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혁신 중소기업 탐방기] 인페쏘, “레이저로 철을 디자인하여 가치를 만든다”
[일터혁신 중소기업 탐방기] 인페쏘, “레이저로 철을 디자인하여 가치를 만든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1.09 00:23
  • 수정 2020.01.09 0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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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 수상기업을 다녀오다
유봉열 대표이사,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

커버스토리③ 일터혁신 중소기업 인페쏘 탐방기

아름다운 공장을 다녀오다

지금의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터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기업과 비교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일터혁신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터혁신에서조차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터혁신에 대한 오해는 여전하다. 일터혁신은 말 그대로 일하는 곳에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말하는데, 일터혁신을 기술혁신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기계화 내지는 자동화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드는 동시에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게 일터혁신의 정의라면 일터혁신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금속을 다루는 공장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차갑다, 날카롭다, 시끄럽다 등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상하기 쉽다. 물론,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깨끗하거나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달 16일 <참여와혁신> 취재진은 인천 남동공업단지에 들어섰다. 공업단지 특유의 적색 벽돌과 잿빛 샌드위치 패널이 취재진을 반겼다. 남동공업단지에 입주한 6,000여 개의 중소기업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풍경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수천 개의 쇠파이프로 감싸 만든 건물 외벽이 눈에 들어왔다. 외벽에는 음각으로 사명(社名)을 새겨 멋을 더했다. 금속을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금속공장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깨트리는 외관이었다. 취재진은 인천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 수상기업인 인페쏘(INFESO)를 다녀왔다.

인페쏘 사옥.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인페쏘, “금속공장도 세련될 수 있다”

인페쏘 사무동 1층. 여기서도 ‘금속’이 취재진을 맞이했다. “인페쏘는 레이저로 철을 디자인하여 가치를 만든다” 기업철학이 담긴 금속판이다.<사진1> 기업철학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페쏘는 금속가공 및 금속가구 전문회사다. 금속 구조물을 설계하고 레이저 가공을 통해 금속 구조물을 제작한다. 종업원 수 40명의 중소기업이지만, 1985년에 설립돼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인페쏘(INFESO)라는 회사 이름은 Interior(인테리어), Furniture(가구), Environment(환경), Steel(철강·강철), Object(물건·물체) 다섯 개 단어에서 앞 글자를 따왔다.

인페쏘는 인천시가 아름다운 공장 선정 사업을 시작한 첫해인 2016년 아름다운 공장 어워드 조형성 부문을 수상했다. 인천시 표현에 따르면 “세련된 공장 외관과 탁 트인 호수 전망으로 근로자 사기를 향상시키는 공장”이다. 인천 우수산업시설 탐방 프로그램인 ‘인스로드’에 이름을 올린 대표 공장이기도 하다. 인페쏘는 지금의 사옥을 지어 인페쏘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한편, 금속공장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단단함, 냉철함, 강인함으로 승화시켰다.

아름다운 ‘철의 대장간’ 탄생 배경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됐다. 인페쏘 건물은 설계 및 디자인 연구 업무를 하는 사무동과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동으로 나뉘어 있다. 사무동과 공장동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긴 곳은 건물 밖 정원이었다.

정원에서도 단연 ‘금속’이 눈에 띄었다. 정원에 자리 잡은 금속의자와 금속테이블은 인페쏘에서 제작·판매하는 디자인제품이다.<사진2> 이미화 인페쏘 전무이사는 “용접 없이 오로지 금속가공 기술력으로 만든 금속가구”라며 “정원에 놓여있는 의자의 경우 직원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역할도 하지만 조형물의 가치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정원 너머로는 남동유수지와 송도국제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남동유수지는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매년 찾아오는 장소로, 정원에는 남동유수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사진3>

사무동 2층 기술연구소에는 인페쏘가 만든 사무용품 및 생활용품이 진열되어 있다.<사진5>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펜트레이, 티슈케이스, 식당에서 이용하는 급식차, 냅킨케이스는 물론, 공장동에서 사용하는 작업테이블도 자급자족이다.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금속으로 만든 비누받침대, 명함꽂이는 방문객 기념품으로 돌아간다.

인페쏘가 일터 곳곳에 금속 디자인 제품을 배치한 이유는 철을 디자인하는 인페쏘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차갑고 딱딱한 쇠붙이에 열과 곡선을 더해 일터 곳곳에 입체감과 생동감을 입혔다. 철을 디자인하는 것처럼 일터에도 디자인을 입힌 것이다.

유봉열 인페쏘 대표이사는 지금의 아름다운 공장이 만들어진 배경을 묻자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제조공장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직원들이 편하게 쉴 장소가 없다는 거예요. 공장 바닥에 박스 깔고 눕거나 앉아 있죠. 더울 때나 추울 때나 항상 그랬어요. 지금도 그런 제조공장들이 많고요. 직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공장을 이전하고 새로 신축하면서 이렇게 만들었죠. 직원들이 기분 좋게 출근하고 싶은 회자를 만들자. 그래야 효율성도 높일 수 있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망설임도 있었다. ‘금속 만드는 공장이 괜히 폼만 잡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공장을 아름답게 만든다면 우리 제품이 인정받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죠. 다시 공장을 짓게 된다면 사무동에 이어 공장동까지 인천이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공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리 공장은 금속을 다루는 대장간이거든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장간을 짓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