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시대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을까?
[기고] 우리 시대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을까?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12.18 05:08
  • 수정 2023.12.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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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옥세진 사회적기업 ㈜굿앤컴퍼니 이사
전 희망제작소 부소장
전 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단장
옥세진
옥세진 굿앤컴퍼니 이사

안녕하십니까, 독자 여러분. 참여와혁신 12월호부터 글을 쓰게 된 옥세진입니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 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은 ‘민주주의’에 대한 글입니다. 민주주의를 선택한 이유는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사회가 안전하다는 신호이며, 그러면 약자와 소수자가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에서 한국은 2022년 8.03으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으며 167개 국가 중 24위에 자리했다. 전문가 의견과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5개 부문의 점수를 합산해 지수를 정하는데 한국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6단계 하락했다. 하락의 주원인은 ‘정치문화’의 퇴행이다. EIU는 보고서에서 “수년간의 대립적인 정당 정치는 한국 민주주의에 큰 타격을 입혔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곱씹어 볼 만한 지적이다. 이 글에서 민주주의 지수의 중요성을 논할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민주주의’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비판과 부정에 시달리고 있다. 쟁점은 크게 Demos(인민)와 Kratia(지배)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 있다. Demos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그리고 지배의 방식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각자 주장을 펼친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 민주주의’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자유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다. 헌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자유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서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해가 다르므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식과 주장도 달라진다. 로버트 달은 저서 《ON DEMOCRACY》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상이한 시간과 상이한 장소에서 상이한 사람들에게 상이한 의미를 지녀왔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정형화된 개념이 아니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며 또한 다른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오랜 논쟁을 거쳐 ‘대의 민주주의’라는 합의점을 도출했다. 민주주의 논쟁에 있어 1인 1표에 의한 정기적인 선거와 그에 따른 권력의 위임은 불가역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것으로 충분한가? 우리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것으로 충분하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완전한 민주주의’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민주주의에 관해 공부한 적이 있는가?

미국의 실천가 라페는 “민주주의 기술은 독서나 요리, 혹은 농구의 드리블 기술처럼 의도적으로 가르쳐야 하고 또한 가르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민주주의는 제도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실천으로 생명력을 가진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서 배운 적은 있지만, 민주주의의 본질과 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거나 토론한 적은 없다. 실상 모두가 알지만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잘 모른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정치만 남게 된다. 학교, 직장, 군대, 정당, 노동조합 등에서 민주주의는 길을 잃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주의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정된 관념으로 민주주의를 해석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제도 즉, 엘리트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시작된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공적 역량이 바로 민주주의의 척도다.

민주주의 핵심은 시민 참여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2항의 문구처럼 시민은 권력의 창조자이자 주체다. 민주주의는 어떤 경우에도 시민 참여를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때 시민은 권력자를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어야 하며, 정책 결정이나 법률 제정에 있어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주장할 수 있도록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결정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민 참여는 제한돼 있고 시민들도 참여가 낯설다. 위임민주주의 틀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공간의 문제로 대의 민주주의가 정답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 가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완전한 민주주의‘ 속에서 사는 것인가? 12월에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