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노조 위원장이 한전KDN 지분 매각 반대하는 이유
한전KDN노조 위원장이 한전KDN 지분 매각 반대하는 이유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12.01 18:48
  • 수정 2023.12.07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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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안보 위협·요금 폭등 가능성 있어”
[인터뷰] 박종섭 한전KDN노동조합 위원장

한국전력공사(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는 현재 총 200조 원의 누적 부채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1월 8일 한전KDN 지분 20% 매각, 대규모 인력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했다.

한전KDN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기에너지와 관련한 데이터를 다루는 전력 IT기업인 한전KDN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전력 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분 매각 후엔 전기요금이 폭등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전KDN노동조합은 지적한다. 지난 11월 28일 박종섭 한국노총 전력연맹 한전KDN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한전KDN의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이유를 들었다.

박종섭 한전KDN노동조합 위원장 ⓒ한전KDN노동조합

- 한전KDN은 어떤 회사인가?

한전KDN은 전기에너지 공급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ICT기업이다. 전기 에너지를 만들고(발전), 이동시키고(송·변전, 배전), 판매하는 모든 곳에 IT기술이 쓰인다. 이 과정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총괄 관리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 전기에너지 공급 과정에서 IT기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따라서 한전KDN의 역할도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 전력 공급 과정에서 한전KDN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해달라

한전KDN은 전기에너지가 시민들에게 끊김이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망을 관리한다. 전력 손실률, 전압, 주파수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순간의 정전도 허용하지 않도록 한다. 지난 11월 19일 공무원들이 쓰는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사건이 있었다. 그때 민원 업무 등이 마비돼 많은 사람이 큰 혼란을 겪었다. 마찬가지로 전기 공급의 전산망을 관리하는 한전KDN이 멈추면 전기 에너지 공급이 멈춘다. 모든 것이 전기에너지로 돌아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전기에너지가 멈춘다는 것은 큰일 아닌가.

- 지분 매각을 하게 되면 평상시 하던 역할을 못 하게 되나?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분 매각 등을 하게 되면 경영진은 주주들을 계속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수익성에 더 치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를 기억하나? 그때 판교 데이터 센터에 불이 났고, 카카오는 며칠간 서비스 정상화를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카카오가 비용 절감을 위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외주화했기 때문이었다. 지분이 매각되면 한전KDN은 안정적인 전기 공급보다 수익성에 치중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정전 등이 빈번하게 생길 가능성도 높다.

- 지분 매각으로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 수 있나?

전력 안보 위협이다. 한전KDN은 고객의 전기요금 관련 정보를 다 가지고 있다. 아울러 전력 설비에 대한 데이터도 전부 관리한다. 예컨대 발전소·변전소 등의 위치, 전력 설비에 쓰인 부품의 종류, 해당 부품의 교체 주기, 전력 설비 고장 시 대처 방법 등의 데이터가 있다. 만약 한전 KDN의 지분이 민간에 매각되면, 주주들이 이런 민감한 정보의 공개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법적으로 그걸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이런 정보가 외국 등에 들어가게 되면 안보에 큰 구멍이 생기는 거다.

또 한전KDN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공기관(12개 전력그룹사 , 한국가스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의 전산망 보안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사이버 보안을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공격이 들어왔을 때 공공기관의 민감한 정보가 다 공개될 수 있다. 그런 한전KDN을 민간에 개방하면 전력 안보와 경제 안보에 위협이 생긴다. SK, KT, LG의 경우에도 자사 데이터를 관리하는 SK C&C, KT 클라우드, LG CNS는 상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데이터 보안에 신경 쓰는 것이다. 한전KDN 매각은 단지 부채 해결의 관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전KDN은 2022년 기준 370억 원의 배당금을 한전에 지급한 한전의 ‘캐시카우’이기도 하다. 이런 한전KDN의 지분을 매각하는 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전 부채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민생의 관점에서 봐도 한전KDN 매각은 좋을 것이 없다. 전기 요금이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한전KDN은 한전의 자회사이고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한전과 거래할 때 수익성이 좋지 않아도 필요한 일이면 계약한다. 하지만 민간에 개방되면 그 과정에서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한전과의 계약 금액이 과도하게 커질 것이고, 이는 곧 전기요금에 반영될 것이다. 지금 통신 회사들도 한국통신에서 민간으로 나온 회사들인데 국민들 통신비가 과도하게 오르지 않았나. 이런 일이 전력 산업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 앞으로 자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인가?

아직 한전에서 자구안을 실행하진 않고 있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지분 매각 등의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한전KDN 민영화는 2007년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서 나온 이야기다. 전기에너지 관련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이라 거대 자본들이 많이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전KDN과 함께 민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것이 YTN이다. 이번에 YTN이 민간에 매각될 위기에 놓인 것을 보고 ‘이번에는 우리(한전KDN)도 저렇게 될 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지분 매각 등 민영화를 막기 위해 앞으로 우리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 토론회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