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로사 예방법’ 논의 시동
국회, ‘과로사 예방법’ 논의 시동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3.12.05 16:24
  • 수정 2023.12.05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노위, 과로사 예방 관련 법률안 입법공청회 열어
“정부 노력” 먼저 강조한 여당·야당은 “근거법부터 만들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진행된 환노위 '과로사 예방 관련 법률안 입법공청회'에서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에게 정부의 과로사 방지 대책이 그간 미흡했단 점을 질타하고 있다. ⓒ 국회의사중계 갈무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과로사 예방과 근로시간 단축을 지원하는 법안을 따로 제정하는 입법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5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622호에선 환노위가 주관하는 ‘과로사 예방 관련 법률안 입법공청회’가 진행됐다. 상임위원회 차원의 입법공청회는 발의된 법안의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며, 법안심사소위 논의에 반영된다.

공청회에서 환노위 위원들과 전문가들은 환노위에 계류돼 있는 ‘과로사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년 대표발의)’과 ‘과로사 예방 및 근로시간 단축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수진 민주당 의원 2023년 대표발의)’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과로사를 별개의 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골자의 두 법률안은 국가에게 과로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게 한단 의무를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의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의 법률안을 보면 과로사를 “업무상의 과중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에 따라 발생한 과로성 질환의 발생이나 기존 질환의 악화, 또는 이에 따른 장해 발생으로 인한 사망·자살(제2조)”로 정의하고, “과로사 방지를 위해 특히 국가와 지자체는 사업주 등이 근로기준법상의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제4조 및 제5조)” 한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3년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매년)에게 과로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과로사 예방을 추진한 실적과 실태조사 결과는 매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해당사자의 의견 반영을 위해선 ‘과로사 등 예방 협의회’를 따로 설치한다.

과로사 예방법 취지 공감하나 
원청 벌칙 등 추가 규제 시행돼야 

이날 공청회엔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전문가),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노동계),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경영계), 전승태 경총 안전보건본부 산업안전팀장(경영계)이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정부 측에선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이 자리했다.

공청회는 진술인들이 각각의 법안에 대한 진술 의견을 먼저 말하고, 환노위 위원들이 관련 질의를 이어가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주희 교수와 김종진 소장은 두 법률안의 배경과 취지, 주요 내용엔 동의하면서도 개별 조문에 대한 보완점과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주희 교수는 일본에서 2014년 과로사 방지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지만 수치상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았단 점을 지적하며 “추가적인 규제가 동시에 실시된다면 법의 효과성을 더 확실히 담보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뇌혈관 및 심장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완화, 과로사 모니터링 강화와 취약 사업장 근로감독, 산업안전감독관 인력 증원 △원·하청 통합 산재 현황 조사표 작성 대상을 현행 도급 500인 이상 제조업에서 100인 이상 산업으로 확대와 원청 업체에 대한 벌칙 부과 등을 이주희 교수는 제시했다.

김종진 소장은 “지금의 과로사 법률의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제한될 수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산재보상보험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노무제공자로 (법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법률 정책 수립과 이행 관련 (협의체의 경우) 제도와 정책 이행의 구속력과 실효성을 위해 유관 법률(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 심의위원회)처럼 위원회 형태가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김종진 소장은 전했다.

이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주희 교수에게 “산안법상 과로의 정의로는 과로사 예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주희 교수는 “그렇다. 과로로 인한 자살이나 과로사는 현재의 법안으로는 은폐되는 것들이 많다”며 “고용노동부가 노력하고 있단 점을 부정하진 않으나 근로감독관 수도 제한돼 있고, 사업주가 요구했을 때 노동자가 과로를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과로사나 과로 자살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엔 너무 부족해 법이 먼저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류경희 본부장에게 “과로사 제정법 없이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시행할 순 없나, 정부의 과로사 방지 대책이 매우 미흡했기 때문에 이런 제정법이 논의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류경희 본부장은 “(법률 없이 과로사 예방 정책을 시행할 의지는) 당연히 있다”며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많이 미진한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터혁신컨설팅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컨설팅하고 일자리함께하기 지원금으로 교대제를 개선하면 지원금을 주고, 유연 근로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지원금이 있는데, 보다 효과적이고 내실 있게 정책을 집행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5일 진행된 환노위 '과로사 예방 관련 법률안 입법공청회'에서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의사중계 갈무리   

별도 법률 제정보다는 
개별법 개정이 바람직 

반면 경영계는 과로사를 예방해야 한단 법률안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법을 따로 제정하는 방식보단 기존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거나 종합 대책을 만드는 식이 바람직하단 의견을 폈다.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사업자의 책무(제5조)와 관련해 정부의 예방 대책에 대한 협력 의무는 과도하게 해석돼 기업에게 규제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중소기업별로 인력 운용 여건이 달라 정부·지자체가 수립하는 기본·시행계획에 적극 협력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민간 분야는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주장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그런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이나 근거 같은 게 따로 있나, 아니면 우려돼서 진술한 거냐”고 물었다.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대기업은 여유가 있는 게 확실하다”며 “중소기업은 여유가 안 되기 때문에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본 의원도 결은 다르지만 생각의 지점은 비슷하다”며 “중소기업 특별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또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과로사와 과로성 질환의 개념과 관련한 기준이 모호하고, 범위가 불분명해 정책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노사협의회에 근로자 대표와 함께 ‘과로사 등에 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포함돼 있는데, 직접적인 이해 관계자인 이들을 정책 논의기구에 포함시키는 것은 중립성·공정성 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전승태 산업안전팀장은 “우리나라가 장시간 근로 국가로 인식되고 있으나, 연평균 실근로시간은 2001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OECD 국가와 근로시간 격차도 크게 줄고 있다”며 “더 이상 우리나라를 전반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근로에 의한 건강장해 보호방안 마련 필요성에 경영계도 공감하지만, 별도의 법률을 시급히 제정하기보다는 (2020년 과로사 방지 종합대책 마련에 합의한) 경사노위 합의 결과를 존중해 종합적 개선대책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개별법 개정을 통해 보호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에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장시간 근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다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해법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입법부와 행정부가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 입법부가 그런 근거 법안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소망 때문에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기본 계획을 세우고 협의회든 위원회든 논의를 해서 추진 실적을 매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다면 제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함께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환노위 위원들은 이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향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박정 환노위 위원장은 공청회를 마무리하며 “소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환노위는 산업재해보상법 개정을 주제로 한 공청회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