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서민 위한다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말로만 서민 위한다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 손효정 기자
  • 승인 200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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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선택 2007 ④ 영세상인들이 말한다
동대문·노량진 상인들의 대선 향한 날선 목소리들

대통령 선거에 대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찾은 서울 동대문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들은 선거 얘기에 손사래부터 쳤다. “먹고 살기 급급한 판에 무슨 대선” 혹은 “정치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점상이기 때문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판에” 투표에 참여할 시간조차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런 강한 정치 불신과 냉소 속에서도 ‘소박한’ 바람들을 안고 있었다. ‘먹고 살 걱정 없이 일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봤다.

 

ⓒ 윤현정 기자

 

 

영세민들 너무 힘들다 _권남식 (48, 호떡 판매)

영세업자를 살리는 정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 대형마트가 난립하면서 영세민들이 다 죽었다. 내가 남대문, 동대문에서 20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지금 IMF 때보다 더 힘들다. IMF 직전 파산하고 진 빚을 2~3년 만에 다 갚았는데 지금 그렇게 파산했다면 절대 못 갚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경기는 얼어있다. 개인 영세사업자들이 장사도 잘되고 해야 돈이 돌고 경기가 살아나는데, 영세민들이 너무 힘들다.

 

 

노점상 가만히 둬라 _장칠순 (53, 커피 판매)

노점상권 보호해 달라. 이번에 고양에서도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몇 억씩 벌자고, 떼부자 되자고 추운데 여기서 장사를 하는 것 같은가. 여기 상권 없애면 우리 갈 데 없다. 한 달에 세금 내지, 먹고 입는 생활비까지. 여기 상권 없애도 다른 데서 장사하게 해주면 되지 않겠냐고, 그러면 문제없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림도 없다. 유동인구도 많고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서 장사를 해야지 아무데서나 장사를 어떻게 하나. 사람도 없고 장사도 안 되는 곳으로 보내놓고 노점상인들을 위한 대책이랍시고 생색내려고 하는 거잖아. 서민들을 위한다 말로만 하지 말고 우리 좀 살게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

 

 

양극화 극복부터 우선 돼야 _윤경호 (노량진 수산시장)

양극화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가진 사람이 모든 것을 장악한 구조가 아니라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교육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공교육이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 또 우리 사회 저변에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너무 많이 깔려 있다. 이번에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 문제만 보더라도 부정부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공원도 좋지만 우리도 먹고 살아야 _김현순 (68, 의류 판매)

지금 동대문 노점상을 전부 없애려고 하고 있다. 노점상들 다 쓸어버리고 녹지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녹지공원이 수백 명 서민들 생활보다 더 중요한 것인지 높으신 양반들은 모르나. 녹지공원 좋다 이거야.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많이 찾아오고. 하지만 동대문 노점상도 하나의 문화자원이 될 수 있지 않나. 그걸 제대로 키울 생각은 안하고 왜 없애려고만 드느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 노점 밖에 없는데. 지금 이 나이 돼서 다른 일을 시작 할 수도 없지 않냐. 없는 사람만 죽으라는 건가. 

 

ⓒ <참여와혁신> 포토DB
 

 

청년 실업 대책 내놓아야 _허인지 (노량진 수산시장)

요즘 장사가 너무 안 된다. 그래도 우선적으로 장사를 좀 제대로 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 또 없는 사람들이 집 문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니까 없는 사람도 집 좀 사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대학 나와도 마땅한 직장이 없어서 방황하는 청년들이 많다. 그래서 부모 입장으로 그런 상황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자식을 대학 공부까지 시켜놨는데도 졸업하고 직업을 못 가지는 걸 보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는가.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자기 밥그릇은 어느 정도 자기가 챙길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가장 먼저 정부가 챙겨야 한다.

 

 

노인들도 갈 곳이 필요하다 _김현수 (64, 다리미 판매)

내 나이가 64인데 우리 또래 사람들이 하나 같이 얘기하는 게 갈 데가 없다는 거다. 국가에서는 노인들을 위해서 시설도 만들어주고 돈 많이 쓴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혀 모르겠다. 탁구 치러 가도 자리가 없어서 못 친다. 노인 인구가 몇인데 그런 시설 몇 개로 될 것 같냐. 어림도 없다. 65세부터는 지하철 요금도 공짜라고 하는데 65세가 안된 나 같은 노인들은 공짜 지하철 타고 놀러도 못 간다. 65세 이상인 내 아는 선배는 보니까 지하철 타고 천안 단풍놀이도 다녀오고 하더라. 내년되면 65세가 돼서 혜택을 받기야 하겠지만 직장 없고 돈 없는 우리 같은 노인들은 65세가 되기까지 기다리는 것도 힘들다. 요즘 같이 날씨가 추울 때는 더 서럽다. 나와도 갈 데가 없으니 공원 같은데 앉아 있다가 해 떨어지기 전에 들어가고, 그게 다다. 노인들을 위해 좀 더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다.

 

 

실천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_ ○○○ (노량진 수산시장)

믿고 뽑았지만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는 대통령이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누가 대통령 되든 나와 상관 없다  _○○○ (44, 문구 판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어떤 정책을 내놓든 그게 나와 상관 있나. 여태까지 계속 그랬다. 원래 못살았고,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냥 하루 장사 잘되면 좋은 거고.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사람들이다. 나 같은 사람들은 오늘 하루 돈 많이 벌어서 따뜻한 방에 누워서 편하게 잠드는 거 그게 전부지. 너무 없이 살다보니 그런데 신경 쓸 여유도 없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재래시장 활성화대책 필요하다 _김○○ (노량진 수산시장)

곳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다. 재래시장도 요즘에는 시장 환경과 고객 서비스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대형할인점에 밀려 회생하지 못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서민들이 장사하는 곳인데 손님들이 대형마트로 몰리면서 재래시장에는 경제 불황이 야기되고 있다. 또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대학 등록금 문제도 고민이 된다. 등록금을 좀 내렸으면 좋겠다. 요즘은 졸업보다 취업이 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고급인력은 넘쳐나는데 실질적으로 그 사람들이 설 자리가 너무 없다. 그렇다고 고급인력이 중소기업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 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노인들 일자리가 필요하다 _조태헌 (74, 의류 판매)

동대문에서 20년을 장사했다. 그러다가 11년 전에 내가 중풍에 걸려서 지금은 할머니가 허리를 다쳐 온전치 않은 몸으로 장사를 도맡아 한다. 내가 많이 미안하지. 옷장사 하는데 나는 아파서 가만히 앉아 있지 할머니도 나이가 많아서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큰소리로 말도 못하고 활발하게 장사를 못해. 그저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는 게 다야. 이걸로는 생활이 어려워.
국가에서 노인들을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을 신경써주면 좋겠다. 내가 6.25 참전 용사인데 한 달에 7만원이 지급된다. 최소한 20만원은 지급되어야 하지 않겠나.

 

세금이 너무 많다 _권애경 (42, 국화빵 판매)

세금 좀 깎아 달라. 가게에서 장사 하다가 임대료 못 내고 해서 노점으로 옮겼다.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한 달에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 이래서 서민들 어떻게 먹고 사나.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들어오는 돈은 뻔한데 나가는 돈이 많으니 답답할 때가 많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세금 내다보면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정신없다.

 

 

신용불량자 회생정책 시급 _김해남 (노량진 수산시장)

사업 실패 이후 회생하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생활마저도 안 된다. 신용불량자들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기름값이 안정돼야 _박학수 (48, 용달차 운전)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 전 세계적으로 기름이 귀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기름값이 오르니까 물가도 오른다. 물가가 안정돼야 서민들도 돈도 좀 쓰고 할텐데 물가가 자꾸 오르니까 돈을 쓰지를 않는다. 그러니까 경기가 계속 안 좋은 거다. 기름값도 안정시켜주고 물가도 좀 안정시켜 달라.

 

 

집값부터 잡아 달라 _김승경 (36, 신발 판매)

집값 안정, 집값 안정, 하더니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집값이 내렸다고 뉴스에서 자꾸 나오던데 내린 게 맞긴 한 건지. 집을 사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다. 부동산에 가서 시세만 봐도 기가 죽는다. 우리 같은 서민들 집 하나 사보려고 청춘 다 바치는 거 너무 억울하다. 그렇다고 내 집 없이 살자니 무시당할 것 같고. 남들 다 재테크다 부동산이다 하는데 집이라도 없으면 정말 서럽지 않겠나. 어디 가서 대화에라도 끼겠나. 돈 없어서 그런 건 못해도 집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유류세 인하해야 _○○○ (노량진 수산시장)

손님이 몇 년 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상인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때문에 이제는 배송을 안 해주면 사가지를 않는다. 그런데 운송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