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진짜사장
[언박싱] 이 주의 키워드 : 진짜사장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4.19 18:44
  • 수정 2020.04.19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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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사용자성 #노동자성 #간접고용

4월 셋째 주 언박싱입니다. 언박싱(unboxing)은 말 그대로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건데요.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그럼 이번 주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바로 '진짜사장'입니다. 지금부터 '진짜사장'으로 묶은 기사 상자를 열어보겠습니다. 

 

타다베이직 서비스 종료 전날인 4월 10일 오후 서울시 양재동 타다 차고지에 주차된 흰색 카니발 차량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타다베이직 서비스 종료 전날인 4월 10일 오후 서울시 양재동 타다 차고지에 주차된 흰색 카니발 차량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이 주의 키워드 : 진짜사장

'진짜사장'은 노동계의 오래된 키워드입니다. IMF 이후 '직접고용-종신고용' 체제가 '간접고용-비정규고용'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본격화됐습니다. 노동자들은 파견·용역·위탁·도급·사내하청 등 다양한 형태로 간접고용됐고, '노동자도 사장님도 아닌' 특수고용도 증가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진짜사장'을 호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원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자영업자로 취급받지만 사실상 회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기 때문입니다. 30년이 넘도록 진짜사장을 불러온 노동계는 그럼 왜, 이번 주에 다시 진짜사장을 강조했을까요?  
 

[4월 13일] 특수고용노동자 "코로나19 지원 규모 확대하고 조건 확 낮춰야"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지강사, 택배·퀵 배달노동자, 보험설계사 등 사회 안전망 바깥에 선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어려움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최근 특고노동자들의 소득이 0원이거나 50~90%까지 감소했지만 정부의 각종 지원 대책은 이들에게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용안전망과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특고노동자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 대책의 '조건'인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고용보험가입 대상 등에 애초부터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진짜사장'에게 고용안정 등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고용보험가입 여부를 떠나 모든 실업자나 소득감소자에게 최소한의 요건만으로 '긴급실업수당'을 신속하고 보편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지원 대상을 넓히기 위해 예산 확대는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전국민 고용보험법', '노조법 2조 개정' 등 특고노동자를 위한 근본적인 사회 안전망 마련도 촉구했습니다.
 

[4월 10일] [르포] 오늘 타다드라이버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4월 14일] '타다프리미엄 설명회'에 비대위 반발···"타다 드라이버 벌써 까맣게 잊었나"

지난 3월 6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타다 운영사인 VCNC는 주력 서비스인 '타다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타다드라이버에게는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이후 타다드라이버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일방적인 서비스 종료에 반발하고, 대화를 통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타다는 '무대응'으로 일관했고 타다드라이버들은 11일부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타다비대위는 약 1만 2,900여 명의 타다드라이버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중에서 전업으로 일하던 이들은 약 8,000여 명이라고 합니다.

VCNC는 타다드라이버들을 특수고용형태로 고용했습니다. '소비자-플랫폼(VCNC)-협력업체-타다드라이버'로 이어지는 구조 아래 타다드라이버는 협력업체와 '개인사업자'로 위탁계약을 맺은 거죠. 그래서 타다비대위는 타다드라이버가 명목상 개인사업자일 뿐 실질적으로 '진짜사장'인 VCNC의 지휘감독을 받아온 노동자라고 판단하고 지난 9일 박재욱 VCNC 현 대표와 이재웅 VCNC 전 대표를 파견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4월 16일] 플랫폼 노사관계 새장 열린다···배민-서비스연맹 23일 첫 단체교섭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이 사용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플랫폼이 단순히 시장이나 중개인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 유형에 따라 플랫폼노동자에게 일감을 할당하거나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진짜사장'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의민족, 타다, 홈스토리 등이 대표적이죠.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속한 라이더유니온과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의민족지회도 지난해 12월 플랫폼 업체인 배달의민족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두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았고 지난 2월 서비스일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됐습니다. 

노동조합과 플랫폼기업 간 첫 단체교섭은 오는 23일로 확정됐습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플랫폼 노사 최초의 단체교섭인 만큼 앞으로 플랫폼 노사관계에서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장소 기반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플랫폼 업체들의 태도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플랫폼 노사 첫 단체교섭의 의제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주를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진짜사장을 호명해온 특고노동자들부터 플랫폼도 사실상 진짜사장이라고 주장하는 플랫폼노동자들까지. 이번주에는 다양한 진짜사장들이 불려나왔습니다. 진짜사장들이 자꾸 불리는 이유는 우선 정부의 명확한 '노동자성'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적극적인 근로감독이 부족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면 금세 사회안전망 바깥으로 떨어지는 사회구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의 개념을 넓히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체계를 고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거겠죠.

다음 주에도 진짜사장들은 계속 불릴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노총은 오는 22일 '코로나19로 드러난 간접고용노동자 안전부재 및 해고위협, 원청이 책임지라'는 내용으로 비정규사업장 원청교섭 요구 및 노조법 2조 개정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