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기업, 반 노조 정책 우려스럽다
친 기업, 반 노조 정책 우려스럽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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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이명박 정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④ 새 정부 노동정책을 묻다 _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노동계 배제한다면 노동자 마지막 선택은 파업뿐

ⓒ 민주노동당

정부는 노사균형 위한 공정한 중재자 역할 해야

- 참여정부 5년이 이제 막을 내립니다. 환노위 소속 의원으로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마디로 노동유연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범초기에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공약은 사라졌습니다. ‘노사관계·노동시장 선진화’와 ‘취약계층의 권리보호’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노사관계로드맵을 통해 ‘친기업적인 노사관계 법·제도’가 완성되고, 비정규직법을 통해 ‘마음 놓고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단적으로 참여정부 5년간 비정규직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된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의 증가가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결과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첫째, 환노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주요법안의 처리과정과 그 결과를 통해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상반기는 비정규직법, 하반기는 노사관계로드맵입니다. 모두 정부가 주도해서 일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했고요, 노사관계로드맵은 처리에만 급급해서 민주노총도 배제했습니다.

 

둘째, 참여정부는 ‘취약계층의 권리보호’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취약계층 권리보호 사업이 없었습니다. 정기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아직도 근로기준법 위반율이 60% 가까이 되고, 가장 취약한 비정규직 노동자인 건설일용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법안처리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애초부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계획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17대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주요하게 다루었던 사안들을 살펴보면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KTX 여승무원 문제, 이랜드 비정규직 집단해고 문제, 코스콤 불법파견 문제 등입니다. 모두 비정규직 문제이며, 지금까지도 해결된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국회에서 이철 사장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렀고,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국정감사 불출석으로 고발까지 했는데도 노동부는 아직까지 해결을 못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 참여정부에서 법·제도적 완성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친 기업 밀어붙이기는 사회 양극화 심화


-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를 구성한 이후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규제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가 경제성장 우선주의로 가면서 노동정책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먼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경제성장을 통해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구상만 있을 뿐이지 제대로 된 노동정책은 없습니다. ‘노사민정위원회 개편방안’이나 ‘비정규직법 신중 검토론’ 등이 알려진 노동정책의 전부이고, 색깔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먼저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전면적 신자유주의’ 정부이고,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일관된 흐름은 ‘노동시장 유연화’입니다. 기업친화적인 노동정책, 준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노조 길들이기가 우선입니다. 이 당선자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몇 차례 발언한 바도 있습니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가 그나마 미온적인 것이었다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그 규모와 강도도 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가 우려스럽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지나친 ‘친 기업 밀어붙이기’가 비정규직 확산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이를 보완할 노동정책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재벌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강력한 노사분규로 기업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면서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등 한 쪽으로 치우치고 있습니다. ‘친 기업=반 노조’ 정책이 노골화 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노동계를 소외시키는 ‘친 기업’ 밀어붙이기는 안 됩니다. 노동계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친 기업정책을 밀어붙인다면 가뜩이나 기울어진 노사간 힘의 균형은 더욱 한 쪽으로 쏠릴 것입니다. 노사관계에서 정부는 노사간 균형을 조정하는 공정한 중재자가 되어야 합니다. 대화 테이블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파업밖에는 없습니다. 노동계를 배제하지 말아야 합니다."

 

공무원 감원은 비정규직 자르자는 것


-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놨습니다. 이 안에 따르면 공무원 7천명을 감축한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노조 조직들은 ‘하위직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울러 정부조직개편안의 내용을 보면 노동부가 그대로 존치되기는 했으나 직업훈련 기능의 인재과학부 이관, 혹은 기존 교육부의 평생훈련기능 노동부 이관 등 세부 업무 분장에 대해서는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민주노동당은 정부조직개편안에 반대합니다.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경제부처 과대 권력화, 재벌 규제완화 심화, 사회정책 관련 부처 주변화, 남북관계 종속화, 생태친화적 부처개편 미흡 등이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경제부처의 권력 비대화를 막고 사회부총리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게 민주노동당의 입장입니다.

 

현재와 같이 예산기획과 경제정책을 분리하고,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야 하며, 통일부·여성부·해수부 등의 폐지에 반대합니다. 국가인권위와 방송위원회의 독립성도 유지되어야 합니다.

 

공무원노조가 우려하는 ‘하위직 구조조정 우선 대상’은 상당히 염려됩니다. 인수위는 공무원 7천명을 감원한다고 했고, 얼마 전에는 별정직과 계약직 공무원을 우선 감원한다고도 했습니다. 이랜드 집단해고와 다를 바 없이 비정규직에게만 고통을 전담시키는 행태입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법이 적용되기 전에 비정규직을 자르자는 것입니다.

 

능률과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은 몇 개 부처를 줄이고 공무원 몇 명을 내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사회 공공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노동부의 세부 업무 분장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사실이 없으므로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동부의 부처명을 고용노동부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고용을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부처명을 통해 밝히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형식과 내용을 일치시키는 일이 우선입니다.

 

고용지원센터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용지원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건설일용노동자입니다. 그러나 건설일용노동자들은 고용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고용지원센터가 있는데도 불법적인 새벽인력시장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도 국가가 고용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얼마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노동부가 우선해야 하는 일은 이런 상황에 있는 건설일용노동자에게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조건과 필요성을 바탕으로 노동부의 역할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2008년은 대부분의 공무원노조가 법 내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공무원 노사관계의 첫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공무원 노사관계가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민주노동당
"공무원 노사관계는 올해가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그러나 공무원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공무원노조법’은 미완의 불안정한 법입니다. 가입범위, 교섭대상, 교섭절차 등이 제한적입니다.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고, 일반법인 ‘노동조합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법 폐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현장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특히나 정부조직 개편안과 공무원 7천명 감원 계획이 현실화되면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고, 정부정책의 공공성 요구 또한 확대될 것입니다. 정부부문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겠지요. 지금까지 이 당선인과 인수위의 태도를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노동조합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경제 성장만으로 비정규직 문제 풀 수 없다


- 2007년 한 해 동안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비정규직(법) 문제였고 이는 2008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시는지, 그리고 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당선자와 인수위는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비롯한 후속대책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대선 당시에는 비정규직법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관심도 없고, 준비도 없다는 거지요. 경제성장을 하면 비정규직 문제도 풀린다. 경제성장만 하면 된다. 이런 겁니다. 세계경제가 이미 ‘고용 없는 성장’에 들어선지 오래되었습니다. 경제성장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상식입니다. 안일한 대응이 상당히 우려스럽습니다.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은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KTX 여승무원 문제, 이랜드 집단해고, 코스콤 불법파견, 겉만 정규직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등 몇 가지 사례만 분석해보면 됩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종합해서 지난해 1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총리에게 질의한 바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비정규 확산 정책’을 중단하고 해결을 모색해야 합니다. 가장 우선은 KTX·이랜드·코스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다음으로 외주화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비정규직법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해결방안들이 중소기업에게 비정규직법이 적용되는 7월 이전에 나와야 합니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어물쩍’ 넘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의 확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복수노조는 국제기준대로 전임자임금은 노사자율로


- 노사정위원회를 노사민정위원회로 개편하고 지역 노사정 대화채널의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인수위의 방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십니까?
 

"잘못된 사회적 대화틀에 빠져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대립과 갈등은 당연한 일이고, 이 때문에 노동조합의 대표와 사용자단체 대표들 간의 이해관계 조정·타협은 필요합니다. 이들 간의 합의를 중재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의 의제를 설정하고 협상과정의 주체가 되는 것은 노조와 사용자단체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적 대화는 노조를 수동적이고 형식적으로 참여시켜 정부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들러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사회적 대화가 아닙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세계 최고 비율의 비정규직 규모를 달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과 자본이 무엇을 교환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적 대화를 하려면 외환위기 이후 불안정해진 노동자의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노조를 생산 파트너로 인정하고, 노동인권을 인정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채 노사정에서 노사민정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형식만 바꾸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와 복수노조 문제는 2009년까지 유예되었다고는 하지만, 또다시 유예되지 않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지난 번 법 개정에서 복수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국제기준대로 풀면 되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노사관계 법·제도를 선진화하자고 하면서 유독 노동정책만 군사독재 시절의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수노조 문제는 다른 문제를 섞으면 안 됩니다. 복수노조는 국제기준대로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노사자율에 맡기면 됩니다. 무슨 논의가 필요하겠습니까. 해법은 간단합니다. 원칙대로, 국제기준대로 하면 됩니다. 문제는 정부가 노조와 사용자단체를 믿지 못하고 “노사관계는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이를 이용하고 있으니, 현실에서 관철되는 것이겠지요."

  

- 우리 사회의 노동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사관계 민주화, 노동건강권 확보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비정규직 문제에는 고용의 질적·양적 문제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고용문제가 해결됩니다. 해결 방향은 앞서 답변 드린 바 있습니다. 노사관계 민주화는 우선적으로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정부가 노사균형을 위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서 노사대등관계를 실현한다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노동건강권 확보는 질문이 없었지요? 저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흐름에 가장 침해당할 권리 중의 하나가 노동자 건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는 결국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규제로 여기고 규제완화를 했던 잘못된 노동정책의 결과입니다. 80년대에 외쳤던 “죽지 않고 일할 권리,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란 구호가 아직도 통하는 현실이 무척 염려됩니다. 건강권 보호를 규제라고 여기는 천박한 노동정책은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