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 변화를 시작하다
산업단지, 변화를 시작하다
  • 홍민아 기자
  • 승인 2015.03.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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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고도화 및 클러스터 사업 활발히 진행
산학연 협력 관계 통한 경쟁력 강화 강조
[커버스토리]_ 산업단지와 제조업의 미래 (4)

5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적성장을 이루면서 제조업의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단지는 2000년대부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산업단지의 외형은 계속해서 확대되어 온 것에 비해 한계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산업단지 내의 유휴공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산업단지 개발방식이 간소화되면서 소규모의 산업단지들이 무분별하게 형성되어 국토 난개발이 우려되었고, 유사 업종의 인접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려 했던 산업단지 조성의 본 목적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설비 노후화도 큰 문제였지만, 제조업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국내 산업단지들은 탈공업화가 진행되고 글로벌 경쟁체제에 놓이게 되면서 산업의 융·복합화, 즉 제품의 생산, 판매, 체험을 포괄하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는 산업단지로의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 한국산업단지공단

4가지 방식의 자구책 마련

산업단지 발전을 위한 자구노력은 크게 4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 노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및 리모델링 사업 ▲ 혁신 창출을 위한 산업단지 클러스터 사업 ▲ 친환경산업단지 구축 ▲ 융·복합 신사업 육성을 위한 산업입지 공급 사업이 그것이다.

한마디로 오래된 산업단지들을 대상으로 설비 개선 및 편의시설 확충 사업을 진행하고 폐업한 부지와 새로 개발 예정인 산업단지들을 대상으로 산학융합지구, 비지니스센터, 지식산업센터 개발 및 보육·문화·복지·교통 편의를 위한 시설을 복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해 발간한 <산업단지 50년의 성과와 발전과제>를 통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지식기반산업의 성장은 물리적 생산설비 외에 대학, 연구소 등 기술적 파트너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 왔다. 기술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신기술 개발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동종 또는 이업종 간의 기술융합 및 상호연계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지식과 기술, 혁신이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개별기업이 독자적으로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산·학·연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혁신 역량과 생산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클러스터 사업의 등장

기업의 장기적인 전망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존의 산업구조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고, 이는 유사한 업계 간 제휴를 통한 기술개발, 기업­대학­연구소 연계를 통한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개념은 OECD에서 밝힌 클러스터와 연결된다. 1990년대 중반이후 클러스터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OECD에서는 클러스터를 가치를 증가시키면서 긴밀히 연관된 기업들의 생산 네크워크인 동시에 다른 의미로는 대학, 연구기관, 지식서비스 중개기관, 소비자 등 주요 행위 주체들의 전략적인 동맹이라고 정의했다.

산업단지 클러스터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한 2004년 당시에는 제조업이 산업단지의 생산과 수출, 고용에서 커다란 비중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전망을 봤을 때, 자체 연구개발 역량이 취약한 것이 큰 약점이었다. 성장을 거듭하는 대기업들은 자체 연구소를 보유하여 기술개발을 위한 설비투자를 할 여력이 있었지만, 중소 규모의 기업들은 연구설비를 위한 비용, 연구개발을 주도할 고급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산업단지 클러스터 사업 초기에는 정부 주도 하에 한국형 클러스터 사업 계획을 마련되기 시작했고 광역별로 확대되는 과정을 거쳐 2013년 민간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클러스터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사례 1 : 대·중·소기업 네트워크를 통한 해양플랜트 밸브 시장 개척

국내 조선소들은 전 세계 해양플랜트 건조 물량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건조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보통 2~3년의 납기를 가진다. 해양플랜트의 총 건조기간은 빠르면 2년 길게는 3년의 시간이 걸린다. 해양플랜트에서 사용되는 부품들의 80%가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해양플랜트 건조 기일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해양플랜트 건조에서 중요 부품 중 하나인 밸브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은 해양플랜트 건조를 담당하는 국내 조선소에서 중요한 문제였다. 국내에서 밸브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있었으나 해양플랜트에 사용되는 밸브는 파도를 견디고 심해의 높은 압력에서도 견딜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사양에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했다. 단가보다 제품의 고품질이 더 중요해서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조선소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밴더) 목록에 이름이 올라와 있지 않다면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대·중·소기업의 연결고리 역할, 국내 해양플랜트 밸브 생산 기업들과 해외 기업들의 기술 제휴를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나섰다.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서미영 대리는 “해양플랜트 밸브 국산화 생산은 개별기업들이 완료했지만 실적이 없어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기업들에 대해 조선소 담당자들과 협력해서 밴더 등록을 시켰다. 사전에 준비해서 밸브 기술의 우수성을 검증받아 두면 해외 밸브가 공급되지 않거나, 시기적으로 급할 때 국내 기업에서 공급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마련된 네트워크를 통해 계속적인 정보 교류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종업계이고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다 보니 오늘은 협력자, 내일은 경쟁가가 되는 묘한 산업군이지만, 워낙 해양플랜트 사업은 개별 기업 수준에서 개척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공단에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대·중·소기업 협력을 통한 해양플랜트 밸브 국산화 사업을 함께 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수주한 해양플랜트에 필요한 밸브의 50%를 국내 기업 밸브 제품으로 구매해 해양플랜트 밸브 국산화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현재까지는 주로 저압에 사용되는 제품들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 것이지만, 해외 우수 밸브기업들과의 지속적인 기술 제휴, OEM 생산을 통해서 고압도 견딜 수 있는 고부가가치 밸브 사업을 위한 기반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사례 2 : 협력업체와 함께 진행한 품질 개선 및 기술 개발

어태치먼트(attachment)란 기계의 일부를 떼어내고 그 대신 다른 부속 장치를 부착하여 특수 용도로 사용하는 기구이다. 대모엔지니어링(주)은 굴삭기 어태치먼트, 유압브레이커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미국, 유럽, 중국 등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었다. 1989년 설립되어 해당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해 오면서 2005년 2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허나 매출이 급증한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대모엔지니어링은 품질 관리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인도 타타그룹에서는 “품질이 개선될 때까지 제품 구입을 무기한 중단하며 필요시 거래를 중단하겠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내부적으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제조 공정의 대부분이 외부 협력업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내부프로세스 개선과 협력업체의 품질 개선이 동시에 요구되었다. 품질개선의 필요성은 인지하였으나 무엇보다도 외부 협력업체의 동참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가 문제였다. 정확한 품질 측정 및 개선을 위한 설비 마련과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클러스터 사업 초기에는 기업들 간 품질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월 1회의 정기모임을 가졌으나 협력업체들의 핵심 기술 공개에 대한 기피성향과 성공에 대한 의심 때문에 효과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대모엔지니어링의 적극적인 주최 하에 서브미니클러스터 추진을 위한 TFT를 구성했다. 협력업체 방문을 통한 현장지도를 강화하였고 대모엔지니어링의 장기적인 전망을 협력업체들에게 설명하며 지속적인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 그러자 협력업체에서 기술들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품질 개선을 위한 공동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실린더의 스크래치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을 확인하고 개선작업에 나섰다.

정기적인 기술 교류와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통해 기업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품질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 대모엔지니어링은 4년 동안 평균 20%, 협력업체들은 24%의 매출이 증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사례 3 :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제품 품질 개선 획득

하이포이드 기어(hypoid gear : 교차하는 두 축의 각도가 90°인 엇갈림 기어) 모터는 주로 자동차나 대형선박에 사용되었으나 소형 감속기 분야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주)에스피지에서는 자동문과 지하철역 내에 있는 스크린 도어 시장의 활성화를 예측하여 하이포이드 기어 모터 소형화를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구동방식에 대한 정보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고 구현된 모듈의 신뢰성 검사에서도 적정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검사를 통해 제품의 사양을 파악해 시장에 판매하고 소비자들에게 광고한다면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스크린도어를 비롯한 자동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품 구현 설비 및 사양 정립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인천 남동구에 위치하고 있었던 에스피지는 송도테크노파크 내 모터 분야 연구원과 미니클러스터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각종 검사를 통한 제품의 사양 확인 및 통신 시설로의 접목을 통해 시스템 내에서 문제없이 제품을 가동시켰다. 또한 각종 제품 정밀 가공을 위한 매뉴얼화 작업도 진행했다.

특히 전국 457개의 모터기업 중 63개의 기업이 남동공단에 위치할 만큼 인천지역은 다양한 종류의 모터를 생산하고 있는 특화된 지역이다. 하이포이드 기어 모터의 소형화에 성공한 에스피지는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일본에서만 6억 1백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소형 모터 제품의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 한국산업단지공단
클러스터 사업의 특징과 한계

몇몇 사례를 통해 살펴본 클러스터 사업의 특징은 기업 간, 기업과 연구소 간의 협력 관계 형성 및 지속적인 논의를 통한 제품 품질 개선 및 기술 개발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외에 기업과 대학, 기업-대학-연구소 간 협력을 통해 산업단지 내에서 경쟁력을 획득하기도 한다.

2004년 본격화된 클러스터 사업이 시작된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업 및 대학, 연구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기업 경쟁력 강화, 산업단지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아쉬움 몇몇 사안들도 함께 남아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2014년 산업단지 산학연 네크워크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아직까지 산학연 네트워크가 산업계의 수요를 적절하게 반영하는 데 미흡하고, 대학 및 연구소들 중에는 학문적인 성과에만 주력하는 경우가 있어서 산학연 협력으로 인한 기업 성과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파트너 기관에 대한 정보 부족, 기관 간 소극적인 협력으로 인한 형식적 관계, 상호 신뢰의 부족으로 인한 산학연 협력활동 효율성 저하, 산학연 협력 지원기관에 대해 유사 목적 사업간 연계성 부족으로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이 같은 한계는 그대로 향후 클러스터 사업이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