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동원 선거사무···정부, 대가도 제대로 안 치러”
“공무원 동원 선거사무···정부, 대가도 제대로 안 치러”
  • 김온새봄 기자
  • 승인 2024.01.22 18:20
  • 수정 2024.01.2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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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공노총, 기재부에 선거사무 수당 예산 추가 편성 요구
공무원 노동자들 “첫차 시간 전 택시로 출근, 선 채로 식사 때우기도”
22일 오후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열린 ‘선거사무원 처우 개선! 기획재정부 규탄! 공무원노동조합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획재정부 청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후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열린 ‘선거사무원 처우 개선! 기획재정부 규탄! 공무원노동조합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획재정부 청사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제22대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공무원노동조합들이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 나서 선거사무 수당 인상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직무대행 김정수, 이하 전국공무원노조)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은 22일 오후 세종시 기재부 청사 정문에서 ‘선거사무원 처우 개선·기획재정부 규탄 공무원노동조합 결의대회’를 열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한파에도 양 노조에서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조합원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현장 발언에 나선 공주석 공노총 시군구연맹 위원장은 “202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연구용역을 통해 합당한 선거사무 수당 지급 기준을 도출해 냈는데, 2024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재부는 선거사무 수당 지급 예산 증액을 끝까지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최상규 전국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 본부장은 “선거사무원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선택해 위촉돼야 하지만, 아직도 정부는 각 기관에 차출할 인원을 할당하는 식으로 공무원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규 위원장은 이어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선거에서 공무원을 비민주적으로 동원해선 안 된다”며 기재부를 규탄했다.

“수당뿐만 아니라 교통비·식대도 현실화 필요”
공무원 노동자들, 반복되는 현장 어려움 토로

대회에 참석한 공무원 노동자들은 “선거사무는 상당한 고강도 업무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업무에 대한 대가가 온전히 주어지지 않다 보니 의무감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27년째 지방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노병환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지역본부 용산구지부 지부장은 “투표사무원들은 새벽 첫 차가 다니기도 전에 출근해 바닥 화살표와 안내 벽보를 붙이고, 선거인 대기 공간·동선·투표 공간을 비롯해 투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노병환 지부장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투표사무원 일을 했다.

노병환 지부장은 선거사무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이른 새벽 출근을 꼽았다. 노병환 지부장은 “도착하는 시간이 새벽 5시이니 새벽 첫차조차 아직 다니지 않을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자가용 승용차가 있는 사람은 그나마 낫지만 평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다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택시뿐”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2만 원으로 책정된 교통비가 현실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근속 20년차를 맞는 박민식 공노총 시군구연맹 아산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2022년 총선에서 투표사무원,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개표사무원으로 일했다. 박민식 위원장은 “투표소 설치가 마땅치 않은 선거구에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학교 교실을 빌리는데, 이 경우 책상과 의자를 옮기는 등 전날부터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정리할 때도 사무원들이 바닥을 일일이 쓸고 닦느라 1~2시간을 더 소요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식 위원장은 이어 “식대 7,000원으로는 사 먹을 수 있는 것도 마땅치 않고 선거인이 몰릴 경우 시간도 없어 칸막이 하나만 겨우 치고 선 채로 편의점 즉석식품으로 식사를 때운 적도 있다”며 현실적인 식대 책정과 식사 시간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2일 오후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열린 ‘선거사무원 처우 개선! 기획재정부 규탄! 공무원노동조합 결의대회’에 참가자들이 기획재정부 정문에 ‘기재부 갑질 규탄! 선거사무수당 인상’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2일 오후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열린 ‘선거사무원 처우 개선! 기획재정부 규탄! 공무원노동조합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기획재정부 정문에 ‘기재부 갑질 규탄! 선거사무수당 인상’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부당한 것은 공무원 희생 당연시하는 정부”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 노동자들은 “정부에서 이런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공무원에게 선거사무 수행을 강요하는 것이 무엇보다 부당하다고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식 위원장은 “이번에 정부에서 전면 수검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아산시에선 분류기 1대당 3명씩, 총 90여 명을 추가 동원하게 됐다. 정부는 기존 선거사무 수당 인상은 ‘예산이 없다’며 거부하면서도 수검표 도입으로 정작 더한 예산을 투입하는 모순을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방공무원들에게 낮은 대가와 고강도 노동이 강요돼 왔지만, 이런 희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병환 지부장 역시 “예전에는 공무원으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수당이 아무리 적더라도 시키는 대로 해왔지만, 노조 활동을 하고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볼 줄 알게 되면서 선거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급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양 노조는 기재부가 선거사무 수당 인상으로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정부에서 공무원 배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예산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양 노조는 이어 기재부 청사를 순회하며 행진한 뒤 기재부를 규탄하고 선거사무수당 인상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기재부 청사 정문·후문에 붙이는 것으로 이날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