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텅 빈 공항과 닫힌 마음들
[최은혜의 온기] 텅 빈 공항과 닫힌 마음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3.23 11:56
  • 수정 2020.03.23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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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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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인천공항통합노조 등이 3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안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안은 소방대와 야생동물통제관리 241명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별도직군으로 고용하고 공항운영 및 시설/시스템 관리, 보안경비, 보안검색 등 9,544명은 별도회사로 전환하고 보안검색 1,902명은 직고용 법적 문제 해소를 고려해 인천공항경비주식회사라는 별도회사를 통해 고용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번 3기 합의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2017년 말, 1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안에서 소방대, 야생동물통제관리, 보안검색, 보안경비 중 상주직원검색 2,940명은 공사로, 공항운영 및 시설/시스템 관리 등은 2개의 별도회사를 설립해 고용한다고 한 것과 달라진 점이다. 3기 합의안과 1기 합의안의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몇몇 노조는 합의안에 서명하지 않고 이번 3기 합의안을 규탄했다.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중앙회전문 앞에서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 a지부와 b지부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3기 합의안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2명의 공동위원장은 단호한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16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 작년 12월, 기사 작성을 위한 인터뷰 이후 꼭 3달 만의 방문이었다. 3달 사이 공항은 많이 변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3달 전 북적이던 공항은 텅 비었다. 다수의 항공사 카운터가 문을 닫았다. 3달 전과 비슷한 광경이라고는 공항 밖에 나부끼는 플래카드뿐이었다. 물론 플래카드의 내용은 많이 바뀌었다.

기자회견 내내 굳어있는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조 a·b지부 조합원과 간부들의 얼굴을 보면서 코로나19로 닫혀있는 항공사 카운터가 겹쳐졌다. 항공사 카운터처럼 닫혀버린 마음이 보였다. 지난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1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의 기쁨으로 가득 찼던 마음은 지연되는 합의 과정과 그 가운데서 오는 다양한 문제들로 서서히 닫혀갔다.

오는 6월까지는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3차례에 걸쳐 정규직 전환 대상과 방식, 채용방법과 임금 및 복리후생 등을 합의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용역계약도 6월이면 대부분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된다고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3년 동안 마음의 문을 닫아 걸었다. 정규직 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코로나19로 텅 빈 공항만큼이나 마음이 공허하다. 그들의 공허한 마음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다시 현장에 함께 녹아들어 일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기 위한 고민이 절실한 시기가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