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늘 타다드라이버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르포] 오늘 타다드라이버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4.10 21:08
  • 수정 2020.04.16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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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자정,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
타다드라이버들에게 타다는 어떤 의미였나

 

4월 10일 오후 3시 서울시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타다 차고지에서 타다 드라이버가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저기, 선생님.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오늘로 끝난다던데요.”

“마지막인데 다른 일 해야지. 뭐.”

“타다에서 일한 지 어느 정도 되셨어요?”

“7~8개월 한 것 같은데.”

“그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어요. 알바로 잠깐 하려고 들어온 거죠. 그만 물어봐요. 화장실 들렀다가 일 가야해.”

서울의 끝자락. 옛 양재동 화물터미널이 있었던 자리는 현재 플랫폼운송업체 타다의 차고지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10일 자정부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종료하면서 하얀색 차량이 빽빽히 있던 자리는 텅 빌 예정이다.

지난 3월 6일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 타다는 주력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4월 10일을 끝으로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타다드라이버에게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이후 타다드라이버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타다의 서비스 종료 철회를 주장했다. 그러나 타다의 묵묵부답 속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오늘, 타다드라이버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4월 10일 오후 1시 서울시 양재동 타다 차고지 현장.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10일 자정을 끝으로 종료된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막막한 건 사실이에요”

타다드라이버로 일한 지 7개월이 된 조진호 씨(48)는 오후 2시 양재동 타다 차고지에서 본인의 마지막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IMF 직후 증권회사에 들어가 20년 간 “뼈를 묻고” 일했다.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뼈를 묻은 회사에서 퇴직하게 됐다. 이후 조진호 씨는 2~3년간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타다드라이버가 됐다.

“아직 생각하는 건 없어요. 찾아봐야 되겠죠. 일은. 그런데 좀 막막한 건 사실이에요. 황당하기도 하고요. 쉬면서 좀 생각을 해야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어요.”

10일 이후 계획을 물어본 질문에 그는 ‘막막함’으로 답했다. 현재 조진호 씨는 타다비상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일방적인 영업중단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을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개정법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그렇게 되니까. 제가 뭘 잘못한 건가? 그런 생각도 들죠.”

4월 10일 오후 1시 서울시 양재동 타다 차고지. 차고지 뒤편 빽빽히 정렬된 차량은 처분 준비를 마친 차량이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강창식(가명, 48) 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타다드라이버로 일한지는 11개월이 됐다. 회사생활을 오래했다는 그는 퇴직 이후 자영업을 시도했으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창식 씨는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타다드라이버가 됐다고 말했다.

창식 씨의 마지막 근무는 어제였다. 9일 저녁 10일 업무스케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뜨뜻미지근한 문자메시지도, 통보서도 없이 창식 씨는 타다드라이버를 그만두게 됐다. 오늘 창식 씨가 양재동 차고지를 찾은 이유는 타다비대위 활동을 위해서였다. 타다비대위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할 타다드라이버를 구하고 있다.

창식 씨는 “타다가 사람을 존중하는 기업이었으면 드라이버들이 화를 냈겠나”면서 “국토부에서도 타다에게 많은 제안을 한 걸로 안다. 협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뜻에 안 맞는다고 무 자르듯 끊었다”고 비판했다.

“일단 저도 애가 둘이고 가장으로서 생업을 이어가야 해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려운 상황이에요. 정규직 같은 경우에는 정리해고를 해도 3개월 전에 통보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주는데 있는데 법통과가 발표되자마자 그러니까 막막하죠. 타다비대위에서 어제 검찰에 타다를 고발 했어요. 불법파견에 대한 증거가 다분히 있어요. 저희가 봤을 때 타다드라이버는 노동자성이 커요. 적절한 조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아쉽지만 어떡해. 하기 싫어서 안 한다는데”

올해 환갑을 맞은 하성오(가명) 씨는 8개월 차 타다드라이버다. 그의 마지막 출근은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타다 차고지였다. 타다드라이버 일을 하기 전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렸다는 성오 씨는 유난히도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했다.

“딴 데를 찾아야지. 아쉽지만 어떡해. 자기가 하기 싫어서 안 한다는데. 적자 때문에 안한다고 하니까. 나보다 더 아쉬운 사람들도 있지. 진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 말이야. 젊은 사람보다는 우리 같이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더 아쉽고.”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성오 씨는 개정법이 전면 시행 전 유예기간 동안이라도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지속 됐으면 바랐다. 성오 씨는 타다비대위의 활동과 일정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타다비대위가 제기하는 문제가 ‘타다드라이버의 생계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타다비대위의 뜻에는 동의를 하죠. 그런데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봐요. 만일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계속 지속됐으면 타다비대위도 없었겠죠. 지금처럼 퇴직금 달라거나 노동자성 인정해달라고 하지는 않았겠죠. 불평불만 가진 상태로 여태껏 일했었으니까요. 거의 뭐 90% 이상이 저랑 같은 생각일 거예요.”

같은 장소, 같은 시각 심석보(48, 가명) 씨도 마지막 출근은 준비하고 있었다. 석보 씨는 타다드라이버를 ‘투잡’으로 삼고 있다. 본업의 일감이 일정치 않았던 탓이다. 빈 시간을 그냥 죽이기보다는 타다드라이버로 부수입을 올릴 목적이었다.

석보 씨는 타다 베타테스트 때부터 드라이버로 일했다. 이번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와 그에 따른 사회적 논란에 대해 석보 씨는 양가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드라이버에 대한 처우가 계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불만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 타다 만한 일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냥 일한다는 것이다.

“이게 참 타다가 희한한 게 한 번 하면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불만이 있으면서도요. 사실 타다를 대체할 게 많지 않으니까요. 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스템이 저희들은 본사 소속이 아니고 하청업체 소속이잖아요? 제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들 보다는 하청업체 쪽으로 눈 돌리려고 그런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있죠. 하청업체에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운영하는 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빠져나가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요.”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어디가서 그런 돈 받겠어요?"

강은일(52, 가명) 씨도 “투잡으로 반년만 하자”고 시작했던 타다드라이버 일이 1년 째 이어오고 있다. 은일 씨도 본업이 따로 있고 부수입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야간 운전을 해왔다. 은일 씨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했다.

“막말로 이야기해서 타다나 차차나 마찬가지에요. 운전하는 사람 대부분 50살 넘은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들 야간에 10시간 일해서 11~12만 원 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돈 어디 가서 받을 수 있겠어요? 있다면 정말 몸 쓰는 일이겠죠. 운전하는 것만 싫어하지 않는다면 좋은 직장이에요.”

10일 자정 타다드라이버들은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여운을 남기며 마지막 퇴근을 할 것이다. 그들은 하루 이틀 집에서 쉬다가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헤멜 것이다. 또다시 플랫폼운송업체에서 타다드라이버와 비슷한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다시 이번과 같이 맥없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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