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노사정이 함께 풀 때 답 보인다
지역에서 노사정이 함께 풀 때 답 보인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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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 중소기업과 교육훈련
④ 사례를 통해 본 해법

기업이나 국가만으로는 중소기업 교육훈련 해법 없다

중소기업의 교육훈련에 대한 관심은 아직 걸음마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체계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훈련 과정에서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수준이다.


중소기업들이 교육훈련을 실시하려고 해도 국내에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남들보다 먼저 고민을 시작한 이들은 어떻게 문제를 풀고 있을까?

 

 

지역에 답이 있다

부천은 한때 산업도시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주거와 소비도시로 변화했다. 부천에 자리 잡고 있던 많은 중견기업들이 지방이나 해외로 이전하고 현재는 100인 미만의 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4.4%를 차지하고 있다. 노조조직률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6% 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1999년 5월 31일 출범한 부천시노사정협의회는 처음에는 분쟁 조정을 주요한 과제로 활동했다. 2003년 이후 지역협력을 통한 일자리창출로 관심을 돌려 노사공동 직업훈련을 실시하고, 지역 고용 및 인적자원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한국노총과 상공회의소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사공동 직업훈련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직업훈련지원센터는 기업과 노동조합에서 인적자원개발을 전담할 담당자를 발굴해 양성하고 직업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훈련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 8개 기관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소기업의 인적자원개발사업과 중고령층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본 협의회 아래 고용포럼과 노사정포럼을 두고 지역단위에서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고용관계자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매월 월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지역에서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용과 인적자원개발에 너나 없다

노사공동 직업훈련사업은 2006년부터 3년간 진입, 발전, 성숙의 단계로 계획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진입기인 2006년에는 노동조합과 기업의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를 발굴하고 직업훈련을 시작하며 이를 총괄할 직업훈련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됐다.

 

발전기인 2007년은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를 양성하는 단계로 담당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단위로 이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보와 경험을 교류하고 있다. 또한 이들 담당자를 중심으로 사내에서 직업훈련을 시도하고 있다. 직업훈련은 자동화기술에 초점을 맞춰 이 분야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훈련체계를 마련하고 취약계층의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직업훈련지원센터는 지역의 훈련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센터 자체의 운영능력을 전문화하며 운영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숙기인 2008년에는 각 기업과 노동조합의 인적자원개발 담당자가 주도하는 직업훈련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업훈련의 내용 또한 실수요자인 기업과 노동자의 요구, 이해를 중심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직업훈련지원센터는 이 과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화된 인적자원개발센터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기업과 노동조합의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는 직업훈련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사내 훈련과 학습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기업과 노동자에게 학습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또 노동자들이 훈련에 참가하는 데에 있어서 장애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제거하고, 사내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는 현재까지 기업과 노동조합에서 300여 명을 발굴해 그중 40여 명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켜 인적자원개발 전문가로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6시그마 기법을 활용한 중소기업 경영혁신과 직업훈련을 위한 직무분석 기법 등과 함께 교육훈련을 계획하고 운영하며 피드백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직업훈련은 자동화기술에 초점을 두고 전기전자 자동제어, AUTO CAD, 3D모델링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직무능력향상과정을 운영해 전기산업기사, 주택관리사, 색채전문가 등을 양성하고 있다. 2007년에는 자동화기술과정 218명, 직무능력향상과정 80명 등 모두 298명에게 직업훈련을 실시했다.

 


 

지역 고용 거버넌스

한편 지역 고용 및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에는 부천시와 상공회의소, 한국노총, 노동부 등 총 8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중소기업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사업, 중고령층 일자리 지원 사업을 전담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고용 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 인적자원개발 사업은 메카트로닉스, 지능형 로봇 기반기술, 국제비지니스, 리콜 등을 교육하고 있다. 각 영역별로 세분화해서 15~45명씩 편성하여 총 300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30프로젝트’로 명명되어 주로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기반기술을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고령층 일자리 지원 사업은 ‘4050프로젝트’로 불리는데, 상담과 교육을 통해 중고령층에 적합한 일자리를 알선하는 사업이다. 1500여 명을 상담해서 그중 660명을 교육하고 최종적으로 450여 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하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상에서 소개한 사업들을 통해 부천시는 고용과 인적자원개발을 중앙에 의존하지 않고 그것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노사정이 고용과 인적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협력함으로써 노사정의 파트너십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아울러 지역단위에서 하나의 공동기구로 각종 인적자원개발 사업을 통합함으로써 이들이 분산되거나 중복되는 것을 극복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지원하여, 부천지역에서 고용정책이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전개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부천지역은 중견기업들의 이탈과 함께 산업도시로서의 위상을 잃고 소비도시화 되는 과정을 겪고 있었다. 또 이 과정은 중견기업들이 부천을 떠나 영세한 규모의 기업들만 남게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의 공동노력으로 부천은 중소기업 위주의 새로운 활력을 찾아내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더욱이 부천의 사례에서는 중소기업이 개별 기업단위에서는 힘이 부치는 교육훈련에 대해 지역과 노사정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시함으로써 새로운 중소기업 교육훈련의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