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민과 중산층 피해로 돌아올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
[기고] 서민과 중산층 피해로 돌아올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2.06 20:54
  • 수정 2024.02.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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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대대적으로 감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집권 첫해에 종부세, 법인세, 종부세, 상속세 등 전방위적인 감세를 실시했고 지난해에는 대기업에 최대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도입 등 추가 감세 조처를 했다. 그런데 지난해 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한 달 사이 계속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감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 혜택은 대부분 고자산가에게 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부자 감세라고 볼 수 있다.

첫째,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ISA는 예금과 적금, 펀드와 주식 투자에서 나온 이익에 세금 감면을 주는 ‘절세 통장’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자산 형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혜택은 고자산 계층도 받는다. 2021년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18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0.3%인 이 고자산가들이 감세 혜택을 볼 것이다.

둘째, 전국 신축 소형주택(아파트 제외)과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상태인 주택의 경우 여러 채 사더라도 양도소득세, 취득세, 종부세 산정 때 ‘주택 수’에 넣지 않겠다고 했다. 내년 말까지 한시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현 여당이 문재인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준 세제 혜택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야기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던 것을 떠올리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오는 5월 9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영구히 폐지하겠다는 말도 흘리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공급 부족이 가격 급등을 야기했다고 비판하면서 공급을 부족하게 할 다주택 구입을 부추기겠다는 셈이다.

셋째, 금융투자소득세(일명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한다. 금투세는 상장주식 거래를 통해 대규모의 양도차익을 얻어도 제대로 세 부담하지 않는 현재의 불공정한 조세 시스템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즉 현재는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하는 대주주에게만 양도차익 과세를 해 2021년 금융투자자가 거의 1,400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납세자는 고작 7,045명이었다. 현재는 대량의 주식을 가지고 있되 삼성전자 9억 원, 현대자동차 9억 원 등 여러 주식에 분산투자를 하면 그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러한 불공정함을 타개하기 위해 여야가 2020년 말에 금투세를 도입(준비 기간을 거쳐 2023년 1월부터)하고 대신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이후 금투세 도입을 한 차례 뒤로 미루더니 이번에는 이를 완전히 백지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마치 대다수 투자자가 과도한 세 부담을 질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지지를 동원하려고 한다. 하지만 금투세는 금융투자 이익에서 손실을 뺀 순이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을 경우에만 22%~27.5%(지방세 포함)를 걷는 것이어서 전체 투자자 중 약 10만 명 정도, 즉 1% 안 되는 투자자들만 그 대상이 되게 설계됐다. 즉 금투세가 도입돼도 90%의 투자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투자자는 금투세 도입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금투세 도입 백지화는 주식 초부자들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다.

넷째, 지난해 도입했던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명 K칩스법을 1년 더 연장하겠다고 한다. 이 정책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시설투자에 대해 대규모의 세액공제를 주는 정책인데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 국가전략산업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주는 정책이다. 이번에 이 제도를 1년 연장하면서 R&D 투자에 대해서는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신규로 주겠다고 했다. R&D 투자의 거의 90%를 대기업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맞춤형 감세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상속세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이 위협”을 당하고 있고 그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며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 승계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가? 12조 원의 상속세가 발생한 삼성도, 5조 원어치 주식을 상속세로 물납한 넥슨도 승계는 무탈했다. 한편 상속세 명목세율의 최고세율은 50%로서 세율만 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2021년 전체 피상속 건수 34만 4,184건 중 실제 과세 건수는 1만 2,749건, 즉 3.7%에 불과하다. 이는 상속세에 대해 관대한 공제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속세를 강화하지 않으면 부의 대물림을 막기 어렵다.

이렇게 대기업과 고자산가들에 특혜를 주는 정책을 펴면서 정부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있는 모든 국민이 감세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한다. 소위 ‘낙수효과’로 경기가 활성화되면 역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것이기 때문에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도 안 된다. 감세의 혜택이 고자산가들에 귀속될 것이므로 부자 감세다. 그리고 이들은 세 부담이 조금 올라간다고 해서 수익이 나는 투자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감세 정책은 투자를 더 늘리지 못하면서 세수 감소만을 야기할 것이다.

위의 감세 정책들은 대부분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정책들은 대통령과 여당이 실현할 수도 없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남발하고 있는 것은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해 주면 감세로 보답하겠다는 은근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고자산가들이 혜택을 볼 것이 확실한데 이로 인한 세수 부족, 그로 인한 지출 감소 혹은 눈에 안 띄는 증세가 서민과 중산층에게 가할 피해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감세 정책은 큰 저항 없이 추진되기 십상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러한 부자 감세가 결국 서민과 중산층의 복지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이 제대로 인식되도록 노동과 시민사회의 적극적 연대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