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떤 방식이 지역에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기고] 어떤 방식이 지역에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3.20 11:49
  • 수정 2024.03.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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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옥세진 사회적기업 ㈜굿앤컴퍼니 이사
전 희망제작소 부소장
전 경상남도 사회혁신추진단 단장
옥세진
옥세진 ㈜굿앤컴퍼니 이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문장은 혁신과 변화의 어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상상력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치를 넘지 못한다. 산업단지를 개발하고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의 지역 활성화는 생명력을 다했다. 인구 유입 정책도 결국 인근 지자체 인구를 가져오는 제로섬 게임이다. 그런데도 비슷한 정책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 그 이상을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역혁신 사례 중 관심이 가는 두 지역을 소개한다.

예산이 없다, 전례가 없다, 다른 지역은 하지 않는다?
통용되지 않는 히가시카와

상수도와 국도 철도가 없는 지역, 집을 짓기 위해서는 <주택설계지침>에 따라 지붕의 형태와 색 그리고 담장이나 울타리 등 규정을 지켜야 하는 곳. 전 세계 유일하게 ‘사진의 마을, 사진문화수도’를 선언한 마을 그리고 2050년 이산화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한,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초(北海道 東川町)는 문화적 매력을 통해, 1994년 대비 인구가 23%나 증가했다(지난해 2월 기준 인구 8,589명).

히가시카와의 핵심 키워드는 적소(適疎)와 사진이다. 적소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인구와 여유 있는 공간, 시간을 의미한다. 인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지만, 히가시카와초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주 지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이웃을 원하기 때문이다. 목표도 8,000명 유지다.

사진은 기획사의 제안으로 ‘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시작됐다. 1985년 ‘사진의 마을’을 선언하고 일본 최초로 국제 사진대회를 만들었다. 모두가 실패를 예상했지만, 담당 직원들의 적극적인 영업 활동(기업 후원금 모금)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지금까지 히가시카와초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 이어졌다. 국제 사진대회는 마을 전체를 전시장으로 만든다. 사진을 통해 히가시카와는 외부와의 연결이 확장됐고 개방적인 마을로 변모했다.

1994년에 시작된 사진 고시엔 대회는 히가시카와의 자랑이다. 고교 사진대회로 예선을 거친 18개 학교가 히가시카와에서 2박 3일간 머물면서 본선을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마을에서 주민과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식사와 민박을 통해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다. 마을 전체가 축제와 교류의 공간이 된다. 참가자들은 대회 이후에도 주민들과 연락하는 등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주한 경우도 있다. 작년 사진 고시엔 대회 참가학교는 584개였다.

히가시카와 초등학교는 2층이 없다. 복도 길이가 270m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도록 설계됐다. 축구장, 야구장, 체험 논과 과수원까지 갖추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최적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밖에도 주력 산업인 가구제조업을 활용, 출생한 아이에게 생일과 이름이 새겨진 수제 의자를 선물하는 ‘너의 의자’ 사업. 외부 판매를 하지 않는 히가시카와 와인, 고향납세를 활용한 주주제도와 주민들이 운영하는 60여 개의 특색 있는 카페, 가게들이 어우러지는 소규모 마을 경제는 히가시카와다움(東川らしさ)으로 지역 경쟁력을 강화한다.

참여와 협력, 민관 공동창조(Co-Creation) 요코하마

일본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神奈川県 横浜市)는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 NPO 법인, 지역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협력 시스템을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8년에 설치된 요코하마시 공창추진실(共創推進室)은 공동창조(Co-Create) 개념을 시정에 도입, 민간을 대등한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행정 중심의 문제 해결 구조’에서 ‘협력을 통한 공동 문제 해결’로 전환했다. 요코하마시가 민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기존 사고와 방식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과정과 방법으로 문제 해결 및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 목표에서 출발한다.

공창추진실은 민간이 언제든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NPO 법인, 시민과 함께 오픈포럼, 민·관 협력형 리빙랩(Living Lab)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빈 집 활용’, ‘돌봄’, ‘순환형 농업’ 등 15개 이상의 리빙랩이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22년부터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판 고향납세를 활용, 요코하마판 지역순환형 경제(Cicular Economy-Plus)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순환형 경제는 지역 내 자원 순환 구조를 만들어 요코하마가 안고 있는 탈탄소, 커뮤니티 케어 등 다양한 지역 과제의 해결과 새로운 고용 창출 그리고 시민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지역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간벌재를 활용한 목재빨대, 유휴지 올리브 재배,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공예품 제작 등 40여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 혁신의 성공은 평범함

‘지역다움’으로 작지만 강한 히가시카와의 강점은 행정과 주민, 이해관계자 그룹의 협력이 건강하게 작동하는 커뮤니티와 행정의 비즈니스 마인드다. 그리고 문화(사진)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마을만들기를 진행한 부분이다.

요코하마 공동 창조의 장점은 지속성이다. 시장이 세 번째 바뀌었음에도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 15년간 쌓인 민관의 경험은 요코하마의 미래에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두 사례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시간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지점에서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