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쿠팡, 사용자성 인정하고 교섭해야”
택배노조 “쿠팡, 사용자성 인정하고 교섭해야”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6.08 18:01
  • 수정 2023.06.08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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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S, 5일 택배노조 쿠팡택배지회 간부 등 고소... “계약해지 권한 없는데도 부당해고 주장”
택배노조 “업무수행률 미달 시 구역 회수하는 ‘클렌징’, 사실상 해고제도”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LS 본사 앞에서 '쿠팡CLS에 대한 원청교섭 요구 공문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LS 본사 앞에서 '쿠팡CLS에 대한 원청교섭 요구 공문 전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택배노조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에 교섭을 요구했다. 직접적인 사용자는 대리점이지만, 원청 CLS도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기에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CLS의 택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대리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특수고용직이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이들은 일감을 할당받아야 계약관계가 유지되고, 일감이 없다면 계약해지 즉 해고와 같은 상태에 놓인다.

현재 택배노동자들은 CLS-대리점 간 체결한 계약서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업무수행률을 충족시켜야 한다.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대리점이 CLS와 계약이 해지되거나, 대리점이 CLS에서 위탁받는 물량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물량 조정은 택배노동자들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의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택배노조는 설명했다.

클렌징이 되면 해당 구역을 담당하던 택배노동자의 일감은 줄거나 사라진다. 지난달 쿠팡 용인3캠프 A 대리점의 택배노동자 4명이 클렌징에 따라 일감을 할당받지 못해 택배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택배노조는 “사실상 부당해고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 지부장은 지난달 26일 클렌징 폐지와 택배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CLS 본사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8일 기준 14일째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5일 CLS는 “독립사업자인 위탁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를 CLS가 계약해지 할 권한이 없음에도, 마치 CLS가 부당하게 해고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택배노조 쿠팡택배지회 간부 등 3명을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택배노조는 다시 반발했다. “클렌징 제도는 택배노동자의 법률상 해고가 아닌 ‘사실상 해고’를 초래하는 제도”라며 택배노조의 주장에는 허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CLS에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클렌징 제도 폐지 등을 논의하려면 대리점보다 해당 제도 설계 권한이 있는 CLS와 택배노동자가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기자회견 이후 전국택배노동조합이 CLS에 교섭 요구 공문을 전달하고자 CLS 본사에 들어가고자 했으나 입구에서 경비들에 의해 제지됐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기자회견 이후 택배노조가 교섭 요구 공문을 전달하고자 CLS 본사에 들어가고자 했으나 입구에서 경비들에 의해 제지됐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이날 택배노조가 CLS에 제시한 교섭 의제 2가지는 ▲클렌징 폐지 또는 개선 ▲프레시백 회수 단가 현실화다. 프레시백은 쿠팡의 신선 제품을 담는 다회용 보냉백으로, 택배노동자들은 소비자에게 제품 배송 후 프레시백을 회수해야 한다. 프레시백 회수 단가는 100~200원으로, 택배노동자들은 회수를 위해 이동하고, 프레시백 내부를 세척하는 등 수행하는 업무에 비해 단가가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쿠팡이 구역을 회수해가면 대리점은 무슨 수로 택배기사에게 일을 줄 수 있겠는가”라며 “클렌징으로 택배노동자들이 사실상 해고 위기에 놓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보고자 CLS에 교섭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레시백 한 개를 회수하기 위해 차량을 이동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거리를 감안하면 건당 100원 수준의 단가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며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면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CLS와 교섭이 필요하다. 교섭 제안을 거부한다면 노조는 투쟁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황재환 택배노조 쿠팡택배 울산지회 지회장은 CLS-대리점 계약서에 따라 요구받는 ‘프레시백 월평균 회수율 90% 달성’ 기준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재환 지회장은 “회수한 프레시백 개수만 보면 대리점 내에서 3등 안에는 거의 들었다. 그런데 제일 잘했을 때가 88% 수준이었다”면서, “회수 단가도 높여야 되고, 업무수행률 기준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택배노조는 교섭 요구 공문을 CLS 본사에 전달하고자 했으나, 입구에서 제지됐다. 이후 단식 농성 차량에 공문을 게시하며 “우리는 언제든 CLS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CLS는 원청으로서 책임감 있게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택배노조가 원영부 경기지부 지부장의 단식 농성 차량에 교섭 요구 공문을 게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택배노조가 원영부 경기지부 지부장의 단식 농성 차량에 교섭 요구 공문을 게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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