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 벌기도 급한데 무슨 교육?
당장 돈 벌기도 급한데 무슨 교육?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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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 중소기업과 교육훈련
② 교육훈련을 가로막는 요인들

‘돈 들이고 인재 잃는 것’ 부정적 인식 팽배

중소기업에서 교육훈련에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어느 정도 규모까지 중소기업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사업장 수와 고용인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교육훈련 참가인원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다.

150인 미만 사업장을 기준으로 볼 때 직업능력개발사업의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은 사업장 수로는 전체의 99.1%, 인원으로는 65.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훈련 참가인원은 전체 참가인원의 14.9%에 그치고 있다.

 

 

당장 성과도 없는데 …

중소기업이 교육훈련에 투자하는 것을 가로막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교육훈련 종사자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사업주의 인식이다. 사업주가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장 교육훈련에 들어가는 돈을 비용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대기업에서는 교육훈련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2박3일 과정의 교육이 있으면 개인당 45~60만 원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에서는 부담되는 금액이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중소기업인력개발원 홍종희 과장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교육비는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투자에 따른 성과는 단기간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사업주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나오지 않는데 교육훈련에 투자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훈련을 받은 후 직장을 옮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사업주에게는 교육훈련이 ‘돈 들이고 인재 잃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업주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업주가 교육훈련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실수요자인 노동자들은 시간과 비용, 정보의 부족으로 낮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다. 당장 일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교육훈련에 할애하기도 쉽지 않고, 교육훈련에 따른 개인부담금액을 선뜻 지출하는 것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그것과 관련된 과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교육훈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제한적이다. 사업주와 노동자들의 이런 인식은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각해서 교육훈련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흔히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4대난’으로 표현한다. 자금난, 인력난, 판매난, 기술난을 일컫는데, 이런 어려움 중에서 인력난은 교육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홍종희 과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인 사업주와 노동자들에게 이를 이해시키고 참여하게 만들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너무 높다.

 

턱없이 모자란 인력과 재정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현실적인 인력난은 교육훈련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게 만든다. 교육훈련으로 인원이 빠져나가면 그가 담당하던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업무 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훈련을 시키기 쉽지 않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여유인력이 없기 때문에 빠진 인력으로 인한 공백이 크기 마련이다. 한 명이 교육훈련으로 빠지면 나머지 인원이 그 업무를 나눠서 하거나 대체인력을 써야 한다. 보통은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대체인력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필요한 숙련도를 갖추고 있는지, 대체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등 풀어야 할 문제도 많아서, 사업장 내 다른 인원들이 업무를 나눠서 하기 마련이다. 교육훈련을 받는 인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교육훈련을 받기 위해 빠져나가면 동료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재정적인 문제도 압박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교육훈련을 위한 재정을 따로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하여 지원되는 정부의 지원 역시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또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중소기업의 교육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각종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일정한 규모 이상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상시적인 학습활동을 위해 학습조 구성을 필수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학습조의 구성은 최소 5명 이상의 인원이 1개조로 구성돼야 하는데,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적정한 학습조의 수는 5개 이상이라고 한다. 산술적으로도 25명 이상이 돼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보통 50인 이상의 사업장에 지원을 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규모가 그 이하일 경우 현실적으로 지원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지원마저 받을 수 없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안에서도 규모에 따른 격차가 존재하고,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은 아예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시스템 갖추기 쉽지 않아

대기업의 경우 인력개발을 위한 부서와 담당자를 따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부서를 두거나 교육을 전담할 담당자를 운영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전담자뿐만 아니라 교육훈련과 관련된 회사 내 제도나 정책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이 많다. 이러다보니 교육훈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뿐더러 이루어진다 해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과거에 어떤 프로그램에 누가 참여했는지 지금 필요한 교육훈련은 어떤 것인지가 따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교육훈련 내용이 중복되기 십상이고, 점점 심화된 내용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니라 초급과정만 되풀이되기 일쑤다.

 

요즘은 OJT(on-the-job training, 사내교육)가 점점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OJT는 보통 상사와 부하직원, 선배와 후배가 1대1로 후견인 시스템을 갖춰 직무에 필요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해당기업의 실정에 맞는 교육훈련을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OJ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체계화하기 위해 자사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과 필요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이를 체계화하기가 쉽지 않다. 체계적인 내용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과 인력을 들일 만큼 넉넉하지도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OJT는 단순히 상사나 선배가 실제 작업하면서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알려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각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인 매뉴얼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OJT의 경우에도 경험이 전달되고 쌓여서 체계화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중소기업에게는 많지 않다.

 

이밖에도 회사 내에 교육장이나 설비 등 따로 교육시설을 갖추는 것은 그만큼의 투자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에게는 그것 또한 부담이 된다. 또 대기업이라면 노동조합을 통해 교육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나, 중소기업에서는 노동조합은커녕 노사협의회 구성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교육욕구가 있다한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그만큼 제한적인 현실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