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복지 북유럽 국가들, 어떻게 복지재원 마련하고 있나?
[기고] 고복지 북유럽 국가들, 어떻게 복지재원 마련하고 있나?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3.18 13:49
  • 수정 2024.03.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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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4월 15일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각 당이 어떠한 총선 공약을 제시하는가를 보고 그 정책들을 비교해 내 삶을, 우리 모두의 삶을 조금 더 낫게 해줄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바람직한 공론의 장이 형성되지 못한 채 공천 잡음, 위성 정당 문제, GTX 연장과 확대, 지역 광역철도 건설, 여의도 70배 규모의 절대농지 규제 해제 등에 총선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이어 지면에 실리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언론은 앞장서서 대기업들이 높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 하고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는데 그로 인해 이제는 서민마저 높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게 되었다는 등 이유를 들어 초부자들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고 부의 대물림을 심화시킬 상속세 폐지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언론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다.

보수언론이 상속세 폐지 주장을 하며 그러한 사례로 대표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국가가 스웨덴이다. 실제로 스웨덴은 2004년 상속세와 증여세를, 2007년에는 부유세를 폐지했다. 보수언론은 이 외에도 스웨덴의 조세 체제에 대해 법인세도 약하게 걷고 있고 역진적이라고 하는 소비세는 25%의 세율로 세게 걷고 있다고 말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체적으로 세 부담률을 낮춰 왔다고, 즉 감세 기조를 보여 왔다고 강조한다. 보수언론은 스웨덴과 같은 복지국가도 조세 체제는 성장에 맞춰져 있고 우리나라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웨덴과 나머지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 체제의 과거와 현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와 같은 주장은 매우 피상적인 지식에서 도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개 북유럽 국가의 세수 구조를 보면 소비세 세수가 모두 GDP 대비 10%를 넘을 정도로 높지만 이것은 역진적 세제 선호 때문이라기보다 높은 조세부담률 때문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는데 당시 소득세 부담은 이미 높았기 때문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소비세 증세를 택한 결과다. 대신 저소득층이 많이 사용하는 재화에 저세율 적용, 소비세 세수의 복지 투입으로 소비세의 역진성을 완화했다. 즉 누진적인 소득세보다 역진적인 소비세가 수준 높은 복지국가와 더 친화적이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1990년대 들어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전 세계적으로 감세 경쟁이 벌어짐에 따라 소득세 인하가 실시됐지만 누진적 소득세는 북유럽 국가들의 세제에서 복지재원 창출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즉 복지 증세 전략에서 소득세 강화가 우선이며 소득세가 충분히 강화된 상태에서 더욱 높은 복지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라는 조건에서 소비세 증세를 활용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법인세의 경우 노르웨이를 제외한다면 GDP 대비 2~3%로 세 부담이 낮은 편이다. 낮은 법인세율이 투자를 유인한다기보다 유럽 시장이 통합돼 자본 이동이 수월해졌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자본 유치 경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점이 우선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노동 보호가 우리나라보다 잘 되고 있고 기업이 총수 일가에 의해 사유화되는 정도가 약해 낮은 법인세율의 혜택이 일부 대주주에게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약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대규모의 이윤을 회사 내에 유보할 유인도 약해 배당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다. 배당 소득에는 높은 소득세가 부과될 것이기 때문에 배당 단계에서 자본 소득에 대해 충분히 과세함으로써 낮은 법인세율이 분배를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덜 수 있다.

다른 한편 법인세 그 자체는 약하지만 고용주의 사회보험료 부담이 강한 편이다. 법인세 세수 비중이 작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경우 사회보험료 수입 비중이 GDP 대비 약 9%, 12%가 되는데 3분의 2 정도는 고용주가 부담하고 있다. 스웨덴은 법인세가 작지만 고용주가 고용 규모에 비례해 급여세(Payroll Tax)를 납부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이 크다. 이 급여세는 이윤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보험료와 비슷하게 고용 규모에 따라 기업이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 세수를 가지고 피고용인 관련 복지제도를 운영한다. 한편 노르웨이는 법인세 세수 비중이 매우 높다. 이 법인세는 일반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가 아니라 북해 유전에서 석유 및 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수익의 78%를 세금으로 걷는 대형 석유 및 가스세(Oil and gas tax)다. 이 외에도 사회보험료에서 고용주가 내는 비중은 스웨덴, 핀란드보다 덜하지만 피고용인 비중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한편 덴마크는 법인세를 약하게 걷는데 기업에 걷는 급여세가 있거나 고용주가 사회보험료를 많이 내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는 소득세 비중이 매우 높은 조세 체제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 복지를 확대할 때 소득세 세수를 크게 늘렸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소득세 인하 경쟁에 따라 소득세 세율을 약간 내리고 소비세 세율을 올렸으나 기본적으로 높은 소득세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사회보험료의 역할은 거의 없다. 덴마크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대기업이 적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많은 산업구조 때문일 것이다.

제작: 참여와혁신 디자인팀

마지막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자산세에 주목해 보자. 이 자산세에는 부동산 보유세, 상속세, 부유세 등이 포함된다. 북유럽 국가들이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 부과를 통해 수준 높은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자산세 강화의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자산세의 역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은 상속세를 폐지했지만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덴마크와 핀란드는 여전히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고 노르웨이는 상속세는 폐지했지만 부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즉 자산세가 약하다는 것을 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북유럽 국가들의 아킬레스건은 과도하게 높은 가계부채 수준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약한 자산세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러한 점에서 북유럽 국가들의 약한 자산세 정책을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