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이면(裏面)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이면(裏面)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2.29 00:00
  • 수정 2020.02.28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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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코로나19 #개학연기 #학교비정규직 #방역공무원 #방역최전선 #문중원기수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언박싱(unboxing)은 말 그대로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언박싱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자, 이제 <참여와혁신> 이 주의 키워드를 개봉해볼까요?

이 주의 키워드 : 이면(裏面)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코로나19 사태를 종결시키기 위한 싸움을 힘겨운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언론과 SNS도 온통 코로나19 관련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이번 주에는 확진환자가 네 자릿수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가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확진환자가 몇 명인지, 정부의 대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예방 방법은 무엇인지, 감염자의 이동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궁금해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궁금증에 발맞춰 관련 뉴스도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피해가 한 달 넘게 이어진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사태가 단순히 확진환자가 명 몇 발생했는지 숫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우리 사회의 이면(裏面)을 들춰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는 이면(裏面)입니다. 이면은 물체의 뒤쪽 면으로,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말합니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우리 사회 어떤 이면이 밖으로 드러났는지 확인해볼까요?

[2월 25일] “코로나19에 임금 걱정하는 현실이 비참하다”

코로나19의 이면에는 학교비정규직노동자의 시름이 있었습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전국에 있는 학교 개학이 일주일 미뤄진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 종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추가 개학 연기까지 검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코로나19라는 국가 비상체제 아래에서 “임금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참하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임금 삭감은 물론,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연차사용을 강요하는 등 차별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교직원은 휴교에도 정상 출근이지만 공무직은 출근하지 말라는 문자를 받은 조합원이 있다”며 “교육당국은 휴업, 휴교조치, 방학일수 조정 등으로 임금 삭감에 차별적 처우를 중단하고 연차 사용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월 25일] 경북 방역 공무원, 7시 출근-새벽 2시 퇴근 반복
[2월 27일] “코로나19 담당 공무원의 죽음은 피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이면에는 지켜지지 않은 노동자의 건강권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방역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의 건강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끝없는 업무로 7시 출근과 새벽 2시 퇴근을 반복하고 있는 방역 공무원들의 과로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 업무에 필수적인 마스크 및 위생용품 등 방역물품 부족으로 공무원들이 감염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27일에는 휴일도 반납하며 코로나19와 관련된 비상근무를 해온 전주시청 소속 공무원이 과로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밤낮없이 애쓰는 노동자들의 건강권도 중요합니다.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와 보건·의료 종사자의 경우, 감염의 위험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을 위한 지원과 대책 마련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2월 27일] 故문중원 기수 농성장 강제 철거… 유족이 막았지만 역부족

코로나19의 또 다른 이면에는 故 문중원 기수 유족들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고 문중원 기수는 지난해 11월 29일 한국마사회의 부조리와 구조적 문제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0일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유족들은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 뒤에 있는 마사회 운영 문제를 폭로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서울청사 옆에 설치된 고 문중원 기수 추모 농성장은 고 문중원 열사의 한과 염원을 담은 공간이자, 한국마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발하는 목소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며 농성장 강제 철거를 결정하고, 지난 27일 이를 단행했습니다.

농성장 철거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습니다. 철거를 저지하려는 노동계와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고 문중원 기수의 유족들. 철거를 집행하려는 종로구청과 용역, 경찰. 두 집단 사이 처절한 몸싸움이 이어졌으나, 승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행정 집행이었습니다.

고 문중원 기수의 한을 풀기 위해 만들어진 농성장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행정 집행. 이 두 관계에서 과연 승자가 필요했을까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번 한 주는 코로나19에 가려진 아픈 이면들을 만나봤는데요.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고 문중원 기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