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경기지부장 단식농성 돌입... “쿠팡, 클렌징 철회하라”
택배노조 경기지부장 단식농성 돌입... “쿠팡, 클렌징 철회하라”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05.26 18:59
  • 수정 2023.05.26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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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3캠프 A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4명, 본사의 배송 구역 회수로 일자리 잃어
택배노조 “추가 회수 통보받아 20여 명 해고 위기... 회수 기준 알 수 없어 무방비 상태”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6일 서울 강남구 HJ타워 앞에서 '쿠팡(CLS) 앞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6일 서울 강남구 HJ타워 앞에서 '쿠팡(CLS) 앞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택배노조 경기지부장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 본사 앞에서 무기한 1인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본사 마음대로 배송 구역을 회수하게 하는 클렌징 제도는 택배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며 “CLS는 즉각 클렌징(구역 회수) 제도를 철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은 26일 서울 강남구 HJ타워(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CLS와 대리점은 계약해지에 관한 부속합의서를 체결한다. 택배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합의서에는 ‘계약 즉시 해지’ 또는 ‘위탁 물량 조정’ 사유를 정하고 있다. 대리점에게 어느 하나의 사유가 발생하면 CLS가 계약 해지 또는 물량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유 중에는 대리점에서 ‘일정 기준의 업무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하루 2회전 배송 미수행 건이 2주 동안 2건 이상 발생한 경우 △신선식품 배송률이 95% 미만인 경우 등이다.

택배노조가 공개한 CLS-대리점 간 체결한 '계약해지에 관한 부속합의서'에서 ‘계약 즉시 해지’ 또는 ‘위탁 물량 조정’ 사유 중 일부 내용 ⓒ 전국택배노동조합
택배노조가 공개한 CLS-대리점 간 체결한 '계약해지에 관한 부속합의서'에서 ‘계약 즉시 해지’ 또는 ‘위탁 물량 조정’ 사유 중 일부 내용 ⓒ 전국택배노동조합

택배노조는 대리점의 배송 구역을 명확하게 할당하지 않고, 일정 기준에 따라 구역 회수 가능성을 둔 것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물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생물법에는 영업점(대리점)이란, 택배서비스사업자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한 구역을 할당받아 물류서비스에 관한 위탁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수행률 기준이 과도해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택배노동자들은 업무수행률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언제든 클렌징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쿠팡 용인3캠프 A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4명은 업무수행률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배송 구역을 할당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택배노조는 “클렌징을 당한 것”이라며 “일감이 없어진 것은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같은 대리점의 10개 구역도 회수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20여 명 택배노동자가 클렌징될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택배노조는 “클렌징을 무기로 택배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려 하는 쿠팡을 규탄한다”며 “클렌징 철회를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단식농성은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 지부장이 단독으로 실시한다.

원영부 경기지부 지부장은 “지부장으로서 (택배노동자를) 자르지만 말아달라고 외치는 호소밖에 할 게 없다”며 “택배노동자도 집에 가면 가족이 있다. 서울시민들도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고 관심 가져달라”고 전했다. 

한편 쿠팡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독립사업자인 택배위탁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계약 해지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해당 대리점(쿠팡 용인3캠프 A 대리점)은 최대 10주가량 계약을 위반해 고객 불편을 유발했다. 개선을 요청했지만 배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구역 회수가 타당하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