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지오, 기업가정신 위해 ‘애 쓰지오’
에스지오, 기업가정신 위해 ‘애 쓰지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2.09 00:07
  • 수정 2020.02.1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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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성장은 기업 전체 구성원에게서 나온다
기업가정신의 구현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의 실현

커버스토리➂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찾아가다

혁신은 기본이니 ‘사람’을 고민해봅시다

저성장과 불평등의 시대에 대한민국 기업가는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기업가의 기본적인 역할은 당연히 필요했다. 불안한 경제 상황, 예측 불가능한 미래 경제 흐름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변화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는 ‘혁신’을 수행하는 역할 말이다. 우리는 혁신을 만들어가는 기업가의 역할을 기업가정신이라고도 부른다.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의 압축성장을 한 배경에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기업가정신이 놓여 있다. 그 때의 기업가정신을 지금 시대 대한민국에서 되살린다면 저성장과 불평등의 장벽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당시의 고도 압축성장 과정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불평등의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때의 기업가정신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기업가정신이 필요할까? 혁신이 기본이라고 한다면 그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할까? 여러 가능성 중의 하나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에 주목하고자 한다.

(주)에스지오 전경
(주)에스지오 전경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 발휘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는지 궁금했다. 세 가지 궁금증을 안고 1월 23일 최태수 에스지오 대표를 만나러 인천으로 갔다.

기술혁신과 성과공유
두 마리 토끼 잡은 에스지오

밀레니엄의 해 마지막 달에 설립한 주식회사 에스지오는 베어링 제조회사이다. 오일리스(Oilless)베어링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오일리스베어링은 별도 윤활제를 투입하지 않아도 기계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사람 접근이 어려워 윤활제 주입이 불가능한 댐 시설, 원자력발전소, 식품제조설비 등에 사용된다.

현재 에스지오는 오일리스베어링 설계부터 원재료구매, 주조, 연주, 압출, 가공, 포장까지 원스톱으로 제조가 가능한 국내 유일 업체이다. 업계에서는 작은 포스코라고 불리며 이노비즈 혁신형 중소기업 인증을 받았다.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기업 문화를 만든 공로로 최태수 대표는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선정한 ‘존경받는 기업인’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중기부는 2016년부터 기업의 경영성과를 노동자와 모범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인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선정해왔다.

함께 성장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된 에스지오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윤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목표 매출액에 도달하면 이익금을 성과급으로 구성원에게 지급한다. 성과보상공제를 명목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에 직원들을 적극 가입시킨다. 최대 30만 원 한도 내에서 월세 지원도 한다.

이러한 성과공유가 가능한 것은 오일리스베어링 등 특허받은 많은 베어링 제조 기술로 혁신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태수 대표의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발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최태수 대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이고, 어떻게 사람중심 기업가정신과 맞닿아 있을까.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으로
선순환 효과 낳은 에스지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최태수 대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 최대수 대표는 몇 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소통 ▲투명성 ▲기술혁신 세 가지 키워드였다.

① 소통

생각보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도전과 불굴의 의지가 그래도 우선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최태수 대표는 “생산 과정, 품질, 가격 등이 다 연관돼 있기 때문에 직원과의 유대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스지오는 주조부터 시작해 영업까지 모두 관장하는 중소기업이어서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차질은 곧 전체 회사의 위기로 다가오기 때문에 각 단계의 유기적 결합이 중요했다.

최태수 대표에게 소통은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청년층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좀 더 소통하며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했다. 소통의 결과 ‘월급은 조금 줄더라도 일찍 퇴근하는 게 좋다는 것’, ‘비싼 월세에 주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최태수 대표가 파악할 수 있었다. 에스지오 직원들이 오후 5시에 퇴근하고 월세를 지원받는 이유다.

② 투명성

최태수 대표 본인 스스로가 정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최태수 대표가 말하는 정직의 의미는 투명성에 가까웠다. 회사의 손익구조라든지 회사 경영 상황을 세세하게 직원들에게 공개한다. 자신의 활동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경영 상황을 전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면 회사 돌아가는 속사정을 알고 구성원들은 오히려 각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③ 기술혁신, 작업장혁신

최태수 대표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단순 제조업으로는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의 추격 전략 때문에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지에서 해외 특허를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술혁신을 위해 기술인재를 육성하고 사내 기술연구소를 통해 기술을 개발한다. 또한 중소기업이 주조부터 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직접 제품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다.

최태수 대표는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작업장 개선 활동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좀 덜 한다고는 하지만 항상 생산현장을 돌아다니며 이동 동선 개선 및 필요한 장비들을 점검해 직원들이 능률적으로 일할 환경을 고민한다. 노동자들이 편하게 일해야 생산성이 오른다는 지론이었다.

▲소통 ▲투명성 ▲기술혁신 세 가지 키워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과 맞닿아 있었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최태수 대표라는 개인이지만 최태수 대표의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은 에스지오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에 사람중심성이 없다면 혁신은 속도를 내기도 지속하기도 어렵다.

최태수 대표의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발현과 그에 대한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호응은 선순환을 낳았다. 2015년 포스코 주관 산업혁신운동을 통해 작업 동선을 간소화하고 현장의 불편 및 위험 사항을 개선하여 작업시간을 20% 단축하고 불량률을 50% 이상 감소시켰다. 2017년 이후 스마트 공장 사업 및 고도화 작업으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생산관리시스템)를 도입했으며 생산현장 구성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태블릿 PC를 제공함으로써 더욱 간편한 생산 관리가 가능해졌다.

생산현장 노동자들의 편의도 향상했다. 또한 기술혁신을 위해 자동화 설비를 들여왔다. 2018년 현대 위아로부터 4억 원 규모의 완전 자동화 설비를 투자받아 생산성을 30% 증대했다. 이는 에스지오 구성원 임금 인상과 성과공유로 이어졌다.

최태수 (주)에스지오 대표이사
최태수 (주)에스지오 대표이사

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게 됐을까

최태수 대표는 기술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경험이 있다. 최태수 대표가 운영하던 에스지오 전신인 신강정밀은 IMF 여파로 큰 경영위기에 처했다. 달러 환율이 높았던 당시 수출 주도형 회사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보고 국내에서 국외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수출이 쉽지만은 않았다. 베어링이 필요한 기계 장비들을 많이 쓰는 선진국은 높은 품질을 요구했다. 소재부터 생산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었다. 기성 소재로는 고품질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었다. 소재 생산을 위한 주조 현장의 숙련 인력이 중요했다.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중요했다. 혁신을 위한 기술인재에 투자하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최태수 대표는 “기술은 사업하면서 꾸준히 앞서가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지오 주 구성원이 30대로 젊은 것도 최태수 대표가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도 했다. 최태수 대표가 회사의 역동성을 위해 젊은 구성원들을 회사로 영입했고 젊은 세대의 삶의 방식을 이해해야 했다. 회사의 젊음을 유지시킬 30대의 이직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이직은 지난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최태수 대표가 성과공유와 여러 복지를 신경 쓰고 이것이 다시 회사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선순환을 정착시켰다. 물론 단순히 ‘젊은 세대’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세대를 불문하고 이러한 회사 구성원의 행복함이 곧 회사의 생산성 향상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었다. 최태수 대표는 “직원들이 편하고 행복하게 능률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밑바탕 신뢰

최태수 대표에게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왜 발휘해야만 했는지,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 가져온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세세하게 들어봤다. 기업가마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정의하는 바는 다를 것이다. 다른 기업가에게 묻는다면 소통, 투명성, 기술혁신, 작업장혁신 이외의 것을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재구성하는 요소가 다를지라도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최태수 대표는 “어느 경영자든지 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그런데 결국은 신뢰가 변하지 않는 토대”라고 말했다. 경영진과 노동자의 신뢰는 기업 운영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렇기에 신뢰를 쌓으려면 소통도 투명성도 복지가 따라야 한다는 게 최태수 대표의 설명이다. 또 “이익을 많이 냈으면 그 직원들에게 많이 주는 것도 신뢰”라며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직원들도 모르지 않는데, 회사만 배 채우면 직원들과 신뢰는 깨지는 것”이라고 신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사회화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맞닥뜨린 저성장과 불평등을 지혜롭게 극복하려면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최태수 에스지오 대표의 사례를 봤을 때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사람중심 기업가정신 구현을 위한 중요한 요소였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기업가 한 사람의 사례가 전체 산업 현장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산업 현장에 확산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 제도화된 틀과 각 경제 주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사회화를 위해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하며 형성돼야 할 사회문화적 여건도 있다.

또한 기업의 역할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이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경영을 요구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기업가에게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구현을 요구하는 데에서 나아가, 숙련의 향상과 노동과정의 혁신에 정책적으로 참여하여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기업가정신과 노동의 노력이 결합될 때 시너지효과를 발휘하여 혁신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