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삭감=노동시간 증가”···쿠팡 택배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
“수수료 삭감=노동시간 증가”···쿠팡 택배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4.02.05 19:54
  • 수정 2024.02.05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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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쿠팡판교지회·쿠팡분당지회 무기한 파업 돌입
택배노조 “고용노동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집단 해고, 생존권 위협 쿠팡CLS 규탄! 택배노조 결의대회’에 참가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노동 3권 파괴! 쿠팡 규탄!’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집단 해고, 생존권 위협 쿠팡CLS 규탄! 택배노조 결의대회’에 참가한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노동 3권 파괴! 쿠팡 규탄!’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1일부터 택배노조 경기지부 쿠팡택배판교지회와 쿠팡택배분당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무기한 파업을 진행 중이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가 판교와 분당에 있는 대리점에 각각 택배 수수료 삭감, 대리점과 계약 종료 등을 통보한 것이 택배노동자의 수입 하락, 고용 불안 등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택배노조)은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파업 투쟁 승리를 위해 함께할 것을 결의하며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쿠팡택배판교지회 조합원들은 지난해 12월 말 A 대리점으로부터 택배 수수료가 올해 1월부터 건당 770원에서 650원으로 하락 조정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쿠팡택배판교지회는 수수료가 삭감되면 월 100여만 원의 택배노동자 수입 감소가 예상돼 이에 반발하며 파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홍성범 쿠팡택배판교지회 지회장은 “대리점은 CLS와 협상을 통해 단가 하락을 받아들여 계약했다고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일방적 통보를 받았을 뿐”이라며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점에 수수료 50원 삭감을 통보받았다. 올해 또 삭감되면 생계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홍성범 지회장은 12월 말부터 2주간 쿠팡택배판교지회 조합원 10여 명의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주 60시간에 가깝거나 이를 초과하는 노동시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조합원들은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여기서 수수료가 깎이면 (수입 보전을 위해) 필연적으로 노동시간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쿠팡택배판교지회는 CLS가 제시한 택배노동자가 달성해야 하는 업무수행률 기준이 높고, 기준에 미달할 시 택배노동자의 배송 구역이 회수되는 ‘클렌징’ 제도가 택배노동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기 위한 쟁의행위 실시하고자 했다. 당시 찬반투표 결과 조합원 15명 중 8명이 투표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찬반투표를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후 쟁의행위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왔고 지난해 12월 수수료 삭감 문제가 발생하면서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파업에는 6명이 참여하고 있다.

홍성현 지회장은 “1일 전면 파업 전에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프레시백* 회수 거부 투쟁을 진행했다. 그로 인한 업무수행률 미달로 조합원 2명의 배송 구역이 회수되는 클렌징이 최근 발생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중지 결정,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해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클렌징이 실시된 것은 CLS가 택배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프레시백 : 쿠팡의 신선 제품을 담는 다회용 보냉백

홍성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경기지부 쿠팡택배판교지회 지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집단 해고, 생존권 위협 쿠팡CLS 규탄! 택배노조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홍성범 쿠팡택배판교지회 지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집단 해고, 생존권 위협 쿠팡CLS 규탄! 택배노조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한편 쿠팡택배분당지회 조합원들은 CLS와 대리점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고용 불안 문제를 겪고 있다. CLS는 쿠팡택배분당지회 조합원 10명이 소속된 B 대리점에 오는 3월 7일로 택배 업무 위탁 계약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지난해 4월 말 쿠팡택배분당지회 결성 과정에서 CLS가 택배노조 간부 등의 쿠팡 용인3캠프 출입을 막으며 일부 택배노조 간부, 조합원들이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CLS는 이 과정에서 B 대리점과 신뢰 관계가 훼손됐으므로 계약 종료를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B 대리점 소속 임원 및 택배노동자들의 CLS 직원에 대한 폭행,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 혐의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택배노조는 “CLS가 근거로 든 당시 충돌은 CLS가 상급단체인 택배노조 간부의 출입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그 원인 제공자는 CLS”라면서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이 이를 근거로 해당 대리점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은 결국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쿠팡택배분당지회도 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뒤 지난달 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조합원 14명 중 11명이 투표에 만장일치로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현재 파업에는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CLS는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삭감해 택배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또 하청대리점과 재계약을 거부해 집단 해고를 야기시키고 있다”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도 즉각 나서서 CLS를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택배노조는 단결된 투쟁으로 쿠팡 파업 투쟁 승리를 위해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CLS는 “B 대리점 관계자의 당사 임직원 폭행 및 허위사실 유포 등 각종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상호 합의한 계약 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해 왔으며 계약 종료 안내는 2024년 3월 계약 만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로 지난해 12월 사전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한 CLS는 “영업점(A 대리점)과 협의를 거쳐 영업점에 지급하는 노선별 수수료를 배송 난이도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했으며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거나 난이도가 높은 노선은 수수료가 인상됐다”며 “이와 별개로 각 영업점이 퀵플렉서(택배노동자)에 지급하는 배송수수료는 영업점과 퀵플렉서의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CLS는 영업점의 배송 수수료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홍성현 지회장은 “전국의 대리점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몇몇 대리점에 확인해 보면 배송이 난해한 지역은 (택배 수수료를) 올려준 곳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쿠팡택배판교지회 조합원들은 일괄 택배 수수료 삭감을 통보받았다”며 “판교의 경우 아파트가 주로 많아서 택배노동자들의 배송 구역 자체가 좋은(배송 난도가 낮은)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택배 수수료를 삭감당한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