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생각으로 대안을 찾는 ‘혁신’이 필요한 지금
[기고] 새로운 생각으로 대안을 찾는 ‘혁신’이 필요한 지금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1.15 13:53
  • 수정 2024.01.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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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옥세진 사회적기업 ㈜굿앤컴퍼니 이사
전 희망제작소 부소장
전 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단장
옥세진 ㈜굿앤컴퍼니 이사

‘한국은 사라지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세계 최하위인 우리 사회 저출생을 14세기 흑사병으로 인구가 대폭 감소한 유럽 상황에 비유했다. 물론 미국(2021년 합계 출산율 1.67명)도 그럴 수 있다는 경고로 글을 마무리했지만, 외국 언론에 거론될 정도로 우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새삼 알려줬다.

수도권 집중과 저출생으로 지역이 위험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근한 단어인 ‘고향’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물론 지역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은 지명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도 딱히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온갖 대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특별한 변화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구가 줄고 있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2021년 89개 지역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했다.

수도권 집중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인구는 1970년 550만 명에서 1992년 1,060만 명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2,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 지역이 인구 정점을 찍었던 1975년에 수도권 집중도는 33.75% 수준이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의 수도권 집중도는 28%, 프랑스 18.2%, 독일은 7.4%로 우리나라와 비교 불가다.

역설적으로 지난 10년간 인구감소가 가장 빠르게 진행된 곳은 서울이다. 집값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역으로 이주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을 떠난 사람들은 경기와 인천으로 간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OECD는 2047년 서울을 비롯한 11개 광역에서 434만 명이 줄어들고 인천 등 5개 광역은 189만 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했다. 그중 경기도는 120만 명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역은 껍데기만 남고 수도권만 살아남을 것이다.

15년간 저출생 관련 예산 280조···
예산 과포장, OECD 평균보다 낮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78명으로 7년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저출생 예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2006년에는 1.132명이었다. 한편 예산이 과포장돼 실질적인 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1.37%로 OECD 평균 2.12%에 비해 많지 않으며, 2015년부터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저출생에 대한 위기의식은 실제 높지 않았고 예산도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았단 것이다.

한국은행은 저출생 원인으로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을 꼽았다. 경쟁 심화로 인한 고용·주거 등의 불안이 저출생으로 이어졌다. 원인이 분명하면 해법은 간단하다지만,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 모든 영역에서 차별화된 수도권은 강고한 기득권이 됐다. 한국은행은 지역 거점 도시를 제안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저출생은 필연적으로 고령화를 동반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증가해 2060년이면 전체 43.9%로 예측된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점점 늙고 활력을 상실할 것이다. 1970년대 이후 많은 부분을 무시하고 달려온 ‘고성장 시대’, ‘학벌 중심의 경쟁체제’가 낳은 문제가 폭발하고 있는 지금, 한국은 누란지위(累卵之危)다.

더는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정부도 시장도 실패했다. 이를 냉철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과정과 방법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중앙정부 중심의 행정 체계를 지역이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치분권으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77.6 대 22.4인 국세, 지방세 비율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물론 지방분권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정책, 예산 등 모든 부분이 중앙정부에 예속된 지금 구조로 혁신은 불가능하다.

665조 6,000억 원 규모의 2024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치권은 각각 국민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역구 선거전략으로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활용하는 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정된 자원(예산)을 달라진 시대 상황에 맞게 배분해야 함에도 ‘무엇이 중한지?’ 여전히 모르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모이고 있다. 내가 만난 지역의 청년은 “그냥 서울이 꿈”이라고 말했다. 지역이 망가지고 있다. 종국에는 대한민국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발표하는 대책들은 공염불이다. 현실적인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