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훈련, 노사가 중심에 서야
교육훈련, 노사가 중심에 서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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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 중소기업과 교육훈련
③ 교육훈련을 둘러싼 노동계의 고민

정부 주도의 교육훈련은 한계 있어

실수요자의 필요 충족 못해

교육훈련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진행되는 교육훈련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각종 교육 프로그램과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지원 등 많은 부분이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교육훈련을 당장의 직무에 필요한 교육 위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학습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워주고 그것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지금 당장의 직무와 관련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이에 따라 직무교육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교육훈련을 통해 평생학습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인색하다.
 

노동계에서도 교육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관계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교육훈련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물론 교육훈련을 조합 활동 시간으로 따로 마련해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 시간은 조합원들의 일반적인 학습욕구를 충족시키는 시간으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현안과 관련된 노동조합의 입장을 조합원들에게 교육하는 시간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사 양측의 기본적인 입장 때문에 교육훈련의 많은 부분은 정부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부에서는 노동부 산하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노동교육원 등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두고 있다. 이들 기관을 통해 교육훈련의 수요를 파악하고 수요에 맞는 교육훈련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훈련과정을 개발하고 직접 교육훈련을 실시하며 민간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훈련에 대한 지원이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는 교육훈련제도는 ▲ 폴리텍대학이나 인력개발원에 위탁해서 교육하는 재직자훈련 지원제도 ▲ 노사가 자발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이를 지원하는 제도 ▲ 인정 직업훈련 기관인 민간 교육사업자를 지원하는 제도 ▲ 비정규직 노동자 등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학습구좌제도 등이 있다.


노사의 참여 보장돼야

정부에서 주도하는 교육훈련에 대해 비판도 만만찮다. 교육이 수요자 위주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것이다. 실수요자인 기업과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정부가 공급하는 교육훈련내용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대기업은 공급자 위주의 프로그램일지라도 자사의 담당부서에서 이를 걸러주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할 여지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러지 못하다. 교육훈련을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려니와 그런 교육훈련과정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정부에서 아직까지 찾아가는 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것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 제약이 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는 민간부문의 교육훈련은 공공성보다 해당 훈련기관의 수익성을 위주로 설계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문제가 된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일부 과목만을 위주로 편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기 있는 몇몇 초급과정의 프로그램이 진행내용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룰 고급과정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대해 노사발전재단 김태균 팀장은 “외국의 경우 노사가 참여하는 인적자원개발이 활성화돼 있다. 노사가 요구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반영하고, 직업능력개발훈련기관에도 노사가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참여를 위한 형식적인 제도는 마련돼 있지만 직접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노사가 인식해야 할 점은 인적자원개발이 인적자원개발에만 그치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적자원개발은 전체적인 경제정책과 산업의 문제와 연관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전반적인 경제정책 및 산업과의 연관 속에서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교육훈련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참여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고용과 인적자원개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역으로 눈 돌리고 공공성 확보해야

교육훈련을 둘러싼 노동계의 고민의 핵심은 ‘노사가 참여하고 주도하는 교육훈련’으로 압축된다. 그런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과 모색이 한창이다.

 

정부가 공급하고 지원하는 교육훈련의 재원은 고용보험기금이다. 노사가 고용안정을 위해 분담하는 것이 고용보험이므로 이의 사용 또한 노사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직업능력개발, 인적자원개발 등 고용안정을 위한 교육훈련에 노사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에 투입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은 연간 1조1069억 원 규모이다. 들어가는 규모는 크지만 규모에 비한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 현재의 교육훈련에 대한 비판의 지점이다. 노사가 참여하고 주도하는 교육훈련을 통해서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교육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치점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가 고민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지역이다. 교육훈련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곳은 지역이므로 지역에서 필요한 교육훈련은 해당지역의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현재 지역의 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지거나 교육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노동부에서 지역과 관련해 지원하는 노사공동훈련 지원은 투여되는 재원이 연간 18억 원에 불과하고 9개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와 함께 교육훈련 운영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교육훈련이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싼값에 구할 수 있는 미숙련·저임금 노동자에게 교육훈련 투자를 꺼린다. 따라서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해 취약계층 노동자의 숙련과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교육훈련의 중요한 목표이다. 이를 통해 현재의 일자리에서 고용이 안정되는 것은 물론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조건에서 벗어나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