자산 매각 등이 임시방편이 아니라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전력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