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 택배기사 과로로 굴러가나?···노조 “쿠팡 대표 국감 나와야”
로켓배송, 택배기사 과로로 굴러가나?···노조 “쿠팡 대표 국감 나와야”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0.13 20:15
  • 수정 2023.10.13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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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정현 택배노조 경기지부 쿠팡택배일산지회장
“마감 2시간 전부터 CLS 직원 연락 계속···이후 남은 물량 배송하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
지난 12일 택배노조의 쿠팡 대표 국감 증인 채택 촉구하는 국회 앞 철야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송정현 택배노조 경기지부 쿠팡택배일산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전국택배노동조합
지난 12일 택배노조의 쿠팡 대표 국감 증인 채택 촉구하는 국회 앞 철야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송정현 택배노조 경기지부 쿠팡택배일산지회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은 신선식품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당일·새벽·익일에 배송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평균 12시간 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은 신속한 배송으로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쿠팡의 목표인 최고의 고객 만족 실현은 일선에서 발로 뛰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완성된다.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쿠팡 로켓배송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송정현 택배노조 경기지부 쿠팡택배일산지회 지회장은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경험하며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지회를 창립했다. 이후 지난 7월 일부 분류작업이 택배노동자에게 전가돼 장시간 노동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등 내용의 지회 소식지를 쿠팡 일산6캠프에서 배포하다 CLS로부터 캠프 출입 제한을 받았다. 출입 제한에 반발하며 송정현 지회장과 일산지회 부지회장 2명은 강남구 CLS 본사 앞에서 90일 넘게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송정현 지회장을 만나 쿠팡 택배 노동실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농성을 시작한 지 90일이 넘었다.

지난 7월 12일에 출입 통제 조치를 통보받고 13일부터 캠프에 못 들어갔다. 캠프에 못 들어가면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다. 올해 4월 24일에 지회를 창립해서 약 80일간 노조 활동을 했는데, 노조 활동 기간보다 해고 기간(출입 제한 기간)이 더 길어졌다. 그 사이에 14kg 정도 빠졌다.

- 분류작업 전가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지회를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정부 집에서 일산 캠프까지 1시간 걸려서 오전 8시쯤 캠프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2시간 정도 분류작업을 한다. 지난해 8월 1일부터 쿠팡 택배업무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분류작업을 안 했다. 카트보다 좀 더 큰 수레에 내가 배송해야 할 물량만 담겨 나와 그걸 차에 싣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지난해 11월경부터 2~3명 물량이 섞여서 나오기 시작했다. 

쿠팡이 자동화 분류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분류 인력을 3분의 1 정도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화 기계는 세세하게 분류하지 않는다. 통으로 소분된 물량을 택배노동자들이 노력을 들여 분류해야 하는데 이건 사회적 합의 위반이다.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핵심은 과로사를 줄이기 위해 분류작업은 택배사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 장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가?

신선식품 등 당일 의무 배송 물량을 처리하는 시간이 타이트하다.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분류작업을 하면 바로 오전 물량을 친다. 그리고 오후 1시 반까지 캠프에 복귀해야 한다. 당일 배송해야 하는 신선식품이 오후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물량을 다시 2시간에 걸쳐 분류한다.

오후 2시 반 또는 늦으면 4시에 캠프에서 나가 오후 8시까지 물량을 쳐야 한다. 주간배송은 오후 8시, 야간배송은 오전 7시까지다. 매일매일 시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게 되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냐하면 대개 2시간 전부터 캠프에 있는 CLS 직원한테 전화나 카톡이 온다. ‘정현님, 이거 제시간에 가능하시죠?’ 확인한다.

무조건 신선식품 먼저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집을 여러 번 갈 때도 있다. 당일 배송해야 할 물량과 그렇지 않은 물량이 같은 집에 있어도 미리 분류하고 배송을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으로 배송을 하다 보니 오후 8시가 돼도 남는 물량이 있다. 남은 물량을 처리하다 보면 오후 9~10시에 끝날 때도 많고 자정 즈음에 일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다. 주 6일을 그런 식으로 일했다.

-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이 있나?

거의 없다. 식사도 차에서 반찬 없이 먹을 수 있는 유부초밥 등을 집어 먹는다. 혼자 일하는 다른 분들도 대부분 편의점 김밥 사 먹는다. 쉴 시간이 정말 없어서 가족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누가 나한테 쉬지 말라고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데 너무 쉬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올해 1월 동승자를 구하고부터 점심을 좀 먹기 시작했다.

- 동승자와 수입을 나누는 것인가?

그렇다. 동승자에게 내 물량을 줄 수는 없지만 내가 할당받은 물량을 같이 배송하고 수입을 나눌 수는 있다. 동승자와 함께 일하면서 전체 물량을 조금 늘려 받긴 했는데 기름값, 보험료 등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월수입은 250만 원 정도 됐다. 가족이나 친구가 같은 차에 동승해서 일하는 경우가 있다. 

- CLS로부터 업무 지시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인가?

캠프에서 CLS 직원의 지시를 받고 배송할 때도 CLS 직원의 감독을 받는다. 내 생각에 대리점은 인력 파견업체 정도다. 상식적으로 CLS가 사용자 지위에 있는데 아시다시피 나는 (CLS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위탁 배송기사, 특수고용직이다. 국회에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 않은가. 핵심 내용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 앞으로도 농성을 계속 진행할 계획인가?

그렇다. 얼마 전 출입 제한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지만 항소했다. 출입 제한은 노조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승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 문제에 대해 국회가, 정치권이 답을 줄 차례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물론 국정감사에서 쿠팡을 불러서 사회적 합의 위반의 책임을 물어주길 바란다.

지난 12일부터 택배노조는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쿠팡 대표 채택을 촉구하는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송정현 지회장도 국정감사 증인 채택 시점까지 국회 앞 농성에 참여한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미 CLS의 택배노동 문제를 언급하며 경영 책임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며 “국민의힘은 이에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3일 새벽에 군포 산본동 한 빌라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쿠팡 택배노동자 한 명이 숨졌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고인의 머리맡에는 쿠팡 택배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택배노조는 고인의 죽음이 과로에 따른 사망이 아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현재 경찰이 사망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택배노조는 배송기사가 과로사한 것처럼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 여부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지 않도록 유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12일 택배노조가 쿠팡 대표의 국감 증인 채택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12일 택배노조가 쿠팡 대표의 국감 증인 채택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택배노조가 13일 국회 앞에서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13일 국회 앞에서 택배노조가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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